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곳곳이 살아있는 작품… ‘예술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글로벌 현대미술의 현장 상하이 아트위크를 가다 (상)]
5일간 열리는 亞 대표 아트페어·미술 이벤트
건물 벽면에 디스플레이, 고전 회화에 생동감
원작의 장엄함과 디지털 기술 결합 몰입감 높여
웨스트번드, 옛 공장 건물에 예술로 새 숨결
시안미술관·탱크상하이 등서 분산 개최
독특한 건축·큐레이션, 거대 예술도시 형성
2026년 01월 12일(월) 07:30
중국의 국보 1호로 불리는‘청명상하도’는 북송 수도였던 개봉(開封·카이펑)의 청명절 풍경을 그린 작품으로 상하이 아트위크에서 128m 길이의 미디어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지난해 11월 개최된 ‘2025 상하이 아트위크’(Shanghai Art Week, 11월13~17일)는 중국 상하이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현대미술 주간으로, 아시아를 대표하는 아트페어와 미술이벤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5일간 상하이의 웨스트 번드(West Bund), 푸동 등 문화 명소에서 진행된 상하이 아트위크는 ‘예술은 어디에나 존재한다:Global Art in Shanghai-Living with Art’를 주제로 여러 개의 아트페어와 축제가 어우러져 근래 현대미술의 메카로 부상한 중국의 역동성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글로벌 현대미술 시장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는 상하이 아트위크를 두 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중국 상하이에 도착해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시립미술관인 ‘중화예술궁’(中華藝術宮)이었다. 중화예술궁은 지난 2010년 상하이 엑스포 중국관을 개조한 공간으로, 웅장한 붉은 건축물 자체가 예술적 상징성을 지닌다. 거대한 미디어 작품인 ‘청명상하도’(淸明上河圖)가 유명한 미술관이다. 단순한 그림을 넘어, 북송 시대의 도시와 인간 군상을 생생히 담아낸 거대한 서사화인 이 작품을 상하이 예술궁에서 감상하는 경험은 원작의 장엄함과 현대적 디지털 복원이 결합되어, 관람객에게 시간 여행 같은 몰입감을 선사한다.

‘청명상하도’는 중국 국보 1호로 불리며, 북송 수도 개봉(開封·카이펑)의 청명절 풍경을 그린 작품이다. 길이 582cm의 두루마리 형태로 시장, 다리, 강변, 사람들의 생활을 세밀하게 묘사해 당시 도시의 활기를 생생히 보여준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단순한 풍속화가 아니라, 사회·경제·문화의 총체적 기록이라는 미술사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미디어로 구현된 작품의 총 길이는 128m에 달한다. 청명상하도 전시는 별도의 유료관(20위안)으로 운영되며, 디지털 복원과 멀티미디어 전시를 통해 원작의 장대한 스케일을 체험할 수 있다.

먼저, 벽면 전체를 활용한 디지털 디스플레이는 그림 속 인물과 풍경을 움직임과 빛으로 재현해, 정적인 고전 회화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감각을 선사한다. 관람은 자연스럽게 ‘걷는 독서’가 된다. 그림 속 인물 하나하나가 살아 움직이며, 관람객은 마치 북송 시대의 거리를 직접 거니는 듯한 몰입을 경험하게 되기 때문이다. 날것 그대로의 세밀함으로 장터의 소란, 다리 위의 교통, 강변의 배와 사람들은 오늘날 도시의 풍경과도 겹쳐지며,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감각을 불러 일으킨다.

지난 2010년 상하이 엑스포 중국관으로 쓰였던 중화예술궁은 상하이를 대표하는 시립미술관이다.
상하이 방문 둘째날, 웨스트번드 아트페어(West Bund Art)를 관람했다. 황푸강의 물결이 잔잔히 일렁이던 늦가을 오후, 필자를 비롯한 일행은 상하이 웨스트번드 예술특구의 심장부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때 산업의 숨결이 가득하던 이곳은 이제 예술의 숨결로 가득 차 있었다. 녹슨 철골과 벽돌의 결이 살아 있는 옛 공장 건물들은, 마치 과거의 기억을 품은 채 새로운 생명을 얻은 듯, 묵직한 존재감으로 관람객을 맞이했다.

2014년 상하이 쉬후이구 정부의 도시 재생 프로젝트로 시작된 웨스트 번드 아트페어는 황푸강 서쪽의 옛 공장지대 ‘룽텅대로’를 예술특구로 조성한 곳으로 핵심 시설인 ‘롱 미술관(Long Museum)’, ‘유즈 미술관(Yuz Museum)’, ‘탱크 상하이(Tank Shanghai)’ 등 대형 미술관들이 잇따라 들어섰다.

웨스트번드는 ‘높은 문턱’의 정제된 아트페어로, 국제적 갤러리와 컬렉터 유치에 성공하여 올해의 아트페어는 시안미술관, 탱크상하이, 상하이 아트센터 등에서 분산 개최됐다. 각기 다른 건축적 개성과 큐레이션 전략이 접목돼 하나의 거대한 예술 도시를 형성한 듯한 인상이었다. 전시장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감각의 미로였고, 시간의 층위를 따라 걷는 산책로였다.

2025 상하이 웨스트번드 아트페어에 출품된 일본 출신의 세계적인 작가 쿠사마 야요이의 ‘노란 호박’.
본전시에 참여한 런던의 화이트큐브(White Cube), 파리와 홍콩을 잇는 페로텡(Perrotin), 베를린의 에스더 쉬퍼(Esther Schipper), 잘츠부르크의 타다우스 로팍(Thaddaeus Ropac), 도쿄의 화이트 스톤(Whitestone), 하우저앤워스는 웨스트번드의 국제적 위상을 증명하는 듯 했지만 그 빛은 예전보다 흐릿했다.

다양한 국가의 갤러리들이 참여했지만, 그 중심은 예전(코로나 이전)만 못했다. 본전시인듯한 공간에 한국의 아라리오 갤러리와 2층 다수의 중국갤러리 참여 속에 그림손 갤러리가 참여해 반가웠고, 그들이 선보인 한국 작가들의 작품은 여전히 강렬한 에너지를 품고 있었다. 그러나 그 작품들조차도 갤러리의 소장품 위주로 구성돼 신선한 발견의 기쁨보다는 익숙한 재회에 가까웠다.

2015~2019년 코로나 전까지 ‘3월 홍콩, 11월 상하이’라는 공식이 생길 정도로 아시아 미술 시장의 양대 축으로 성장했지만 같은 해 출범한 ART021과 선의의 경쟁을 통해 상하이 아트위크를 공동 형성했다. 유럽, 미국, 한국 등 세계 각국의 갤러리와 작가들이 참여하며 글로벌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매년 11월 중국 상하이 국제컨벤션센터(West Bund ICEC)에서 열리는 ‘웨스트 번드 아트페어’에는 세계적인 갤러리들이 대거 참여한다.
하지만 최근 도전과 변화를 겪고 있으며 중국 본토의 높은 미술품 세금과 정치적 규제로 외국 갤러리 유치에 어려움이 발생하였고 2022년부터 서울에서 프리즈가 개최되며, ‘9월 서울’이 새로운 아시아 미술 허브로 부상하게 된다. 상하이는 아시아 Top 2 자리를 서울에 내주며 쇠락의 징조를 보이기 시작한다.

한때는 ‘11월의 상하이’가 아시아 미술 시장의 정점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서울 프리즈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져 있다. 그 여운은 전시장의 공기 속에도 어렴풋이 감돌았다. 본전시 외곽에 배치된 B급 중국 갤러리들의 구성은 다소 아쉬웠다. 작위적인 설치와 과잉된 상업성이 뒤섞인 작품들은, 이 페어가 과거에 지녔던 정제된 품격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웨스트번드의 진정한 매력은 공간 그 자체에 있었다. 아트센터 내부의 철골 구조가 그대로 드러난 전시장, 벽돌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 콘크리트 바닥에 스며든 시간의 흔적. 이 모든 것이 작품과 어우러져, 마치 도시의 심장을 직접 만지는 듯한 감각을 선사했다.

특히 전시장에서 만난 한 설치작품은, 낡은 기계 부품과 천 조각을 엮어 만든 거대한 구조물로, 마치 과거의 공장 노동자들이 남긴 기억의 파편 같았다. 그 앞에 서자, 예술이란 결국 공간과 시간, 그리고 인간의 흔적이 만들어내는 공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현우 (예술문화기획자)

▲ 조선대 미대 및 동 대학원 졸업.

▲ 중국 로신미술학원 유학.

▲ (재)담양군문화재단 담빛예술창고 관장 등 역임.

▲ 현 광주문화예술 융성포럼,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운영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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