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과 사진이 발현하는 깊은 울림
김종회 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 촌장
다섯 번째 디카시집 ‘북창삼우’ 펴내
2025년 12월 03일(수) 15:05
짧은 글과 한 장의 사진이 발현하는 깊은 울림.

오늘날 ‘디카시’는 사진작가나 시인이 아니어도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는 장르다. 스마트폰 사용이 일상화되면서 보편적인 현상으로 자리잡았다.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데다 시를 쓰고 싶은 열망이 있는 이들에게 디카시는 더할 나위 없이 친근한 예술이다.

문학 애호가뿐 아니라 전문적인 문학 연구자나 문인들에게도 디카시는 매력적인 예술의 분야로 자리잡았다. 사물과 풍경, 사람과 시간에 드리워진 섬세하면서도 미세한 순간을 포착해 형상화할 수 있어서다.

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 촌장인 김종회 전 경희대 국문과 교수가 다섯 번째 디카시집 ‘북창삼우’(상상인)를 펴냈다.

제4시집 ‘영감과 섬광’ 이후 1년 6개월 만에 펴낸 이번 시집은 문향의 고적한 미와 깊은 사색의 흔적이 담겨 있다. 사진과 함께 수록된 터라 읽는 맛, 보는 맛, 생각하는 맛을 전한다.

김 촌장은 “내게 있어 시는 사유를, 취흥은 문향을, 그리고 음률은 삶의 리듬을 뜻한다”며 “이렇게 디카시는 내 일상의 예술이요. 예술의 일상이 되었다”고 전했다.

표제인 ‘북창삼우’(北窓三友)는 저자의 관심과 지향이 어디에 닿아 있는지 보여준다. 옛날 선비의 방에는 세 가지 벗이 있었는데 시, 술, 거문고가 그것이다. 함께 어우러지면 예술의 지극한 경지를 맛볼 수 있어 예로부터 선비들이 가까이했다.

“가을날 수숫단 같은 원추형 지붕/ 눈 내린 겨울날에 한껏 고즈넉하네/ 이 소박한 품위 작가는 짐작 했을까”(‘설경 문학관’ 전문)

눈 내린 문학관 풍경을 압축적인 시와 아름다운 사진으로 구현했다. 시와 사진이 조화를 이룬 절창이다. 저자에게 카메라는 기록의 도구보다 사유의 매개체로 작용한다. 렌즈에 비치는 사물이나 대상이 ‘시각 언어’인 사진으로 전이될 때 부지불식간에 새로운 감성이 열린다.

시집은 모두 3부로 구성돼 있다.

1부는 시인의 일상생활 공간이 주 소재다. ‘설경 문학관’, ‘노을 진 노송’ 등 자연에서 끌어온 풍경과 시를 초점화했다.

2부는 손녀가 만들어 낸 일상의 장면들로 ‘곰돌이’, ‘작은 공주님’ 등 작품이 수록돼 있다.

3부는 바다나 산 등에서 길어 올린 시간을 담았다. ‘유달산 목포’, ‘목포 비너스’ 등은 고유한 기운과 이미지를 발한다.

이승희 교수의 영문 번역도 함께 수록돼 있어 보다 깊고 차원이 다른 감성을 느낄 수 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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