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말의 해 - 박성천 문화부장
2026년 01월 05일(월) 00:20
제야의 종소리가 울려 퍼진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새해도 닷새째를 맞았다. 올해는 육십 간지의 43번째인 병오년(丙午年) ‘붉은 말의 해’(적토마·赤兎馬)다. 천간(天干)인 병(丙)은 붉은 빛을, 지지(地支)인 오(午)는 말을 의미한다.

오래 전부터 말은 빠른 이동과 운송을 책임졌다. 근대의 교통 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 무거운 짐을 운반하고 먼 거리를 오가는 데 있어 말을 대체할 수단은 없었다. 전장에서도 말은 기동력을 확보하는 중요한 도구이자 무기였다. 세상의 경계를 넓히고 문명을 견인하는 존재로서 말의 위상은 여느 동물과 다른 위상을 점했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말 타는 민족’으로 불렸다. 말과 관련된 다양한 기록은 친근하면서도 상서로운 동물로 인식돼왔음을 보여준다. 삼국지 위서 동이전에는 “부여의 명마와 재래의 과하마라는 두 종류의 말이 있다. 예나 부여에서는 말을 재산으로 간주해 재물과 바꿀 수 있다”는 내용이 나온다. 말이 가축을 넘어 국가적 차원의 재산으로 중요하게 관리돼왔다는 것을 전제한다.

말과 관련 긍정적인 부분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말이 지닌 강한 성정, 야생적인 기질 때문에 ‘말띠 여자는 팔자가 세다’는 편견도 전통 관념에 남아 있던 게 사실이다. 일부종사, 부부유별 같은 유교적 사상은 오랫동안 순종 등 가치를 미덕으로 삼았었다. 하지만 현대적 시각에서 말이 상징하는 진취성 등은 전혀 다른 의미를 환기한다.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로 보내라’는 속담은 환경의 중요성뿐 아니라 도전정신의 의미도 함의한다.

경기 불황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데다 세계정세는 여전히 유동적이다. 하루에 천리를 달린다는 ‘붉은 말의 해’가 반가운 것은 그 뜻만으로도 희망적이기 때문이다. 국운이 상승할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문제는 적토마의 고삐를 어떻게 잡고 앞으로 나아가느냐에 달려 있다. 그동안 술에 취한 미치광이 주인공이 날뛰는 모습을 영화나 드라마, 역사소설 등에서 보아왔다. 명민하면서도 책임감과 추진력 있는 ‘기수’가 적토마를 잘 끌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박성천 문화부장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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