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지방 분산 1호 … 장성군, 첨단산업 중심에 서다
첨단3지구 파인데이터센터 착공…수도권 데이터센터 지방에 분산해 리스크 최소화
3959억원 투입 26㎿급 1기 2028년 운영 목표…해수 이용 서버 냉각·수력발전 충당
폐광산 건동광산에도 조성 추진…장성군, 특별법 정부 건의·안전 확보 등 다각 노력
2025년 12월 21일(일) 18:50
조감도
인공지능, 클라우드 등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첨단산업들은 대부분 데이터에 기반을 두고 있다. 데이터산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이유다. 전남1호 데이터센터가 조성되는 장성이 주목받는 것 또한 이러한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장성군은 여기서 안주하지 않고, 고려시멘트 폐광 부지를 활용한 데이터센터 조성도 추진하고 있다. 국가 데이터산업의 중심에 서기 위한 장성군의 여정을 따라가 본다.

◇데이터센터 지방 분산 첫 사례 ‘장성’

3년 전인 2022년 10월, 전 국민을 불편하게 했던 사건이 발생했다. ‘대한민국 대표 메신저’로 자리매김해 온 ‘카카오톡’이 한순간 먹통이 됐다. 개인은 물론 기업에서도 큰 불편을 겪었다. 원인은 판교에 위치한 데이터센터 화재에 있었다. 해당 데이터센터가 관리하고 있던 기업은 카카오만이 아니었다. 국민 포털 사이트 ‘네이버’도 정상적인 이용이 불가능했다. ‘대한민국이 멈췄다’는 표현이 과장으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데이터센터 화재는 ‘데이터산업’이 우리 일상에 얼마나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지 돌아보게 하는 중요한 사건이었다. 정부는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데이터센터를 지방으로 분산시켜 화재 등으로 야기될 수 있는 리스크를 줄이기로 했다. 가장 먼저 분산 설치 지역으로 지정된 된 곳이 장성군이다.

2023년부터 데이터센터 조성에 뛰어든 장성군은 광주도시공사와 부지 매매 약정계약을 체결하는 등 속도감 있게 사업을 진행했다. 이듬해에는 업무추진단을 출범시키고, 장성군과 전라남도·씨제이(CJ)올리브네트웍스·파인앤파트너스자산운용(주) 등이 참여한 가운데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그 결과, 지난 15일 첨단3지구에서 전남 1호 데이터센터 ‘장성 파인데이터센터’ 착공식을 하게 됐다. 총 3959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26메가와트(㎿)급 1기를 구축할 계획이다. 대우건설이 시설 건립을 맡고, 데이터센터 운영에 관한 기술적인 부분은 CJ올리브네트웍스가 담당한다. 사업 자금은 현대차증권과 파인앤파트너스자산운용㈜ 등이 조달한다.

2028년 2월경 공사를 마치고 3월부터 시설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장성군은 추후 2배 이상인 60㎿까지 규모를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건용광산 진입로
◇건동광산에도 ‘데이터센터’ 조성 추진

데이터센터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선 ‘발열’을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서버, 저장장치 등에서 나오는 열을 제때 식혀주지 않으면 시스템 운영에 지장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또 태풍, 폭우, 폭설 등 자연재해로부터도 안전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해외에서는 폐광을 활용해 데이터센터 건설 사례가 적지 않다. 특히 노르웨이 레프달 광산 데이터센터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시설로 손꼽힌다. 지하 12만㎡ 규모에 데이터센터가 구축되어 있으며, 인근 해수를 이용해 서버를 냉각한다. 소모 전력의 대부분은 수력발전으로 충당한다.

장성군이 폐 건동광산 부지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깊이 221m, 길이 55km에 달하는 건동광산 지하 채굴장은 지하도시를 방불케 하는 방대한 규모를 지녔다. 덤프트럭이 드나들 수 있는 통로가 지하 14층까지 나 있다.

이곳에 데이터센터를 조성하면 사계절 낮은 온도를 유지할 수 있어 탁월한 효율성을 갖게 된다. 지하수 등의 수자원을 냉각수로 쓰기에도 쉽다.

가장 중요하다 할 수 있는 ‘전력 수급’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서남해에서 생산된 신재생 에너지가 신장성 변전소를 거쳐서 수도권으로 공급될 예정인데, 이 전력을 데이터센터 운용에 끌어다 쓰면 된다.

지난 15일 장성군 남면에서 김영록 전남도지사와 김한종 장성군수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전남 1호 데이터센터, 장성 파인데이터센터 착공식’ 행사가 열렸다. <장성군 제공>
◇저력 충분하지만 사업비 등 해결 과제도

장성 건동광산은 규모나 조건 면에선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수 있는 저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그러나 이제 시작 단계인 만큼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가장 먼저 맞닥뜨릴 수 있는 부분이 ‘사업비’다. 거금이 투자되어야 하는 만큼 지방이 건의하고, 중앙정부가 기반 조성을 맡고, 민간이 투자하는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

장성군은 석탄광산만 지원하도록 되어 있는 ‘폐광지역 개발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건동광산 같은 폐석회석 광산이 지원 대상에 포함될 수 있도록 정부에 건의하는 등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지하 동굴인 만큼 안전 확보에도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 군은 광산 내부의 지반, 암반 상태를 면밀하게 조사하고, 내진 설계를 강화하는 등 설계 기준을 전반적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화재에 대비해 스프링클러 등 자동화 소방시설 조성,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및 제연 설비 구축에도 힘쓸 계획이다. 내부는 불연재를 사용해 안전도를 높일 방침이다.

김한종 장성군수는 “건동광산 데이터센터 조성사업이 보다 구체화하면 주민설명회를 열어 지역민 의견을 청취·수렴하는 등 우려를 덜어드리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며 “아직은 초기 단계라 사업시행 확정을 위해 도전하고 노력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장성이 대한민국 AI·데이터 인프라 구축의 성공 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장성=김용호 기자 yongho@kwangju.co.kr
이 기사는 광주일보 홈페이지(www.kwangju.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www.kwangju.co.kr/article.php?aid=1766310600793537151
프린트 시간 : 2025년 12월 21일 22:2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