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교체 등 ‘호남의 힘’ 보여준 2025년
오월정신으로 정권 교체 이루고 신산업 육성 전기 마련
2025년 12월 31일(수) 00:20
을사년(乙巳年) ‘푸른 뱀의 해’가 저문다.

계엄을 청산하고 정권 교체를 이뤄낸 데는 광주의 오월정신이 있었다.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는 광주는 물론 국민들의 혈관 속에 내재해 있던 오월정신을 깨워 탄핵을 통해 정권 교체를 이뤄냈다. 한강 작가의 말처럼 오월정신은 ‘과거가 현재를, 죽은 자가 산 자를 살리는 일’을 해냈다.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광주·전남은 미래 성장동력인 신산업 육성 수혜를 입었다. 정부의 ‘AI 3대 강국’ 정책에 따라 광주는 인공지능을 산업 전반에 적용하는 ‘AX 실증밸리’ 조성 기반을 마련했고 전남은 ‘국가 AI 컴퓨팅센터’를 유치했다. AI와 함께 광주의 3대 성장산업인 미래차와 반도체도 새 정부의 육성 정책과 궤를 같이한다. 전남은 정부의 에너지 대전환 정책의 최대 수혜자로 차세대 에너지원인 인공태양 연구시설을 유치해 에너지 수도로서 입지를 다졌다.

광주·전남의 공동 현안이자 18년 숙원인 광주 군·민간 공항 무안 이전 합의는 올해 최대 성과로 꼽을만하다. 이재명 대통령의 적극 지원 약속에 따라 정부가 개입하면서 무안 이전을 이끌어 냈다. 광주 공항 이전은 무안국제공항을 대한민국의 서남권 관문 공항으로 도약시키고 광주 이전부지를 광주형 실리콘밸리로 탈바꿈시키는 계기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광주시가 도시철도 2호선 1단계 공사 구간 도로를 6년만에 개방한 것은 시민 불편이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강기정 시장은 기한을 정해두고 개방하지 못할 경우 퇴직하겠다는 배수진으로 약속을 지켰다. ‘더현대 광주’가 전방·일신방직 부지에서 첫 삽을 뜬 것은 복합쇼핑몰 3종 세트의 시작을 알리는 일로 ‘꿀잼도시’ 광주가 눈앞에 다가왔음을 보여준다. 다만 골목상권과 상생하기 위한 방안 마련은 좀 더 촘촘한 계획이 뒤따라야 한다는 과제도 안겼다.

11월 27일 나로우주센터에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4차 발사가 성공함으로써 고흥이 우주항공 중심지라는 것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처음으로 민간기업이 전 과정을 주관해 한국의 우주항공 산업이 정부 주도에서 민간으로 넘어가는 ‘뉴 스페이스’ 시대를 맞았다는 의미도 있다.

안타깝고 아쉬운 일도 많았다. 5월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는 도심 공장이 화약고라는 사실을 인식시켰다. 화재로 광주공장 이전 여론이 일면서 함평 신공장으로 이전을 앞당기는 계기가 됐다. 광주대표도서관 건설 현장 붕괴로 4명이 사망한 사건은 4년 전 HDC현대산업개발의 아파트 붕괴와 철거 현장 붕괴 사고의 악몽을 떠올리게 했다. 공공 발주 현장에서 발생한 참사라는 점에서 아픔이 더 컸고 공동 시공사의 부도와 공사기한을 맞추기 위한 무리한 일정이 예견됐는데도 관리 감독이 부실했다는 오점을 남겼다.

지난 7월과 8월 광주·전남에 몰아친 극한 호우는 이상기후로 일상이 돼가는 기상이변에 대비한 사회 전반의 시스템 점검 필요성을 제기했다. 기상관측 이래 역대 최고 수준인 강수량에 광주천이 범람해 인명 피해가 발생했는데 배수관로를 포함한 도심 하천 정비의 시급함을 인식시켰다.

석유화학과 철강 산업의 위기는 여수·광양 등 전남 동부권의 산업지도를 새로 짜야 한다는 과제를 안겼다. 여수산단의 석화 기업들이 정부의 요구에 따라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여수 경기는 최악의 침체를 겪고 있는데 호황과 침체를 반복하는 전통 산업의 경기 사이클에 대비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12·29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들은 1주기를 맞아서도 무안공항을 떠나지 못했다. 진상 규명이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인데 최근 대통령이 사죄와 함께 독립적인 조사기구를 통해 진상 규명에 적극 나서고 유가족을 지원하라고 주문하면서 속도가 붙게 된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런 일이다.

을사년은 정권 교체를 통해 호남인의 힘을 보여줬고 광주·전남 지역민에겐 신산업 육성이라는 희망을 안긴 한 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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