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오스틴을 처방해드립니다, 루스 윌슨 지음, 이승민 옮김
2025년 12월 12일(금) 00:20
“오만은 우리 스스로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와 관련이 있고, 허영은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해 주었으면 하는 것과 관계되거든.

제인 오스틴의 글에는 날카로운 풍자와 사람에 대한 애정이 듬뿍 묻어있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과 평범한 인물들을 그려내지만 섬세한 감정의 결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어느새 이야기 속에 깊숙이 빠져든다.

제인 오스틴의 열렬한 독자인 아흔 살 루스 윌슨의 첫 책 ‘제인 오스틴을 처방해드립니다’는 문학이 한 사람의 삶을 어떻게 다시 움직이게 하는지 보여주는 독서 회고록이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왔다고 믿었던 루스 윌슨은 예순 살 무렵 메니에르 증후군을 겪으며 삶의 의미가 흔들리는 순간을 맞는다. ‘무탈하다’고 여겼던 일상이 낯설게 느껴지자 그는 오랫동안 사랑해온 제인 오스틴의 작품을 다시 펼친다.

70세에 졸혼을 선언하고 시골집에 머물며 읽기에 몰두한 끝에 그는 88세에 독서 연구로 시드니대 박사학위를 받았고, 90세에 첫 책을 출간했다. “잃어버린 나의 목소리를 되찾겠다”는 다짐으로 시작된 다시 읽기는 어느새 자신의 삶을 다시 구성하고 이해하는 치유의 작업이 되었다.

책에서 저자는 여섯 편의 오스틴 소설을 ‘삶의 렌즈’로 다시 비춰본다. ‘오만과 편견’에서는 밝은 결혼 플롯 아래 드리운 그림자를 읽어내며 자신의 관계 경험을 되짚는다. ‘노생거 수도원’에서는 공감적 읽기가 어떻게 마음을 확장하는지 스스로에게 시험하고, ‘이성과 감성’에서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믿었던 삶의 균형을 다시 배우게 된다. <북하우스·1만9800원>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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