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장소에 투영된 기억과 사건
이세현 작가 사진전 ‘푸른 낯, 붉은 밤’
동구 미로센터서 내년 1월 2일까지
2025년 12월 29일(월) 17:50
‘5·18 사적지 옛 505보안부대’
‘제주 4·3 학살터 정방폭포’
‘푸른 낯, 붉은 밤’은 다분히 은유적인 표현이다. 하얀 밤, 캄캄한 밤이 보편적인 표현이다. 작가의 심미적 감성은 낯을 푸르게, 밤을 붉게 인식한다는 의미다. 작가가 바라보는 대상, 피사체, 역사적 사실은 다분히 기억, 시대성과 조응한다는 것을 전제한다.

이세현 작가 사진전 ‘푸른 낯, 붉은 밤’이 동구 미로센터에서 진행 중이다. 내년 1월 2일까지. (사)광주미술상운영위원회(이사장 오건탁)가 주관하는 이번 전시는 올해의 광주미술상 수상을 계기로 마련됐다.

이 작가는 그동안 역사적 장소를 모티브로 그곳에 투영된 기억과 사건을 다양한 방식으로 구현해왔다. 일상이 사건이 되고, 사건이 기억이, 역사가 되는 과정을 자신만의 관점으로 형상화해왔다.

이 작가는 지난 6월 수상소감에서 “광주미술상은 미술계 선배들이 주시는 의미 있는 상이라 꼭 받고 싶었다”며 “수상을 계기로 더욱 작업에 정진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시장에서 만나는 작품들은 ‘역사’라는 렌즈로 바라본 대상들이 대부분이다. 현대사의 아픔이 밴 역사적 공간들은 세월이 흐름과 무관하게 상흔의 기억을 오버랩시킨다.

5·18사적지인 ‘옛 505보안부대’는 광주5·18민주화운동의 고통과 상처가 드리워져 있다. 어둑해지는 저녁 창문을 통해 비치는 붉은빛, 파란빛, 보랏빛, 연둣빛은 저마다 다른 상처의 무게만큼이나 먹먹한 울림을 준다.

‘제주4·3학살터 정방폭포’는 아름다운 자연 이면에 드리워진 현대사의 굴곡을 환기한다. 어스름이 내리는 시간 하얗게 쏟아지는 폭포, 감청색의 하늘, 불그스름한 빛의 돌들은 각기 살아있는 생명처럼 다가온다. 아름다운 풍경 이면에 감춰진 학살의 역사를 작가는 특유의 은유적인 방식으로 초점화한다.

한편 전시와 맞물려 최근 ‘작가와의 대화’가 진행됐다. 양초롱 독립큐레이터가 대담자로 참여해 예술적 담론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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