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수당 올리려고 벼 경영비 삭감...도의회 예산 심사, 어디서 잘못됐나
현장 협의 없이 기존 예산 깎아 충당…‘정치적 계산’ 비판도
2025년 12월 10일(수) 19:45
전남도의회 전경
전남도의회의 ‘벼 경영안정대책비 지원 사업’ 예산안 삭감<광주일보 12월10일 5면> 후폭풍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전남도의회가 예산안 삭감과 의결을 주도했는데, 정작 농민들이 쏟아내는 비난의 화살은 전남도로 집중되다보니 전남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농민들이 트랙터를 동원한 시위로 도지사 사퇴를 촉구하고 도의원들도 기자회견을 통해 원상회복을 요구한 데 이어 지방선거를 앞둔 도지사 후보자들도 가세하는 모양새다.

도대체 전남도의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진걸까.

10일 전남도의회 등에 따르면 도의회 예산결산위원회는 내년도 본예산 심사 과정에서 벼 경영안전대책비를 삭감하면서 그만큼 농어민 공익수당으로 증액하는 데 책정했다.

지난 2020년 처음 도입된 뒤 5년이 지난 만큼 농·어업의 공익적 가치와 중소농의 기본 생활 측면을 위해서라도 올려줘야 한다는 의원들 목소리가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흘러나왔다. 아예 전남도의회는 농어민 공익수당 인상을 요구하며 2026년도 본예산 심사를 보이콧 하는 등 한껏 전남도 대한 압박 수위도 높인 바 있다.

이 과정에서 눈에 띈 게 벼 경영안정대책비였다.

22만 3000명에게 1년에 60만원씩 지급하는 농어민공익수당을 10만원 올리는 데 필요한 재원 87억원으로 이미 추가경정예산안으로 편성했던 벼 경영안정대책비(228억)를 쓰자는 말이 나왔다.

전체 예산이 정해져 있어 없는 돈을 새롭게 마련할 수 없으니 다른 사업비를 줄여 활용해야 하니 도의원들은 228억원 중 절반인 114억원을 잘랐다. 물론, 이 과정에서 농민단체 등 의견 수렴은 없었다. 전남도와 시·군 매칭사업이다보니 시·군이 인상분을 감당해야 한다. 당장, 매칭비 확보도 힘들다는 게 시·군 입장이지만 협의도 없었다고 한다.

전남도는 결국 예산안 변경에 동의했다. 하지만 삭감분을 내년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반영할 생각은 하지 못했다고 한다.

올해 1000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하는 상황에서 신안 외 곡성까지 포함된 농업인 기본소득에 들어갈 예산도 추가로 편성해야하는 부담감도 털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농민 반발이 불가피하다는 것도 예상했었다. 하지만 예산안 심사를 파행으로 이어가는 부담감을 피해야 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따랐다는 게 전남도 안팎의 분위기다. 하지만 도의회 예산안 변경안에 동의한 책임은 즉각적이었다.

10만원 더 받자고 ㏊당 60만원이 넘는 경영안정대책비를 못 받게 되는 상황에 내몰린 농민들은 도지사 사퇴 피켓을 내걸고 반발했다.

농민회 출신 도의원들이 있어 상황 파악이 충분히 가능한데도, 도의회 앞에서 전남도를 향해, 전남도의원들 대신, 도지사에게 화살을 들이댔다.

이 때문에 전남도의회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수혜자가 20만여명에 달하는 공익수당 인상에 나서는 ‘정치 쇼’가 빚은 사태라는 게 정치권 분석이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정치인인 도의회 의원들이 예산 결정권을 쥐고 집행부를 압박하고 책임을 전가한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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