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흥 출신 염민숙 시인의 ‘제6회 선경문학상’ 수상집 나와
50여 편 시 담은 ‘범은 너무 많거나 너무 적어’ 출간
2025년 12월 20일(토) 17:46
염민숙 시인
장흥 출신 염민숙 시인의 ‘제6회 선경문학상’ 수상집인 ‘범은 너무 많거나 너무 적어’가 발간됐다. 염 시인은 지난달 ‘뱀과 침대’ 외 49편으로 선경문학상을 수상했다.

상상인 기획시선 9번째로 출간된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다채로운 이미지와 감각을 펼쳐낸다.

작품집은 1부 ‘새는 발효된 그 밤을 자꾸 물어와’, 2부 ‘건반과 건반 사이에 오래 누워’, 3부 ‘길이 하나였다면 4월이 더 쉬웠을까’, 4부 ‘그녀를 뒤돌아보는 동안 하루가 지났다’로 구성돼 있다.

모두 50여 편의 시는 수상집에 값하는 작품들로 독자들에게 시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고봉준, 김종태 심사위원들은 수상작품에 대해 “존재의 반어와 역설을 꿰뚫는 비극적 상상력을 통해 다채로운 이미지로써 밀도 높은 상징체계를 구현한 작품들”이라고 평한 바 있다.

“길을 다 건너지 못한 뱀처럼 한 사람이 침대를 건너가고 있다/ 길을 가다 뱀에 물리는 일과 첫사랑을 만나게 되는 일 중 어느 쪽 확률이 높을까/ 한 사람이 가슴을 지그시 누르며 침대를 건너가자// 향이 다른 침대가 되었다/ 낯선 거리의 향이 이불에 스며 있다/ 이불에 체취를 남기는 사람은 얼마나 많은 침대를 넘어왔을까/ 낯선 향을 악물고 놓지 않는 이불을 들고 뒤돌아보면/(후략)”

수상작 ‘뱀과 침대’는 상상력과 이미지의 현란한 극치를 보여준다. 익숙한 사물과 공간을 낯설면서도 비극적으로 풀어내는 방식은 독특하면서도 심미적이다. ‘침대’를 모티브로 사람과 뱀을 병치시켜 사랑과 일상을 은유한다.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저어새가 갯바닥을 젓듯 문장의 바닥을 저었다”며 “때로 칠성장어 같은 문장 하나를 건졌다”고 했다.

시 쓰기를 향한 지독한 열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마치 시라는 ‘고기’를 잡기 위해 거대한 저수지 둑의 물을 바가지로 퍼내는 노고를 마다하지 않는 듯하다. 허투루 작품을 쓰지 않는, 고투의 흔적이 읽혀져 작품 하나하나가 소중하게 다가온다.

해설을 쓴 고광식 평론가는 염민숙 시인의 작품에 대해 “사물을 해체하고 다시 조립하며 다양한 형태로 만든다”고 평한다.

한편 염 시인은 2015년 머니투데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시집 ‘시라지’, ‘오늘을 여는 건 여기까지’를 펴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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