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반도체 기업, 이제 광주로 - 이병훈 더불어민주당 호남발전특위 수석부위원장·전 국회의원
2025년 12월 02일(화) 00:20
지난 10월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삼성전자, 현대차, LG, SK 등 우리나라 4대 그룹 총수들이 향후 5년간 국내에 140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선언하였다. 이 회의는 한국 대기업의 향후 글로벌 전략과 산업 방향을 가늠하는 국가적 회의였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한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메시지는 일상적인 정책 언급이 아니라 한국 경제가 당면한 구조적 위기와 산업 전략의 변화를 요구하는 깊은 통찰이 담긴 발언이었다.

지금 한국 반도체 산업은 수도권에 지나치게 집중되어 있어 여러 위험 요소를 갖고 있다. 평택·화성·이천 등 주요 반도체 산단은 북한과의 물리적 거리상 지정학적 취약성에 놓여 있으며, 이는 반도체가 국가 안보의 핵심 자산임을 감안 할 때 매우 중요한 문제다. 또한 반도체 제조는 엄청난 전력과 물을 필요로 하는데 수도권 인근에 집중되면서 에너지와 용수 공급의 불안정성이 심화되고 있다. 2021년 대만 TSMC가 극심한 가뭄으로 물탱크 트럭을 동원했던 사례는 충분히 참고가 될 만한 경고다. 여기에 수도권 지가 상승으로 인한 산업단지 조성의 어려움, 지방 제조업 기반 붕괴와 지방소멸 가속화 역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구조적 문제다.

이제 대한민국은 수도권 중심의 반도체 생태계를 다변화하고 지정학적·에너지·부지 리스크를 동시에 해결할 새로운 전략적 거점을 확보해야 한다. 그 해답은 바로 광주다. 광주는 지정학적으로 유리하며 영산강과 황룡강이 제공하는 풍부한 용수와 영광원전, 전남의 해상풍력·태양광 등 안정적인 전력 공급원이 있어 반도체 팹 운영에 필요한 필수 인프라를 고루 갖추고 있다. 산업용지 가격 역시 수도권보다 저렴하여 경제성이 높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광주는 국가 AI데이터센터를 전국 최초로 구축하였고 AI데이터센터에는 반도체 테스트·검증, 자율주행, 에너지 실증센터가 있어 광주가 반도체와 AI 융합 생태계를 선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 있다. 이는 단순한 인프라 수준을 넘어 향후 ‘AI 반도체 시대’를 대비할 국가적 자산이자 기업 투자 유치를 촉진할 핵심 경쟁력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수요 폭증으로 삼성과 SK하이닉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고 국가 경쟁력의 핵심 과제로 떠오른 지금, 만약 광주에 이 클러스터가 조성된다면 그 파급효과는 실로 막대하다. 직접 고용 5000명 이상, 협력사·서비스 산업 등을 포함한 간접 고용 2만명 이상이 창출될 것으로 예상되며 연간 부가가치는 20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 서울·수도권으로 빠져나간 청년 고급 기술 인력들이 다시 광주로 유턴함으로써 호남의 인구 감소 흐름도 반전시킬 수 있다. 이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넘어 대한민국 반도체 공급망의 안정성과 국가적 회복력을 높이는 전략적 선택이 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한 지역균형발전은 단순한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국가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산업·인구·안보 전략이다. 정부와 광주시는 지금 분명한 과제 앞에 서 있다. 광주 반도체 특화단지를 조성하고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를 이끌 수 있도록 법인세·취득세 감면 등 세제 인센티브를 강화해야 한다. 또한 정책금융 지원과 R&D 세액공제 확대를 통해 기업의 투자 부담을 줄이고 정부·지자체·산업계 간 협력체제를 구축하여 실행력을 높여야 한다.

광주에 반도체 기업이 들어선다면 이를 중심으로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기업이 집적된다. 확장된 광주 AI데이터센터는 세계 최고 수준의 컴퓨팅 파워를 제공하며 미래 모빌리티 클러스터는 자동차 반도체 수요를 흡수한다. 광주는 청년들이 떠나는 도시가 아니라 기회가 몰려드는 혁신도시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결단과 실행이다. 광주가 한국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수 있도록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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