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시간 연장·병행공정…무리한 속도전 드러났다
광주대표도서관 ‘부진공정 만회대책 보고서’ 보니
종건, 무리한 공기 단축 압박으로 휴일작업·미숙련 인력 투입 등 문제
콘크리트 타설 공정 짧은 시간에 연속 처리…현장관리인 없이 작업도
전문가들 “시공품질 저하·안전관리 미흡, 공정 충돌 등 불안정성 유발”
2025년 12월 17일(수) 20:40
17일 광주시 서구 치평동 광주대표도서관 신축 공사장 붕괴사고 현장. 철골 구조물이 휘고 콘크리트와 철근 등이 무너져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광주대표도서관 공사 현장에서 광주시 종합건설본부(이하 종건), 시공사 등이 무리한 속도전을 벌이고 있었다는 사실이 문서로 확인됐다.

시공사는 공기(공사 기한)를 맞추기 위해 인력 투입을 무작정 늘리고 작업시간 연장, 휴일 작업, 병행 공정 등을 하는 등 방안을 검토 및 실행하면서 ‘속도전’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 직후 종건과 시공사 등이 현장 브리핑에서 “무리하게 공정을 진행하지는 않았다”고 밝힌 것과 배치되는 상황이다.

17일 광주일보가 입수한 ‘광주대표도서관 부진공정 만회대책 보고서(11월 7일 제출)’에 따르면, 사고 이전 현장에서는 내부구조체, 지하방수, 조적, 단열배수판 등 주요 구조 및 마감공정 등 전반에 걸쳐 공사가 지연되고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월 31일 기준 공정률을 보면 데크플레이트 설치공사는 예정 50%에 비해 실적 30%밖에 채우지 못했다. 내부구조체공사는 예정 60%에 비해 실적 5%밖에 못 채웠으며, 지하방수공사는 예정 75%에 비해 실적 25%만 채웠다. 또 지하흙공사는 예정 75%·실적 30%, 단열배수판공사가 예정 30%·실적 0% 수준이었다.

광주대표도서관 신축 공사 감리 측이 광주시에 제출한 ‘부진공정 만회대책 보고서’ 일부.
보고서에는 시공사 측이 공기 만회를 위해 작업인원 증가, 장비 규격 증가를 통해 1일 시공량을 늘리고, 마감 작업 진행시 병행 공정을 동시에 투입하겠다는 등 대책을 내놨다고 적시됐다.

감리 측은 기술검토를 거쳐 ‘작업시간 연장 및 휴일작업 실시’, ‘마감공사시 병행공정 동시 투입 검토’ 등 대책을 수립하고 종건에 보고했다. 작업인원 증가, 용접기 등 장비 추가, 데크플레이트 철골보강작업 동시시공 등 대책도 나왔다. 촉박한 공기를 맞추기 위해 더 많은 인력과 장비를 투입하는 이른바 ‘돌관작업’에 돌입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 현장에서는 옥상층 등 상부와 1층, 지하층 등 하부에서 동시에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보고서 내 ‘공기지연 만회공정표’를 보면 붕괴 사고가 났던 옥상층 콘크리트 타설 공사 당일에는 지상층 방수공사, 조적공사, 내부 미장 공사, 단열배수판 설치 공사, 목·수장공사, 창호공사 등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콘크리트 타설 공정도 지상 2층 슬라브(바닥)와 옥상 바닥 공사를 짧은 시간에 연속으로 처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상 2층 바닥 1차 공사는 지난 11월 18일부터 시작해 9일만에 2차 공사는 8일만에 마무리됐다. 이후 곧장 옥상 바닥 공사에 돌입해 1차 공사는 7일, 2차 공사는 6일만에 끝내겠다는 계획이었다.

이 과정에서 타설 속도가 지나치게 빨랐을 경우, 하중이 급격히 증가하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 분석이다.

현장대리인(관리인)이 없는 상황에서 공사가 이뤄졌던 상황도 확인됐다. 홍진건설이 공사를 포기하면서 현장대리인이 공석이 됐는데, 지난 9월 24일 공사중지가 해제된 이후 일주일만인 10월 2일부터 새 현장대리인이 배치 승인된 것이다.

현장대리인이 없던 기간인 9월 말에는 데크플레이트, 방수·조적, 전기소방 통신 및 배관작업 등이 진행되고 있었다는 것이 공사 관계자들 설명이다. 공정 안전관리의 공백이 발생할 수 밖에 없었다는 해석이 나오는 부분이다.

전문 인력이 부족했던 정황도 확인됐다.

시공사 측은 11~12월 철근 콘크리트 공사에 각각 295명과 350명, 방수·조적 공사에 각각 200명, 100명 등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실제 인원 투입은 원활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감리 측은 “11월부터 인원을 늘리겠다고 충원요청을 했지만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아 충원되지 않은 채로 공사가 진행했다”며 “투입 계획 상 월별 200명, 100명 단위로 투입하겠다고 했으나 충족이 안 된 상태였다”고 밝혔다.

건축 분야 전문가들은 이같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시공 품질 저하, 안전관리 미흡, 공정 간 충돌, 구조적 불안정성을 유발하고 붕괴의 결정적 위험요소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공사중지 이후 무리한 공기 만회 시도와 현장관리 공백, 숙련도 부족 인력 투입 등은 구조물의 안전성을 심각하게 저해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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