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하는 뇌, 감상하는 뇌
[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미술관에 간 뇌과학자, 송주현 지음
![]() 모네의 1889년 작 ‘일본풍 다리’와 백내장으로 색상식별이 어려워진 1922년에 그린 ‘일본풍 다리’는 붓터치·색감 등에서 변화가 있음을 보여준다.
<어바웃어북 제공> |
인체해부학에 조예가 깊은 화가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였다. 그는 소의 두개골을 절개해 뇌혈관을 세밀하게 그렸다. 펜으로 드로잉해 수채화의 채색기법으로 남겼다. 뇌혈관을 그린 최초 해부학 스케치로 평가받는다.
다빈치의 인체 스케치는 의학사에서 주요한 자료로 인식된다. ‘뇌와 두개골 연구’에서 두개골 내부 뇌실, 감각경로를 스케치하기도 했다. 뇌신경 기시부와 경로를 표현한 ‘뇌신경’은 현대 해부학 교재에서도 곧잘 인용될 만큼 유명하다.
다빈치와 달리 ‘해부학자’인 배살리우스는 인체 곳곳을 그렸다.
‘인체구조에 관하여’(1543년·총 7권)는 인체를 그린 정확하면서도 예술적인 도판집으로 알려져 있다. 뇌막, 소뇌, 대뇌피질, 두개골의 내부 외에도 뇌신경의 기시점과 배열까지 다루고 있다.
단면도, 입체도를 병치한 편집은 신체를 넘어 인간 존재까지 담아냈다는 점에서 ‘해부학 미술’이라는 평을 받았다. 그가 근대 해부학의 창시자라고 일컫는 것은 그런 연유다.
‘미술관에 간 뇌과학자’는 흥미로우면서도 이색적인 책이다. 미술과 그림, 뇌에 관한 이야기이다. 저자는 뇌과학자인 송주현 전남대 의과대학 해부학교실 교수다.
미래의 의사들에게 인체와 뇌의 경이로운 구조를 가르치는 그는 미 스탠퍼드대와 엘스비어가 공동 산출한 ‘세계 상위 2% 과학자’ 명단에 여러 번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더더욱 놀라운 것은 뇌과학자인 저자가 방과 후 향하는 곳은 아틀리에다. 그는 오래 전부터 ‘리현’이라는 이름의 서양화가로 활동해왔다. 개인전 7회, 단체전 6회에 참여했고 지난해에는 대한민국 여성미술대전 은상을 수상했다. 과학자이자 예술가로 두 역할을 해온 융합형 지식인이자 ‘아티언티스트’다.
책 전편을 관통하는 주제는 “예술작품을 완성하는 것은 결국 당신의 뇌다!”이다. 결국 그림을 보고 느끼는 것은 뇌라는 의미다.
달리 말하면 “그림은 눈으로 보는 게 아니라 뇌로 감상하는 것”이다. 특정 그림에 대해 아름다움을 느끼는 순간, 수십억 개 신경세포들이 뇌 내부에서 춤을 춘다는 것이다.
책에는 모네, 호퍼, 렘브란트, 칼로, 칸딘스키, 피카소 등 위대한 걸작을 탄생시킨 화가들의 뇌를 ‘해부’하고 조명한 내용들이 수록돼 있다.
일평생 빛을 쫓아 그림에 투영했던 화가 모네는 ‘빛이 춤추고 색이 숨 쉬는 순간’을 그린 예술가였다. 그에게 불행이 닥친 건 1910년 백내장을 앓으면서다.
시야가 흐려졌고 색은 바래졌다. 명암대비와 색채인식 저하가 나타나는데 파란 계열을 감지하는 S원추세포 손상으로 파란색 지각이 제일 먼저 저하됐다.
저자는 ‘수련 연작’을 예로 백내장 전후를 살핀다. 1903년과 1906년 작 ‘수련’은 꽃잎과 나무가 세밀하게 그려져 있지만, 1915년 작은 상대적으로 식물이 거칠어 보인다. ‘일본풍 다리’도 그런 경우다. 1889년 작과 1922년 작은 붓터치와 색상 면에서 차이가 드러난다.
칸딘스키는 음을 색으로 시각화한 화가다. ‘Composition Ⅶ: 구성 7’은 블루를 비롯해 옐로, 레드 등 다양한 색상이 어우러져 있다. 무질서하게 표현된 추상적 형태와 색채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
그를 일컬어 ‘추상미술’의 선구자라는 말은 그런 연유와 무관치 않다.
그의 책 ‘예술에서의 정신적인 것에 대하여’에서 칸딘스키는 음악의 영감을 회화에 적용했다고 밝혔다. ‘시각적 교향곡’을 구현한다는 것은 ‘소리를 그린다’는 뜻이다. “소리를 색으로 느끼고 색에서 소리를 상상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밖에 저자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화가들의 작품과 뇌를 연관시킨 사례를 풀어낸다. 호퍼의 ‘불면의 뇌’, 칼로의 ‘고통스러운 뇌’, 고흐의 ‘우울한 뇌’, 고야의 ‘광기의 뇌’, 몬드리안의 ‘성찰하는 뇌’ 등 독자들에게 상상의 재미와 지식을 선사한다.
또한 그들의 작품을 느끼고 공감하는 우리들의 뇌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
<어바웃어북·2만3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다빈치의 인체 스케치는 의학사에서 주요한 자료로 인식된다. ‘뇌와 두개골 연구’에서 두개골 내부 뇌실, 감각경로를 스케치하기도 했다. 뇌신경 기시부와 경로를 표현한 ‘뇌신경’은 현대 해부학 교재에서도 곧잘 인용될 만큼 유명하다.
‘인체구조에 관하여’(1543년·총 7권)는 인체를 그린 정확하면서도 예술적인 도판집으로 알려져 있다. 뇌막, 소뇌, 대뇌피질, 두개골의 내부 외에도 뇌신경의 기시점과 배열까지 다루고 있다.
단면도, 입체도를 병치한 편집은 신체를 넘어 인간 존재까지 담아냈다는 점에서 ‘해부학 미술’이라는 평을 받았다. 그가 근대 해부학의 창시자라고 일컫는 것은 그런 연유다.
미래의 의사들에게 인체와 뇌의 경이로운 구조를 가르치는 그는 미 스탠퍼드대와 엘스비어가 공동 산출한 ‘세계 상위 2% 과학자’ 명단에 여러 번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더더욱 놀라운 것은 뇌과학자인 저자가 방과 후 향하는 곳은 아틀리에다. 그는 오래 전부터 ‘리현’이라는 이름의 서양화가로 활동해왔다. 개인전 7회, 단체전 6회에 참여했고 지난해에는 대한민국 여성미술대전 은상을 수상했다. 과학자이자 예술가로 두 역할을 해온 융합형 지식인이자 ‘아티언티스트’다.
책 전편을 관통하는 주제는 “예술작품을 완성하는 것은 결국 당신의 뇌다!”이다. 결국 그림을 보고 느끼는 것은 뇌라는 의미다.
달리 말하면 “그림은 눈으로 보는 게 아니라 뇌로 감상하는 것”이다. 특정 그림에 대해 아름다움을 느끼는 순간, 수십억 개 신경세포들이 뇌 내부에서 춤을 춘다는 것이다.
![]() 모네의 1889년 작 ‘일본풍 다리’와 백내장으로 색상식별이 어려워진 1922년에 그린 ‘일본풍 다리’는 붓터치·색감 등에서 변화가 있음을 보여준다.
<어바웃어북 제공> |
일평생 빛을 쫓아 그림에 투영했던 화가 모네는 ‘빛이 춤추고 색이 숨 쉬는 순간’을 그린 예술가였다. 그에게 불행이 닥친 건 1910년 백내장을 앓으면서다.
시야가 흐려졌고 색은 바래졌다. 명암대비와 색채인식 저하가 나타나는데 파란 계열을 감지하는 S원추세포 손상으로 파란색 지각이 제일 먼저 저하됐다.
저자는 ‘수련 연작’을 예로 백내장 전후를 살핀다. 1903년과 1906년 작 ‘수련’은 꽃잎과 나무가 세밀하게 그려져 있지만, 1915년 작은 상대적으로 식물이 거칠어 보인다. ‘일본풍 다리’도 그런 경우다. 1889년 작과 1922년 작은 붓터치와 색상 면에서 차이가 드러난다.
칸딘스키는 음을 색으로 시각화한 화가다. ‘Composition Ⅶ: 구성 7’은 블루를 비롯해 옐로, 레드 등 다양한 색상이 어우러져 있다. 무질서하게 표현된 추상적 형태와 색채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
그를 일컬어 ‘추상미술’의 선구자라는 말은 그런 연유와 무관치 않다.
그의 책 ‘예술에서의 정신적인 것에 대하여’에서 칸딘스키는 음악의 영감을 회화에 적용했다고 밝혔다. ‘시각적 교향곡’을 구현한다는 것은 ‘소리를 그린다’는 뜻이다. “소리를 색으로 느끼고 색에서 소리를 상상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밖에 저자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화가들의 작품과 뇌를 연관시킨 사례를 풀어낸다. 호퍼의 ‘불면의 뇌’, 칼로의 ‘고통스러운 뇌’, 고흐의 ‘우울한 뇌’, 고야의 ‘광기의 뇌’, 몬드리안의 ‘성찰하는 뇌’ 등 독자들에게 상상의 재미와 지식을 선사한다.
또한 그들의 작품을 느끼고 공감하는 우리들의 뇌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
<어바웃어북·2만3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