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반도체·AI 기반 ‘초광역 메가시티’ 도약 기회
‘5극 3특’ 국토공간 대전환 전략…서남권 핵심 성장축 입지 다지기
전남대-앰코코리아 협력 모델 ‘지방시대 성공 해법’으로 주목
지역이 설계하고 정부가 지원…지자체·대학·산업계 ‘원팀’ 돼야
2025년 12월 08일(월) 20:35
정부의 ‘5극 3특’ 국토공간 대전환 전략에 따라 광주시와 전남도가 대한민국 서남권의 핵심 성장축으로서의 입지를 굳힐 기회를 맞았다.

시·도가 역점추진하고 있는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을 중심으로 한 기업 투자 유치와 인재 양성 모델이 구체화되면서 지역의 오랜 숙원이었던 ‘자생적 경제 생태계’ 구축에 청신호가 켜졌다.

8일 열린 지방시대위원회 보고회에서는 광주·전남의 구체적인 혁신 사례가 ‘지방시대의 모범 답안’으로 소개돼 눈길을 끌었다.

김영만 지방시대위 경제산업분과위원장은 광주·전남 반도체 공동연구소와 글로벌 패키징 기업인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의 협력 사례를 집중 조명했다.

전남대는 최근 앰코코리아와 협약을 맺고 대학에 실증장비를 구축, 기업이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패키징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지역 거점 대학이 기업의 R&D 센터 역할을 수행하고, 배출된 인재가 지역에 정착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시도다.

김 위원장은 “이 모델을 통해 2027년 말부터 석사급 전문 인력을 배출해 지역 산업체에 공급하게 될 것이다.광주·전남이 단순한 생산 기지를 넘어 첨단 패키징 기술의 허브로 도약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특히 정부가 추진하는 ‘카이스트·포스텍 수준의 지방대 육성’ 정책이 광주·전남 지역에서 어떻게 실현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실증적 사례로 꼽았다.

교통 인프라 측면에서는 ‘동서 연결’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그동안 국가 교통망이 수도권을 향한 남북축 위주로 형성되면서 발생했던 지역 간 단절을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이날 토론에서 김상호 위원은 국토 남부권인 광주·전남과 대구·경북, 부울경을 잇는 횡단 교통망 확충을 강력히 주문했다.

특히 전주와 대구를 잇는 고속도로 건설 등 영·호남 교류를 확대하는 사업이 신속히 추진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광주·전남이 독자적인 경제권역을 넘어 대구·경북 등 타 권역과의 연계를 통해 산업적 시너지를 내기 위한 필수 전제 조건이다. 정부가 제시한 ‘권역별 1시간 생활권’이 실현되려면 광역철도망 구축과 함께 이러한 동서 화합형 인프라 투자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지역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행정구역 개편과 관련해서는 ‘유연한 접근’이 논의됐다. 광주와 전남, 혹은 전남 도내 시·군 간의 행정통합이 정치적 이해관계나 주민 갈등으로 난항을 겪는 상황에서, 무리한 통합보다는 ‘초광역 연합’이나 ‘특별지방자치단체’ 구성이 현실적 대안으로 제시됐다.

김경수 위원장은 이날 목포·무안·신안 통합 사례를 언급하며 “30년째 통합을 추진 중이지만 과거엔 목포가, 지금은 무안이 반대하는 등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물리적 통합에 앞서 생활권을 공유하는 ‘연합’ 방식의 접근법을 제안했다.

최지민 위원은 전주·완주 통합 논의 등 과거 사례를 언급하며, 통합에 앞서 실질적인 사업 연대를 통해 주민들에게 통합의 효능감을 먼저 심어주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는 광주 민간공항 및 군공항 이전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광주·전남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행정적인 ‘간판’을 바꾸는 소모적 논쟁보다는, AI 산업 육성이나 광역 교통망 구축 같은 구체적인 공동 이익 사업을 ‘연합’ 형태로 우선 추진해 신뢰를 쌓는 방식이 유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날 마무리 발언에서 “행정통합 과정에서 발생하는 청사 소재지 문제 등 소모적 갈등을 피하고, 실용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것”을 주문했다. 이는 향후 광주·전남 행정통합 논의가 ‘형식’보다는 ‘실리’를 챙기는 방향으로 선회해야 함을 시사한다.

이번 보고회 내용을 종합하면, 광주·전남은 ‘5극’의 한 축으로서 중앙정부로부터 포괄보조금 확대와 규제 프리존 등의 혜택을 집중적으로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관건은 지역사회가 이를 얼마나 주도적으로 활용하느냐다.

특히 정부가 신규 도입하기로 한 ‘균형성장영향평가’ 제도는 예산 편성 시 지역 균형발전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평가해 지방 사업을 우대하는 장치로, 낙후된 호남권 인프라 확충에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정부는 기업이 지방에 투자하면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주는 ‘기회발전특구’를 추진 중이다. 광주시의 AI 집적단지와 전남도의 에너지·우주항공 산업이 메가특구 지정을 통해 탄력을 받으려면, 지자체와 지역 대학, 그리고 산업계가 ‘원팀’이 되어 구체적인 실행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김경수 위원장이 언급한 것처럼 이제 균형발전은 중앙정부가 내려주는 시혜가 아닌, 지역이 스스로 설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방식으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광주·전남이 이번 ‘국토공간 대전환’의 흐름을 타고 만년 ‘낙후’ 꼬리표를 떼고 첨단 미래 산업의 중심지로 비상할 수 있을지 지역민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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