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계엄, 내란 규정…위로부터의 내란은 전두환보다 위험
한덕수 징역 23년 선고 의미
친위 쿠데타에 해당…위험성 중대
민주·법치주의 신념 뿌리째 흔들어
자칫 어두운 과거로 회귀했을 수도
국민의 용기로 내란 조기종료된 것
2026년 01월 21일(수) 20:15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해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징역 23년의 중형을 선고받으면서 법적으로 ‘12·3 비상계엄은 내란’임이 공식화됐다.

나아가 재판부는 이번 내란이 친위 쿠데타 성격의 ‘위로부터의 내란’에 해당하는 만큼, ‘아래로부터의 내란’에 해당하는 기존의 내란 사건보다 위험성이 중하다고 판시했다.



◇“12·3비상계엄은 내란”=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부장판사 이진관)는 21일 한 전 총리에 대한 선고 재판에서 “12·3 비상계엄은 내란 행위에 해당한다”고 못박았다.

재판부는 12·3 비상계엄을 두고 윤석열 전 대통령이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다수인을 결합해 유형력을 행사하고, 해악을 고지해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위력이 있는 폭동을 일으킨 행위라고 보고 형법 제87조를 위반한 내란 행위로 규정했다.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헌법에 따라 보장되는 의회, 정당 제도 등을 부인하는 내용의 포고령을 발령했으며, 군 병력과 경찰공무원을 동원해 국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을 점거·출입 통제하거나 압수·수색한 점 등이 모두 내란 행위로 인정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같은 행위가 헌법이 정한 민주적 절차가 아니라 폭력 등의 수단에 의해 헌법기관의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고, 헌법 또는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12·3 내란은 ‘친위 쿠데타’=재판부는 12·3 내란의 성격이 ‘친위 쿠데타’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같은 ‘위로부터의 내란’은 국민이 선출한 권력자가 헌법과 법률을 경시하고 내란 행위를 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신념 자체를 뿌리째 흔들기 때문에, ‘아래부터의 내란’보다 훨씬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세계사적으로도 친위 쿠테타 이후 수많은 권력자들이 독재자가 되고, 국민의 생명·재산 등 기본권이 본질적으로 침해되는 등 국가와 사회 전반이 회복하기 어려운 혼란에 빠진 사례를 많이 볼 수 있었다는 것이 재판부 설명이다.

재판부는 “12·3 내란으로 인해 대한민국은 자칫하면 국민의 기본권과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가 유린당했던 어두운 과거로 회귀해 독재 정치라는 수렁에서 장기간 헤어나오지 못하게 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기존 내란과 비교 불가”=재판부는 12·3 내란이 기존의 전두환씨 등이 획책한 12·12 군사정변, 5·17 내란 등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더 위험하며, 이 때문에 기존 내란 사건에 관한 대법원 판결들을 이번 사건에 대한 판단 기준으로 삼을 수 없다고 했다.

기존 내란 사건이 발생했던 시기와, 12·3 내란이 발생한 시기의 대한민국의 국제적인 위상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난다는 점에서다.

재판부는 “대한민국은 현재 선진국으로 인정받고 있고, 국제 무역과 정치 등에 있어 위상도 기존과 비교할 수 없다”며 “이러한 대한민국에서 친위 쿠데타가 발생했다는 사실로 인해 생긴 경제적, 정치적 충격은 기존 내란 행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라고 판시했다.

◇尹 ‘계몽령’ , 어불성설=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 측의 “계몽령” 취지의 주장,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고, 내란 행위 자체가 몇 시간 만에 종료돼 사안이 경미하다”는 주장들도 일축했다.

12·3 내란으로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고 내란 행위가 조기 종료된 것은 무장한 계엄군에 맨몸으로 맞서 국회를 지킨 국민의 용기에 의한 것이며, 결코 12·3 내란 가담자에 의한 게 아닌 만큼 형을 정하는 데 있어 깊이 고려할 사정이 아니라는 것이 재판부 판단이다.

재판부는 “12·3 내란은 위헌, 위법한 주장에 불과한 계몽적 계엄, 잠정적 계엄, 경고성 계엄을 당연한 듯 주장하는 사람들, ‘서부지법 폭동’ 사태처럼 자신의 정치적인 입장을 위해 헌법과 법률을 쉽사리 위반할 수 있는 사람들, 민주주의의 근본이 되는 선거 제도를 정당한 근거 없이 부정하는 사람들의 잘못된 주장이나 생각을 양산하거나 그 상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었다”고 일갈했다.

◇사과, 진정성 없어=재판부가 한 전 총리에 대해 그동안 재판에서 책임을 회피해 오다 최후진술에 이르러서야 사과를 했다는 점에서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한 점도 주목받고 있다.

재판부는 “한 전 총리는 국무총리로서 12·3 내란의 진실을 밝히고 그에 합당한 책임을 지기는커녕, 사후 자신의 안위를 위해 비상계엄 관련 문건을 은닉하고 비상계엄 선포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진 것처럼 보이기 위해 허위공문서를 작성했다가 폐기했으며, 헌법재판소에서 위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판에서 12·3 내란과 관련해 ‘공개적으로 제지하지 못했다’고 했다가, 증거 조사를 거쳐 범죄사실이 탄로나 최후진술에 이르러서야 사과했으나 진정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내란 행위를 사전에 차단할 필요가 있고,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내란 행위에 가담한 사람들을 무겁게 처벌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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