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한복판서 30분 ‘나’를 내려놓다
광주 대의동 가람마선원, 올해 9월부터 ‘명상 프로그램’ 운영
자영업자·학생들로 북적…명상·차담 통해 잡념 줄이고 힐링
2025년 12월 17일(수) 19:15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불교동아리 학생들이 지난달 가람마선원에서 명상을 하고 있는 모습. <가람마선원 제공>
해가 겨우 모습을 드러낸 시간,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방 안에서 알람이 울린다. 휴대전화를 덮고 다시 눈을 감아보지만 머릿속은 이미 분주하다. 하루를 정신없이 보내고 나면 또다시 아침이 찾아온다. 무언가를 계속 해내야만 하는 일상은 분주하기만 하다.

스트레스에 지친 현대인들 사이에서 ‘명상’이 주목받는 이유다. 명상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자신의 상태를 관찰하는 수련이다.

최근 젊은 세대 사이에서 종교적 배경을 넘어 일상 속 마음 관리 방법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곧바로 내면에 집중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일상을 벗어나 산사로 향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다.

도심 한복판에 30분의 쉼이 필요한 이들을 위한 선원(禪院)이 문을 열어 눈길을 끈다.

광주 동구 대의동에 위치한 가람마선원은 대한불교 조계종 제21교구 본사 송광사의 말사인 보성 봉갑사가 사찰의 수행 정신을 도심으로 옮기기 위해 마련한 포교당이다. 지난 8월 개원법회를 봉행한 뒤 9월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 이곳에서는 경전 강의와 법회, 명상 프로그램 등이 진행되고 있다.

가람마선원을 이끄는 일각 스님은 “처음에는 갑자기 선원이 생겼다는 점에 낯설어하는 반응도 있었지만 주변 상인들을 시작으로 조금씩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며 “불교 포교당이지만 명상 프로그램은 종교적 색채를 앞세우기보다 명상 자체에 초점을 두고 있어 비불교인도 편하게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한 부부도 가람마선원을 찾아 명상을 하고 있다. 이들 부부는 “직원 없이 둘이서 쉬는 날도 없이 가게를 꾸려가다 보니 피로가 쌓여 있었다”며 “명상이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막상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랐다”고 했다. 그러다 문을 연 가람마선원이 눈에 들어왔다고 한다. 이후 매주 금요일 30분 명상이 일상의 한 부분이 됐다.

지난달에는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불교동아리 학생 10여 명이 선원을 찾았다. 변호사시험을 앞두고 책과 화면에 매달려 왔던 터라 피로감이 높았다. 학생들은 짧은 명상과 차담을 통해 숨을 고르고, 각자의 불안을 조용히 내려놓는 시간을 가졌다.

일각 스님은 “잡념을 없애려 애쓰는 것 자체가 오히려 긴장을 키울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몸과 마음이 함께 안정되는 상태”라며 “생각이 떠오를 때 이를 밀어내기보다 떠올랐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따라가지 않는 연습이 명상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가람마선원의 선명상은 30분 안팎으로 진행된다. 명상에 익숙하지 않은 참여자들이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시간을 짧게 잡았다. 먼저 몸에 힘을 빼고 안정적인 자세를 취한 뒤, 하루의 흐름과 자신의 상태를 돌아본다. 이어 복식호흡에 집중하며 호흡과 감각을 천천히 따라간다. 명상이 끝나면 차를 나누며 각자가 느낀 점이나 일상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이어진다.

가람마선원은 앞으로 명상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정비할 계획이다. 오전과 오후 시간대를 나눠 출퇴근 전후에 참여할 수 있는 명상 시간을 확대하고 온라인을 통한 강의와 명상 안내도 병행할 예정이다.

일각 스님은 “도시에서 선원을 운영하면서 스트레스와 압박감으로 우울감이나 공황을 호소하는 젊은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자신에게 집중함으로써 타인에게 기대는 마음을 내려놓고, 그 과정에서 오히려 자신과 주변에 대한 감사함을 느낄 수 있다. 명상이 아픈 마음을 스스로 돌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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