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이란 사태와 중국- 이남주 성공회대 인문융합자율학부 교수
2026년 01월 20일(화) 00:20
새해 벽두부터 국제사회에서 막장 드라마가 전개되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연 배우 역할을 하고 있다. 트럼프는 유엔 소속 국가인 베네수엘라 영토에서 군사작전을 전개해 현직 대통령 마두로(Nicolas Maduro Moros)를 미국으로 체포해 왔고, 덴마크령 그린란드의 영토 편입을 추진하고 있다. 국제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다. 이란에서는 시위에 대한 폭력적 진압으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는데 이에 트럼프는 군사 개입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중동 지역에서 대규모 군사 충돌을 초래할 수 있어 이스라엘마저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성은 국제관계의 상수이지만 해외에서의 군사 행동에는 소극적이라 파국적 사태는 출현하지는 않으리라는 일말의 기대도 있었다. 그 기대는 이제 비현실적으로 보인다.

공교롭게도 베네수엘라와 이란 사태는 모두 중국과 관련이 있다. 중국은 미국의 제재를 받는 두 국가로부터 상당량의 원유를 수입하고 긴밀한 정치관계를 유지해왔다.

트럼프는 베네수엘라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차단하는 것을 중요한 목표로 언급했다. 작년 12월 트럼프 행정부가 발표한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에서 “비(非) 서반구의 경쟁자들이 우리의 경제이익을 훼손하고 미래에는 전략적으로 우리에게 해를 끼칠 방식으로 서반구로 대거 진입하고 있다”는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이란의 혼란은 중국의 중동정책에 어려움을 증가시킨다. 게다가 트럼프는 11일 이란과 교역하는 국가에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도 발표했는데 중국도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최근 사태가 중국의 입지를 약화시키고 있다는 평가가 있다. 베네수엘라로부터의 원유 수입은 중국 총수입량의 7% 정도이고, 이란으로부터의 수입량은 그보다는 조금 더 많은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이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하겠지만 다른 원유 수입원으로 보완할 수 있는 규모이다. 당장 이들로부터의 원유 수입이 차단되는 것도 아니다.

베네수엘라의 임시 대통령 등 주요 직책을 친(親) 마두로 세력이 차지하고 있어 베네수엘라 정국이 트럼프의 뜻대로 움직일지도 미지수이다. 중국은 이란의 대외정책에 대한 우려로 이란과의 경제·정치 관계를 조절해왔다. 2021년 3월 중국은 이란과 4000억 달러의 규모의 대이란 투자를 포함한 협력 협정을 체결했으나 투자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대신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관계를 적극적으로 발전시켰다.

베네수엘라와 이란 사태가 중국의 정치적·경제적 이익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만 만회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힌 것은 아니다. 중국은 최근 사태에서 전략적 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 국제법을 완전히 무시하는 트럼프의 행태는 많은 국가들의 반감을 사고 있고, 적지 않은 국가들이 미국발 리스크를 헤징하는 방편으로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1월에만 EU 회원국인 아일랜드 마틴(Micheal Martin) 총리와 미국과 인접한 캐나다 카니(Mark Joseph Carney) 총리가 양국 총리로서는 각각 14년, 7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EU의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 부과와 그에 따른 중국의 보복 조치 등으로 인한 마찰도 1월 들어 전기차 가격 하한선을 정하는 방식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트럼프가 베네수엘라, 그린란드, 이란 등의 문제를 빠른 시간 내에 마무리하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을 경우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행동반경이 더 넓어질 것이다. 미국이 이라크 내전의 수렁에 빠진 상황에서 중국이 아프리카, 중남미로 전방위 외교를 펼쳤던 상황이 재현되는 셈이다.

올해도 국제사회의 불확실성은 높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요하게 볼 부분은 최근 사태가 4월 예정된 트럼프의 방중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이다. 미국이나 중국 모두 3자 문제로 양국관계가 악화되는 것은 원치 않아 현재의 미·중의 소(小)타협 국면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트럼프의 즉흥적 외교는 언제든지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이 올해 시무식에서 외교 다변화를 강조한 바 있다. 최근 상황은 외교 다변화가 구호에 머물러서는 안 되고 실질적 내용을 채워가야 하는 이유를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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