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광주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심사평
“불안을 불온한 문장으로 발화…개성적 필력에 신뢰”
2026년 01월 01일(목) 16:00
소설가 전성태
“불안을 불온한 발화로 전달하는 필력 뛰어나”

추억과 상실을 주조음으로 하는 회고형 서사와 웹소설 형식으로 창작된 소설이 많았다. 회고담에 아쉬움이 있다. 사연이 소설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좋은 소설은 현대 소설이 도달한 감수성과 표현 방법까지 아우른다. 다시 말해 문학작품 역시 문학사와의 대화 가운데서 태어난다. ‘소설로 쓰면 책 몇 권은 되리라’는 이웃의 사연이 결코 소설이 될 수 없는 이유다. 당연히 심사는 ‘지금, 여기’라는 한국문학의 현장에서 전통과 갱신에 값하는 글쓰기를 수행한 신인을 찾아내려고 한다.

다음 네 편이 눈에 띄었다. ‘문 앞의 시간’은 시스템에 갇힌 택배 노동자의 이야기를 환상과 미스터리적 기법으로 다루고 있다. 시스템의 무한반복성과 노동(자)의 복제라는 핵심 키워드를 서술자의 언술로 제시할뿐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어느 보통날에 우리는……’는 중고거래앱을 통해 만난 세 인물이 시간을 함께 보낸다는 설정이 신선한 가운데 그들이 나누는 대화가 노골적이어서 마치 주제를 시연하려고 세 사람을 불러 세운 것처럼 보였다. 유품을 매물로 내놓은 이유가 애도의 방식이라는 진술 역시 이해하기 어려웠다. ‘아저씨 줍다’는 난데없이 난입한 이웃 아저씨와의 사연을 블랙코미디처럼 다루고 있다. 아저씨라는 문제 인물이 소설의 메시지를 내포하여야 마땅할 듯 한데 제대로 그려지지 않아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했을까, 의문으로 남는다.

‘밀봉된 마음’은 월식이 있는 심야의 카페가 배경이다. 소설은 시종일관 불안에 압도된 여자의 내면을 보여주는 데 몰두한다. 불안 장애의 원인이랄까 트라우마를 소설은 몇 가지 정황으로 제시한다. 여자는 원룸에서 생활할 때 투신한 이웃이 있었고 그 죽음을 목격한 바 있다. 위험에 처한 자살자를 돕지 못했다고 자책한다. 그리고 유년기에 아버지의 폭력을 겪었고, 최근에는 남편에게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 근래에 많이 다루어진 소재이지만 불안을 불온한 문장으로 발화하는 방식에서 이 소설의 성취가 간단치 않다. 소설은 인물의 사연보다 그녀가 앓는 불안의 심급을 체감하게 한다. 선명한 통증이지만 손에 잡히지 않는, 삶의 기미를 포착하는 솜씨와 그 무늬를 매우 개성적으로 새겨내는 필력에 신뢰가 갔다. 신인을 반갑게 맞는다.





▲중앙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졸업

▲한국일보문학상, 이효석문학상, 현대문학상 등 다수

▲국립순천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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