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받고 했다면 못했을 봉사…끝까지 해야죠”
‘제37회 아산상’ 수상 포스코 봉사단 이언정씨
상금 2000만원 기부…광양서 10년 넘게 무료급식 봉사
누적 1만5000시간 봉사…장애인·환경·미술관 등서 활동
2026년 01월 11일(일) 19:55
이언정씨가 재가 어르신 식사 배달 도시락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이언정씨 제공>
포스코 광양제철소 봉사단 사랑나누기의 총무 이언정(여·59)씨의 하루는 새벽 동이 트기 전 시작된다.

10년 넘게 광양 YWCA에서 오전 무료급식 봉사를 이어오고 있는 그는 누구보다 먼저 일어나 분주하게 아침 식사 준비를 하고 오후에는 중마장애인복지관을 찾아 재가 봉사를 진행한다. 이외에도 미술관 봉사, 환경단체 봉사 등 손길이 필요한 곳이라면 광양 어디든 찾아가 돕는다.

이씨가 최근 ‘제37회 아산상’(자원봉사 부문)을 수상했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이 주관하는 아산상은 현대그룹 창업주인 아산 정주영 선대 회장의 호를 따 1989년에 만들어졌다.

이씨는 상금 2000만원을 중마장애인복지관 등에 전액 기부하며 또 다른 사랑을 실천했다.

부산에서 태어난 그는 28살에 결혼과 동시에 남편이 일하는 광양으로 옮겨왔다. 이 씨의 봉사 인생은 2011년 남편이 재직 중인 포스코 봉사단체에서 여성 회원을 모집하면서 시작됐다. 이씨는 지역아동센터, 장애인복지관 등을 찾아 봉사하며 누군가를 돕는 재미를 알게됐다.

“전날 먹은 도시락 통에 삐뚤빼뚤한 글씨로 적은 쪽지가 담겨있을 때가 있어요. 늘 잘 먹고 있다며 마음을 표현해주신거죠. 급식 지원을 받는 어르신이 두 손을 꼭 잡으며 진심어린 목소리로 덕분에 살아갈 힘이 난다고, 너무 고맙다며 마음을 표현해 주실 때 감동을 받고 힘을 얻어요. 고맙다는 말과 함께 저를 바라보는 진심어린 눈빛은 그 무엇보다 따뜻하죠.”

이 씨의 밝은 미소 뒤에는 어린 시절의 아픔이 있다. 세 살 때 겪은 사고로 왼손 엄지손가락 일부가 절단된 그는 학창 시절 내내 위축된 삶을 살았다. 친구들의 짖궂은 놀림에 왼손을 늘 주머니에 감추고 다녔고 성격은 소심해져만 갔다.

이 씨는 봉사를 시작하며 대인관계 자신감도 회복하고 성격도 긍정적으로 변했다고 강조했다.

“봉사 현장에는 늘 나보다 더 어렵고 힘든 사람들이 있었어요. 봉사차 찾은 장애인복지관의 휠체어 장애인 한 분이 멀리서부터 환하게 웃으면서 반겨주셨어요. 그때 스스로가 정말 못났다고 생각했어요. 겨우 손가락 절단된 걸로 오랫동안 마음의 문을 닫고 살았던 게 참 부끄러웠죠. 도움을 주기 위해 찾아간 곳에서 되려 더 배우고, 삶의 활력을 얻고 돌아온다는 점에서 봉사는 내 것을 주는게 아닌 받는 일 같기도 해요.”

1365 자원봉사 포털과 사회복지 자원봉사 인증관리(VMS) 시스템에 등록된 이 씨의 누적 봉사 시간은 1만 5000여 시간에 달한다. 이 실적을 바탕으로 2023년 광양시 올해의 봉사왕상을 받았으며 2024년에는 포스코로부터 가족 합산 1만 시간 인증패를 수여받았다. 광양시 여성으로서는 최초 수상 사례다.

그는 이 모든 활동을 지속할 수 있었던 건 대가를 바라지 않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아마 돈을 받고 매일 양파와 마늘을 까야 했다면 절대 못했을거예요. 돕고자 하는 진실된 마음이 담긴 일이라서 지금까지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무료급식소의 어르신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 행복하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게 말로 표현못하게 뿌듯하죠. 이제는 제2의 고향이 된 광양에서 여력이 닿을 때까지 봉사하며 살아갈거예요.”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이 기사는 광주일보 홈페이지(www.kwangju.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www.kwangju.co.kr/article.php?aid=1768128900794307028
프린트 시간 : 2026년 01월 12일 07:4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