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온라인 학대’ 급증…제도 공백 ‘도마에’
광주장애인재활협회 ‘제34회 전국 장애인복지학술대회’ 개최
2023년 42건으로 3년새 6배 급증…익명 뒤 ‘영구적 학대’ 심각
신원 특정 어려워 수사 중단 잇따라… 플랫폼 책임 강화 등 시급
2023년 42건으로 3년새 6배 급증…익명 뒤 ‘영구적 학대’ 심각
신원 특정 어려워 수사 중단 잇따라… 플랫폼 책임 강화 등 시급
#.광주시에 거주하는 발달장애인 A씨는 지난 2022년 네이버 밴드를 통해 낯선 이의 초대를 받았다.
1대1 채팅방에서 자신을 ‘이라크 파병 의사’라고 소개한 그는 A씨에게 매일같이 다정한 메시지와 사진을 보내며 연인 행세를 했다.
정서적 교감이 깊어졌다고 판단한 그는 곧 본색을 드러냈다. “금괴 보관 수수료와 항공료가 필요하다”는 거짓말에 속은 A씨는 총 4400여만원을 그에게 송금했다. 전형적인 ‘로맨스 스캠’이었다.
# 2023년 광주의 한 장애인복지시설. 이곳에서 근무하던 사회복지사 B씨는 지원하던 발달장애인의 하의를 탈의시킨 뒤 엉덩이와 성기가 노출된 모습을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B씨는 이 사진을 시설 직원들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거리낌 없이 유포했다. 보호받아야 할 시설 안에서, 믿었던 종사자에게 당한 끔찍한 디지털 성범죄였다.
17일 광주시의회 중회의실에서 열린 ‘제34회 전국 장애인복지학술대회’에서 보고된 실제 피해 사례들이다.
사단법인 광주장애인재활협회가 주최하고 더불어민주당 이명노 시의원 등이 주관해 열린 ‘온라인 플랫폼 기반 장애인 학대 실태와 대응 방향’이라는 학술대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장애인 학대 장소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음에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법과 제도에 대한 개선을 요구했다.
주제발표에 나선 김동기 목원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존의 학대가 가정이나 시설 등 오프라인 공간에서 발생했다면 이제는 시공간의 제약이 없는 온라인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통계를 인용, 전체 학대 판정 건수 중 온라인 학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0.5%(5건·2020년)에서 2.9%(41건·2023년)로 3년 새 6배 가까이 급증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온라인 학대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익명성’과 ‘영구적 학대’ 구조를 꼽고 “온라인 학대는 경제적 착취와 성적 학대가 결합하는 양상을 보이며 특히 발달장애인의 경우 친구나 멘토를 가장해 접근하는 ‘그루밍(Grooming)’ 범죄에 매우 취약하다”고 강조했다.
주제 발표에 이어 마련된 토론회에서는 광주 장애인들의 피해가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토론자로 나선 박려형 광주시장애인권익옹호기관 대리는 “2017년부터 2025년 9월까지 접수된 학대 의심 사례 중 발달장애인 비율이 68.2%에 달했다”면서 “하지만 가해자가 SNS 계정을 삭제하거나 해외 서버를 이용할 경우 신원을 특정할 수 없어 수사가 중지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현장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법적·제도적 공백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정민 법률사무소 지율S&C 대표변호사는 “현행법상 장애인 학대의 정의를 개정해 온·오프라인을 모두 포괄해야 하며 금지행위 조항에 온라인 기반 학대 유형을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수사권이 없어 가해자가 협조하지 않으면 증거를 확보할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피해자 보호를 위한 조사가 사실상 불가능한 현실도 문제로 지적됐다.
또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에게 학대 게시물 삭제와 차단 의무를 부과하고 수사 협조를 강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도 시급한 과제로 제시됐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1대1 채팅방에서 자신을 ‘이라크 파병 의사’라고 소개한 그는 A씨에게 매일같이 다정한 메시지와 사진을 보내며 연인 행세를 했다.
정서적 교감이 깊어졌다고 판단한 그는 곧 본색을 드러냈다. “금괴 보관 수수료와 항공료가 필요하다”는 거짓말에 속은 A씨는 총 4400여만원을 그에게 송금했다. 전형적인 ‘로맨스 스캠’이었다.
B씨는 이 사진을 시설 직원들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거리낌 없이 유포했다. 보호받아야 할 시설 안에서, 믿었던 종사자에게 당한 끔찍한 디지털 성범죄였다.
17일 광주시의회 중회의실에서 열린 ‘제34회 전국 장애인복지학술대회’에서 보고된 실제 피해 사례들이다.
주제발표에 나선 김동기 목원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존의 학대가 가정이나 시설 등 오프라인 공간에서 발생했다면 이제는 시공간의 제약이 없는 온라인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통계를 인용, 전체 학대 판정 건수 중 온라인 학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0.5%(5건·2020년)에서 2.9%(41건·2023년)로 3년 새 6배 가까이 급증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온라인 학대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익명성’과 ‘영구적 학대’ 구조를 꼽고 “온라인 학대는 경제적 착취와 성적 학대가 결합하는 양상을 보이며 특히 발달장애인의 경우 친구나 멘토를 가장해 접근하는 ‘그루밍(Grooming)’ 범죄에 매우 취약하다”고 강조했다.
주제 발표에 이어 마련된 토론회에서는 광주 장애인들의 피해가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토론자로 나선 박려형 광주시장애인권익옹호기관 대리는 “2017년부터 2025년 9월까지 접수된 학대 의심 사례 중 발달장애인 비율이 68.2%에 달했다”면서 “하지만 가해자가 SNS 계정을 삭제하거나 해외 서버를 이용할 경우 신원을 특정할 수 없어 수사가 중지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현장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법적·제도적 공백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정민 법률사무소 지율S&C 대표변호사는 “현행법상 장애인 학대의 정의를 개정해 온·오프라인을 모두 포괄해야 하며 금지행위 조항에 온라인 기반 학대 유형을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수사권이 없어 가해자가 협조하지 않으면 증거를 확보할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피해자 보호를 위한 조사가 사실상 불가능한 현실도 문제로 지적됐다.
또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에게 학대 게시물 삭제와 차단 의무를 부과하고 수사 협조를 강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도 시급한 과제로 제시됐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