‘색의 결, 획의 숨’ 전통 수묵에 현대적 감각을 더하다
한국화가 김선두 초대전
3월22일까지 광양 도립미술관
대작 ‘낮별’ 등 60여 작품 전시
3월22일까지 광양 도립미술관
대작 ‘낮별’ 등 60여 작품 전시
![]() 전남도립미술관은 오는 3월 22일까지 김선두 초대 기획전 ‘색의 결, 획의 숨’을 펼친다. 남도의 자연을 담은 대작 ‘느린 풍경’. |
“제가 만난 고향은 천국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고향의 산과 바다의 색이 그렇게 아름답고 포근할 수가 없었죠. 누군가 제 그림에서는 강한 생명력이 느껴진다고 하던데, 아마도 남도의 자연이 제게 베푼 은전이 아닐까 싶네요.”
중앙대 명예교수인 한국화가 김선두(66). 그의 그림은 남도 그 자체다. 그러나 평범한 풍경은 아니다. 비범하면서도 깊이와 아우라가 느껴진다.
광양 도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김선두 초대전-색의 결, 획의 숨’(3월 22일까지). 지난해 12월 23일 개막한 전시는 40여 년간 작가가 구축해온 예술 세계가 녹아 있다.
28일 현장에서 만난 김 화가는 “이번 전시는 제가 이제껏 선보인 것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전시”라며 “무엇보다 고향 남도에서 진행된다는 점에서 감회가 새롭다”고 전했다.
빵모자를 눌러쓰고 전시장에 나타난 그는 얼핏 운동선수 느낌이 났다.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아니라면 축구선수나 다른 구기 종목 선수라 해도 무방할 만큼 건강해 보였다.(실제로 그는 30년 넘게 아침마다 조기 축구를 하고 있다) 한편으로 질박해 보이는 인상 이면에 예술가로서의 섬세한 감성도 얼핏 배어나왔다.
그는 “중학교 3학년까지 장흥에서 살았다. 아버지는 장흥에서 교사를 하시다가 상경해 그림을 그리셨다”며 “어린 시절에는 조부 슬하에서 자랐기에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거의 없다. 중학교 때 아버지가 계신 서울로 전학을 간 이후 그림 그리시는 것을 봤다”고 전했다.
한국 현대문학사에서 기라성 같은 소설가를 배출한 문림 장흥이 고향이라는 사실은 그에게 큰 자부심이었다. 더욱이 집안의 한학 가풍과 예술적 분위기는 그를 자연스럽게 예술가의 길로 들어서게 했다.
부친은 남종 문인화 거목으로 평가받는 소천(小泉) 김천두다. 김천두는 남농 허건과 월전 장우성에게 사사했다. 김천두는 아들 선두와 차남 김선일 그리고, 서울대 한국화과를 졸업한 손자 김중일로 이어지는 3대 화가의 맥을 형성했다.
가계에 흐르는 화맥은 고스란히 김선두에게도 전이됐다. 그만의 개성적이면서도 독보적인 화풍은 그러한 가계의 영향과 무관치 않다.
“남도 풍광을 그릴 때 가장 염두했던 것은 남들과는 다른 시각으로 구현하자는 것이었습니다. 화면 속 공간은 사람이 살지 않으면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버려진 땅이었죠. 하지만 애정이 깃든 눈으로 바라보자 그곳에서 생명력이 움트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이번 전시에서 김선두는 대작 위주의 작품 60여 점을 출품했다. 고향에 대한 기억이 오롯이 투영된 ‘남도 시리즈’를 비롯해 ‘아름다운 시절’ 등 주요 작품,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미공개 작품도 다수 포함돼 있다.
화가로서의 그의 여정은 1980년 일랑 이종상 화백에게 산수화의 장지 기법을 배우며 시작됐다. 1984년 제7회 중앙미술대전 대전을 수상하면서는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미술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 가운데 한명을 꼽으라면 미백 이청준 소설가다. 동향인 이청준 작가와 30여 년이 넘는 시간 예술적 교류를 이어왔던 것. 특히 임권택 감독의 영화 ‘취화선’에서는 오원 장승업의 그림 대역을 맡아 화제가 됐다.
김 작가는 자신의 작품 특징에 대해 “전통 한지인 장지에 동양화 분채와 안료를 혼합한 색을 수십 회 반복적으로 쌓아 올리는 방식”이라며 “장지가 지닌 고유의 물성은 색을 스며들게 하고 그 과정 속에서 색은 축적돼 고유의 색감을 발현한다”고 언급했다.
이번 전시 ‘색의 결, 획의 숨’은 김 작가 회화의 미학으로 수렴된다. “미술계에 입문할 당시에는 수묵화 운동을 전개하며 사실적으로 구현했다”면서 “그러나 이후 전통 수묵기법에 현대적 감각을 덧입혀 독자적인 회화를 선보이게 됐다”고 그는 말했다.
그림에서 발현되는 생동감과 온화한 시선은 삶의 체험에서 길어올린 사유와 깨달음의 결과다. ‘느린 풍경’, ‘남도’, ‘장춘’, ‘별을 보여드립니다’, ‘낮별’ 등 고향의 대지와 삶의 속도를 사유한 연작 앞에 서면 오랫동안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낮별’ 연작은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가치를 숙고하게 하는 작품입니다. 낮에도 분명 존재하지만 우리들 육안으로는 볼 수 없는 별을 초점화했어요. 그러나 인간은 크고 작은 욕망, 욕심에 붙들려 별빛을 보지 못하는데 그러한 모습을 은유한 그림이죠.”
김 작가에게 수묵은 전통 재료를 초월해 시간, 기억, 사유를 쌓아올리는 과정에 다름아니다. 단순한 듯 여운이 느껴지는 은은한 색감으로 구현된 화면은 오늘의 우리에게 아름다움이란 무엇인지, 삶의 의미는 무엇인지 등을 사유하게 한다.
/글·사진=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중앙대 명예교수인 한국화가 김선두(66). 그의 그림은 남도 그 자체다. 그러나 평범한 풍경은 아니다. 비범하면서도 깊이와 아우라가 느껴진다.
28일 현장에서 만난 김 화가는 “이번 전시는 제가 이제껏 선보인 것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전시”라며 “무엇보다 고향 남도에서 진행된다는 점에서 감회가 새롭다”고 전했다.
![]() 지난 28일 도립미술관에서 작품 설명을 하는 김선두 화가. |
한국 현대문학사에서 기라성 같은 소설가를 배출한 문림 장흥이 고향이라는 사실은 그에게 큰 자부심이었다. 더욱이 집안의 한학 가풍과 예술적 분위기는 그를 자연스럽게 예술가의 길로 들어서게 했다.
부친은 남종 문인화 거목으로 평가받는 소천(小泉) 김천두다. 김천두는 남농 허건과 월전 장우성에게 사사했다. 김천두는 아들 선두와 차남 김선일 그리고, 서울대 한국화과를 졸업한 손자 김중일로 이어지는 3대 화가의 맥을 형성했다.
가계에 흐르는 화맥은 고스란히 김선두에게도 전이됐다. 그만의 개성적이면서도 독보적인 화풍은 그러한 가계의 영향과 무관치 않다.
“남도 풍광을 그릴 때 가장 염두했던 것은 남들과는 다른 시각으로 구현하자는 것이었습니다. 화면 속 공간은 사람이 살지 않으면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버려진 땅이었죠. 하지만 애정이 깃든 눈으로 바라보자 그곳에서 생명력이 움트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이번 전시에서 김선두는 대작 위주의 작품 60여 점을 출품했다. 고향에 대한 기억이 오롯이 투영된 ‘남도 시리즈’를 비롯해 ‘아름다운 시절’ 등 주요 작품,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미공개 작품도 다수 포함돼 있다.
화가로서의 그의 여정은 1980년 일랑 이종상 화백에게 산수화의 장지 기법을 배우며 시작됐다. 1984년 제7회 중앙미술대전 대전을 수상하면서는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미술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 가운데 한명을 꼽으라면 미백 이청준 소설가다. 동향인 이청준 작가와 30여 년이 넘는 시간 예술적 교류를 이어왔던 것. 특히 임권택 감독의 영화 ‘취화선’에서는 오원 장승업의 그림 대역을 맡아 화제가 됐다.
김 작가는 자신의 작품 특징에 대해 “전통 한지인 장지에 동양화 분채와 안료를 혼합한 색을 수십 회 반복적으로 쌓아 올리는 방식”이라며 “장지가 지닌 고유의 물성은 색을 스며들게 하고 그 과정 속에서 색은 축적돼 고유의 색감을 발현한다”고 언급했다.
이번 전시 ‘색의 결, 획의 숨’은 김 작가 회화의 미학으로 수렴된다. “미술계에 입문할 당시에는 수묵화 운동을 전개하며 사실적으로 구현했다”면서 “그러나 이후 전통 수묵기법에 현대적 감각을 덧입혀 독자적인 회화를 선보이게 됐다”고 그는 말했다.
그림에서 발현되는 생동감과 온화한 시선은 삶의 체험에서 길어올린 사유와 깨달음의 결과다. ‘느린 풍경’, ‘남도’, ‘장춘’, ‘별을 보여드립니다’, ‘낮별’ 등 고향의 대지와 삶의 속도를 사유한 연작 앞에 서면 오랫동안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낮별’ 연작은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가치를 숙고하게 하는 작품입니다. 낮에도 분명 존재하지만 우리들 육안으로는 볼 수 없는 별을 초점화했어요. 그러나 인간은 크고 작은 욕망, 욕심에 붙들려 별빛을 보지 못하는데 그러한 모습을 은유한 그림이죠.”
김 작가에게 수묵은 전통 재료를 초월해 시간, 기억, 사유를 쌓아올리는 과정에 다름아니다. 단순한 듯 여운이 느껴지는 은은한 색감으로 구현된 화면은 오늘의 우리에게 아름다움이란 무엇인지, 삶의 의미는 무엇인지 등을 사유하게 한다.
/글·사진=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