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만 남은 김미자, 김중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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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삶은 혼자 이룰 수 없다.” 누군가의 기억이 서서히 지워질 때 그 곁에 남는 사람은 무엇을 붙들고 버틸 수 있을까.
김중미의 새 에세이 ‘엄마만 남은 김미자’는 인지장애를 앓는 엄마를 돌보는 일상에서 출발해 한 가족의 병력을 넘어 지난 반세기 한국 사회의 가장 낮은 자리에서 살아온 여성들의 삶을 따라간다. 엄마가 ‘엄마’라는 이름만 남기고 점점 사라져갈 때 저자는 처음으로 “김미자는 누구였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인천 변두리와 산동네, 만석동 괭이부리말을 거쳐온 엄마의 시간을 살피다 보면 이야기는 자연스레 외할머니·친할머니 세대로 이어진다. 신포시장에서 자기 기준대로 값 흥정을 하던 외할머니, 굶주린 이웃에게 기꺼이 밥을 내어놓던 친할머니의 모습 속에는 “가난은 힘이 없지만 사랑은 힘이 있다”는 믿음이 어떻게 몸으로 이어졌는지가 담겨 있다.
책은 여성의 고된 노동과 책임뿐 아니라, 산업화와 전쟁 속에서 무너진 남성들의 삶, 부녀 관계의 상처, 장남과 맏딸에게 주어진 과도한 짐까지 함께 포착한다. 빈민운동과 공동체 활동으로 오랫동안 ‘기찻길옆공부방’과 ‘기찻길옆작은학교’를 지켜온 저자는 자신의 삶 또한 엄마와 할머니 세대의 가치 위에서 가능했다는 사실을 되짚는다.
에세이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곁’이다. 거북시장에 가야 겨우 아는 사람을 만날 수 있었던 엄마, 툇마루와 평상을 내어 동네 사람들의 몸을 기대게 했던 외할머니, 밤늦게까지 공부방 불이 꺼지지 않기를 바라는 아이들의 곁을 지켜온 저자까지 책 속의 인물들은 우리 모두가 혼자서는 견딜 수 없다는 사실을 삶으로 보여준다.
<사계절·1만9000원>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김중미의 새 에세이 ‘엄마만 남은 김미자’는 인지장애를 앓는 엄마를 돌보는 일상에서 출발해 한 가족의 병력을 넘어 지난 반세기 한국 사회의 가장 낮은 자리에서 살아온 여성들의 삶을 따라간다. 엄마가 ‘엄마’라는 이름만 남기고 점점 사라져갈 때 저자는 처음으로 “김미자는 누구였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책은 여성의 고된 노동과 책임뿐 아니라, 산업화와 전쟁 속에서 무너진 남성들의 삶, 부녀 관계의 상처, 장남과 맏딸에게 주어진 과도한 짐까지 함께 포착한다. 빈민운동과 공동체 활동으로 오랫동안 ‘기찻길옆공부방’과 ‘기찻길옆작은학교’를 지켜온 저자는 자신의 삶 또한 엄마와 할머니 세대의 가치 위에서 가능했다는 사실을 되짚는다.
<사계절·1만9000원>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