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땅·인간을 잇는 동물…적토마처럼 힘차게 달리자
丙午年- 붉은 말의 해
인간과 함께 길 열고 세계 넓혀온 동물
기마민족에 말은 가축 넘어 국력의 일부
붉은 말, 자유로움과 강한 에너지 상징
2026년 01월 01일(목) 18:00
그림 = 김해성 작가 ▲조선대 미술대학·동 대학원 졸업 ▲조선대 평생교육원 전담교수 ▲한국미술협회 이사 ▲퀠른아트페어 등 단체전 500여회 참여
2026년 병오년(丙午年), 육십 간지의 43번째인 ‘붉은 말의 해’를 맞이했다.

천간(天干)인 병(丙)은 붉은빛을, 지지(地支)인 오(午)는 말을 뜻한다. 병오년이 ‘붉은 말의 해’로 불리는 이유다. 십이지의 말은 방위상으로는 정남방향, 시간 상 오전 11시에서 오후 1시, 달로는 음력 5월을 지키는 신이다.

말은 예로부터 인간의 삶과 가장 가까운 동물로, 길을 열고 세계를 넓혀 온 존재였다. 무거운 짐을 나르며 사람의 곁을 지키기도 했고 때로는 들판을 가르며 앞선 길을 열었다. 이동과 운송, 농경과 전쟁, 통신에 이르기까지 말은 문명을 확장시키는 중요한 동력이었다.

우리 조상들은 스스로를 ‘말 타는 민족’이라 여겼다. 삼국지 위서 동이전에는 “부여의 명마와 재래의 과하마라는 두 종류의 말이 있다. 예나 부여에서는 말을 재산으로 간주해 재물과 바꿀 수 있다”는 등 말 관련 기록이 많다. 말이 단순한 가축을 넘어 재산이자 국력의 일부로 인식됐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말은 하늘과 땅, 인간을 잇는 상서로운 동물로 여겨져 왔다. 동부여 금와왕 신화와 신라 시조 박혁거세 신화에서 말은 임금의 탄생을 알리는 영물로 등장하며, 하늘의 뜻을 전하는 사신의 역할을 맡는다. ‘기마인물도’, 쌍영총의 ‘기마상’, 신라와 가야의 ‘기마인물상’에서 보이듯 말은 죽은 이의 영혼을 태우고 저승으로 향하는 신마로 묘사된다.

특히 삼국지 등에 등장하는 ‘적토마(赤兎馬)’는 하루에 천 리를 달릴 수 있는 희대의 명마다. 붉은 빛이 감도는 털과 토끼에 비견될 만큼 빠른 속도를 자랑한다는 적토마는 강인한 전사와 승리의 상징이었다.

한편 말의 강하고 거침없는 기운 때문에 “말띠 여자는 팔자가 세다”는 속설도 전해진다. 여성에게 온순함과 순종이 미덕으로 여겨지던 시절, 자유롭고 거침없는 말의 이미지가 기존의 여성상과 어긋난다고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는 해석이 달라진다. 말을 추진력과 주체성의 상징으로 본다면 말띠 여성은 오히려 현 사회가 요구하는 적극성과 책임감을 갖춘 리더로 볼 수 있다.

붉은 말은 자유로움과 강한 에너지를 상징한다. 병오년은 이러한 기운이 본격적으로 드러나 새로운 기회나 변화의 가능성이 커지는 해로 풀이된다. 붉은 말의 기세처럼 모두가 뜻한 바를 시원스럽게 이뤄가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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