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약자에 더 혹독…광주 고용 안전망 ‘구멍’
여성 근로자 10명 중 4명 경력단절 경험… 절반이 “임신·출산 때문”
자영업자 54% ‘불안정한 수입’에 폐업 위기…직업교육·컨설팅 절실
자영업자 54% ‘불안정한 수입’에 폐업 위기…직업교육·컨설팅 절실
![]() /클립아트코리아 |
광주 고용시장의 한파는 사회적 약자에게 더욱 혹독하게 몰아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들은 여전히 임신과 출산이라는 높은 벽에 막혀 일터를 떠나야 하고, 창업 전선에 뛰어든 자영업자들은 불경기와 준비 부족이라는 이중고 속에 폐업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23일 2025 광주시 일자리인식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 결과는 광주의 고용 안전망 곳곳에 구멍이 뚫려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광주에서 ‘일과 가정의 양립’은 여전히 먼 나라 이야기였다.
이번 조사에서 25~54세 여성 응답자 중 경력단절을 경험했다고 답한 비율은 39.6%에 달했다. 여성 근로자 10명 중 4명은 결혼이나 육아 등 생애 주기적 사건으로 인해 원치 않게 직장을 그만둬야 했다는 뜻이다.
구체적으로 ‘임신과 출산’ 때문에 직장을 그만뒀다는 응답이 48.5%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결혼’(20.2%)과 ‘육아’(16.0%)가 그 뒤를 이었다. 저출생 문제가 국가적 재난으로 떠오르며 각종 지원 정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아이를 낳고 키우는 부담이 오롯이 여성의 희생으로 귀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직장 내 분위기도 여성들의 경력 유지를 가로막는 큰 장벽이다.
경력단절 당시 근무하던 직장의 환경을 묻는 질문에 ‘출산휴가 제도를 활용할 수 있었다’는 응답은 17.3%에 불과했다.
육아휴직 활용 가능성 역시 15.1%에 그쳤다. 반면 65.4%의 여성은 아예 관련 제도가 없거나 쓸 수 없는 환경이었다고 답했다.
육아휴직제도와 관련, ‘육아 병행을 위한 배려가 부족했다’(28.8%), ‘휴가 사용이 자유롭지 않았다’(23.4%)는 응답이 줄을 이었다.
여성들은 경력단절 예방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가족친화적 기업문화 조성’(52.0%)을 꼽았다. 눈치 보지 않고 제도를 쓸 수 있는 사내 문화 정착이 더 시급하다는 절박한 호소다.
임금 근로자가 되기를 포기하고 창업을 택한 비임금근로자(자영업자)들의 삶도 팍팍하기는 마찬가지다.
비임금근로자 10명 중 7명(68.3%)은 현재 겪고 있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불안정한 수입’을 꼽았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매출 부진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사업을 그만두려는 이유로 ‘전망이 없거나 사업이 부진해서’라고 답한 비율이 54.5%에 달했다.
이는 지난 2019년 조사 때보다 무려 19.3%포인트나 급증한 수치다. 당장 먹고살 길이 막막해 문을 닫는 ‘비자발적 퇴출’ 위기가 그만큼 심각해졌다는 의미다.
자영업 희망자들이 창업 준비 단계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자금 마련’(34.9%)이었다. 반면 상권 분석이나 사업 타당성 검토, 마케팅 계획 수립 등 내실 있는 경영 준비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이는 결국 높은 폐업률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되고 있다. 광주시가 소상공인 지원 정책을 펴고 있다지만, 자금 융자 같은 일회성 지원을 넘어 예비 창업 단계부터의 철저한 교육과 컨설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구직난과 구인난의 간극을 메워줄 직업교육훈련마저 현장에서 외면받고 있는 현실도 확인됐다.
최근 3년 이내에 직업교육훈련을 받은 경험이 ‘없다’고 답한 비율이 무려 93.1%에 달했다. 시민 대다수가 직업 훈련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거나, 훈련 자체가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훈련을 받지 않은 이유로 절반 이상(50.7%)이 ‘필요성을 못 느껴서’라고 답했고, ‘교육을 받아도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서’(18.1%)라는 불신도 상당했다.
훈련 경험자들조차 불만족 이유로 ‘교육받은 분야에 대한 인력 수요가 별로 없어서’(28.5%)를 가장 많이 꼽았다.
산업 현장은 AI, 반도체 등 첨단 기술 인력을 원하는데, 직업 훈련 프로그램은 여전히 과거의 틀에 갇혀 있어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치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여성들은 여전히 임신과 출산이라는 높은 벽에 막혀 일터를 떠나야 하고, 창업 전선에 뛰어든 자영업자들은 불경기와 준비 부족이라는 이중고 속에 폐업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23일 2025 광주시 일자리인식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 결과는 광주의 고용 안전망 곳곳에 구멍이 뚫려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25~54세 여성 응답자 중 경력단절을 경험했다고 답한 비율은 39.6%에 달했다. 여성 근로자 10명 중 4명은 결혼이나 육아 등 생애 주기적 사건으로 인해 원치 않게 직장을 그만둬야 했다는 뜻이다.
구체적으로 ‘임신과 출산’ 때문에 직장을 그만뒀다는 응답이 48.5%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결혼’(20.2%)과 ‘육아’(16.0%)가 그 뒤를 이었다. 저출생 문제가 국가적 재난으로 떠오르며 각종 지원 정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아이를 낳고 키우는 부담이 오롯이 여성의 희생으로 귀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경력단절 당시 근무하던 직장의 환경을 묻는 질문에 ‘출산휴가 제도를 활용할 수 있었다’는 응답은 17.3%에 불과했다.
육아휴직 활용 가능성 역시 15.1%에 그쳤다. 반면 65.4%의 여성은 아예 관련 제도가 없거나 쓸 수 없는 환경이었다고 답했다.
육아휴직제도와 관련, ‘육아 병행을 위한 배려가 부족했다’(28.8%), ‘휴가 사용이 자유롭지 않았다’(23.4%)는 응답이 줄을 이었다.
여성들은 경력단절 예방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가족친화적 기업문화 조성’(52.0%)을 꼽았다. 눈치 보지 않고 제도를 쓸 수 있는 사내 문화 정착이 더 시급하다는 절박한 호소다.
임금 근로자가 되기를 포기하고 창업을 택한 비임금근로자(자영업자)들의 삶도 팍팍하기는 마찬가지다.
비임금근로자 10명 중 7명(68.3%)은 현재 겪고 있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불안정한 수입’을 꼽았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매출 부진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사업을 그만두려는 이유로 ‘전망이 없거나 사업이 부진해서’라고 답한 비율이 54.5%에 달했다.
이는 지난 2019년 조사 때보다 무려 19.3%포인트나 급증한 수치다. 당장 먹고살 길이 막막해 문을 닫는 ‘비자발적 퇴출’ 위기가 그만큼 심각해졌다는 의미다.
자영업 희망자들이 창업 준비 단계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자금 마련’(34.9%)이었다. 반면 상권 분석이나 사업 타당성 검토, 마케팅 계획 수립 등 내실 있는 경영 준비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이는 결국 높은 폐업률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되고 있다. 광주시가 소상공인 지원 정책을 펴고 있다지만, 자금 융자 같은 일회성 지원을 넘어 예비 창업 단계부터의 철저한 교육과 컨설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구직난과 구인난의 간극을 메워줄 직업교육훈련마저 현장에서 외면받고 있는 현실도 확인됐다.
최근 3년 이내에 직업교육훈련을 받은 경험이 ‘없다’고 답한 비율이 무려 93.1%에 달했다. 시민 대다수가 직업 훈련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거나, 훈련 자체가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훈련을 받지 않은 이유로 절반 이상(50.7%)이 ‘필요성을 못 느껴서’라고 답했고, ‘교육을 받아도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서’(18.1%)라는 불신도 상당했다.
훈련 경험자들조차 불만족 이유로 ‘교육받은 분야에 대한 인력 수요가 별로 없어서’(28.5%)를 가장 많이 꼽았다.
산업 현장은 AI, 반도체 등 첨단 기술 인력을 원하는데, 직업 훈련 프로그램은 여전히 과거의 틀에 갇혀 있어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치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