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날레·아트페어 잇따라…전통·현대 어우러진 ‘미술의 해’
2025 문화계 결산 <1> 미술
문명의 이웃들 ‘전남수묵비엔날레’
포용디자인 ‘광주디자인비엔날레’
호남 최대 미술시장 ‘광주아트페어’
‘BLACK&BLACK’ 등 국제전시도
2025년 12월 22일(월) 18:55
제4회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가 지난 8월 30일부터 10월 31일까지 목포문화예술회관 등에서 열렸다.
올해 지역문화계는 제4회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제11회 광주디자인비엔날레 등 굵직한 행사가 펼쳐졌다. 다사다난했던 2025년 문화예술계 이모저모를 미술, 공연, 문학 3회에 걸쳐 결산한다.



올해 미술계는 하늘과 바다를 수묵으로 물들였던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를 비롯해 ‘포용’의 의미를 환기했던 광주디자인비엔날레, 호남 최대의 미술시장인 광주아트페어 등 굵직한 행사도 잇따랐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은 이번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는 전통과 현대, 지역과 세계가 어우러진 수묵의 향연으로, 전남의 수묵미학이 세계 미술 담론 속으로 본격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문명의 이웃들’을 주제로 국내외 20개국 83명의 작가(팀)가 참여해, 전통 수묵의 정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3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목포시·진도군·해남군 등 전남 일원에서 진행된 이번 비엔날레는 약 44만 명의 누적 관람객을 기록, 남도 수묵예술에 대한 높은 관심을 입증했다.

이번에 새롭게 비엔날레 전시관으로 선보인 목포실내체육관은 가벽을 대대적으로 설치해 현대적인 전시공간으로 변신했다. 유압장치와 먹물을 이용해 노동자의 형상이 사라졌다 나타나는 폴란드 작가 프셰미스와프 야시엘스키의 ‘remember(me)’, 레고로 ‘몽유도원도’를 재현한 황인기의 ‘오래된 바람’ 등 매체적 실험을 통해 수묵의 가능성을 확장한 작품들이 관객들을 맞았다.

전통 수묵화뿐 아니라 설치미술·미디어아트·영상 등 동서양의 다양한 표현양식이 어우러져 ‘수묵의 새로운 물결’을 제시했다.

(재)광주비엔날레가 12년 만에 다시 주관했던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서로 다른 ‘나’와 ‘너’를 이어주는 ‘포용디자인(Inclusive Design)’을 주제로 광주비엔날레전시관에서 열렸다. ‘세계, 삶, 모빌리티, 미래’ 네 개의 키워드로 보는 포용디자인은 디자인이 우리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러플의 ‘인클루시브 패션-모두를 위한 옷에 대한 제안’(2025)은 의복을 입는 것조차 어려운 장애인을 위해 시작했다. 좁은 목선을 넓히는 사이드 지퍼, 물건이 빠지지 않는 깊은 주머니, 와이드 밴딩 등 휠체어나 의족을 사용하는 장애인이 옷을 입을 때 겪는 불편함을 세심하게 개선했다.

광주문화재단이 주관한 아트광주는 ‘아시아 중심 아트페어로의 새로운 도약’이라는 비전 아래 미술 관계자와 관람객의 호응 속에 성황리에 진행됐다.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올해 본 행사는 총 11개국 94개 갤러리가 105개 전시 부스에서 관객을 맞았다.

광주디자인비엔날레 기간 포용을 주제로 선보인 (주)하이코어의 ‘스마트 로봇체어 에브리고 HC1’.
출품작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지고, 회화, 판화, 사진, 공예, 조각, 미디어아트까지 다양한 장르의 작품으로 보는 재미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다만 불경기를 반영하듯 고가 작품 거래는 주춤했지만 생애 첫 작품 구매객 및 중·저가 작품 거래가 증가했다는 점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여수 출신의 천재화가 손상기(1949~1988) 특별전 ‘거장의 숨결展’은 관객들에게 한국 근·현대미술의 원류를 만나는 기회를 제공했다.

광주시립미술관은 올해도 다채로운 전시를 선보였다. 광주디자인비엔날레기념전 일환으로 ‘장미 토끼 소금: 살아 있는 제의’는 예고 없이 닥쳐온 재난과 죽음을 극복하고 삶이 이어지기를 기원하는 재의적 예술의 가능성을 주제로 내세워 관객들과 소통했다.

사진 몽타주와 콜라주를 매개로 현대 산업사회의 폐해를 날카롭게 묘사했던 신학철 작가의 60년 회고전도 눈길을 끌었다. 실험미술의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신 작가는 “우리나라 민주화운동사에서 가장 중요한 도시인 광주에서 60년 회고전을 열고 있다는 사실이 기쁘다”며 “예술을 매개로 그림을 그리고 동참했다는 입장에서 영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남도립미술관은 올해 수묵비엔날레 4주년을 기념하는 국제전시 ‘BLACK&BLACK’전을 준비했다. 국내외 총 20명 작가의 회화와 도자기, 영상 설치 등 작품 70여 점을 토대로 동아시아 수묵 남종화와 50년대 서구 블랙회화를 현대미술의 시각에서 조망했다. 서구 거장 피에르 술라주, 한스 아르퉁, 장 드고텍스, 로버트 마더웰, 자오우키 외에도 한국 현대미술을 이끈 이우환, 이응노, 이강소의 작품이 관객을 맞았다.

국제전시 ‘Occupy: 우리는 연결되고 점유한다’는 오늘의 세계적 상황, 국내적 상황과도 맞물려 주목을 받았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을 비롯한 세계 곳곳의 전쟁과 분쟁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예술의 가치, 사회와의 관계성을 사유하게 했다.

추석을 즈음해 개막했던 기획전 ‘마나 모아나-신성한 바다의 예술, 오세아니아’(마나 모아나, 내년 1월 4일까지)는 국립중앙박물관과 공동으로 기획한 프로그램이다. 지난 2006년 개관한 프랑스 파리의 케브랑리-지크시라크 박물관이 아시아, 아메리카, 오세아니아 등에서 수집한 유물이 관객을 맞았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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