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일범의 ‘극장 없이는 못살아’] 빅3 오케스트라 대전
2025년 11월 27일(목) 00:20
최근 한국에서 세계 톱 3 오케스트라의 대전이 펼쳐졌다.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명문 암스테르담의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 에베레스트 산처럼 세계 오케스트라의 왕좌에서 언제나 최고의 막강한 실력을 자랑하는 베를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그리고 가장 온화하고 부드럽고 우아한 사운드의 여왕 같은 빈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이렇게 우열을 가리기 힘든 1, 2, 3등 클래식 명문 악단(클래식 전문지 그라모폰 선정)이 한국 무대에서 쟁패를 벌인 것이다.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는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런덤 심포니와 함께 세계 5대 교향악단에 꼽히는 악단으로 지금은 세상을 떠난 명장 마리스 얀손스가 상임지휘를 했을 때 1위에 등극한 적도 있었다. 네덜란드라는 매우 실용적인 나라의 오케스트라답게 진취적이고 기질이 호방하다.

지난 5월 30년 만에 세계의 다양한 오케스트라들이 콘세르트허바우 공연장에 모여 말러 페스티벌을 열었다. 암스테르담에서 이 페스티벌이 열린 이유는 말러가 생전에 초청을 받아 지휘해 본 후 이 오케스트라의 철저한 준비와 연주력에 놀라 매우 좋아했고 이후에도 자신의 교향곡의 네덜란드 초연을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와 많이 했기 때문이다.

최근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RCO)는 지휘자에 대한 선택도 매우 실용적으로 결정했다. 마리스 얀손스, 다니엘레 가티 이후 공석이던 상임지휘자로 29세의 핀란드 출신 미남 신성 지휘자인 인기 절정의 클라우스 마켈라를 선택, 단숨에 세계 클래식팬들의 이목을 사로잡아 버렸다. 2027년 취임을 앞두고 있지만 이미 대관식을 앞둔 황태자 같은 모습으로 RCO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지금 가장 대중적으로 세계에서 인기높은 지휘자의 미래를 선택한 것이다.

그래서 마켈라와 RCO의 이번 내한공연은 클래식팬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첫 날인 11월 5일 공연에서는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피아니스트 키릴 게르스타인의 협연으로 들려주었는데 마켈라의 지휘는 1악장에서 오케스트라와 협연자의 합이 잘 맞지 않았고 드라마가 빠져버린 브람스를 들려주어서 기대에 못미쳤다. 하지만 2부 버르토크의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에서의 준수한 연주는 앞으로 전세계 클래식인들의 초미의 관심사인 이 젊은 지휘자가 RCO라는 위대한 오케스트라와 함께 어떻게 성장해 나갈지 기대를 하게 만들었다.

두 번째로 내한 한 팀은 웅장한 사운드가 역시 일품인 베를린필하모닉 오케스트라였다. 많은 단원들과 베를린에서 함께 성장해 친구의 리더십을 지닌 유대계 러시아 출신 지휘자 키릴 페트렌코가 이끄는 베를린필은 두 번째 날인 11월 8일 공연을 택했는데 역시 베를린필은 언제 어디에서 들어도 날 실망시키는 적은 한번도 없었다.

베를린필은 자주 들을 수 있는 레퍼토리가 아닌 야나첵의 ‘라치안 춤곡’을 꿈틀꿈틀 생동감넘치게 연주했고 버르톡의 ‘중국의 이상한 관리’라는 음악적 호러물을 입체적으로 살려냈으며 스트라빈스키의 ‘페트루슈카’에서는 페트렌코의 러시아 혈통을 만끽할 수 있는 러시아 민속과 풍습이 살아있는 표정을 훌륭하게 살려냈다.

한편 ‘카라얀의 후계자’라는 별칭을 갖고 있을 정도로 독일 전통의 음악세계에 널리 알려진 크리스티안 틸레만과 빈필 공연중에서는 두 번째 날인 11월 20일 브루크너 ‘교향곡 5번’을 들었다. 현존 바그너, 브루크너 해석자 중 첫 손가락에 꼽히는 틸레만과 빈필의 만남이 정말 기대되었기 때문이다.

틸레만과 빈필의 브루크너 5번은 그야말로 음향의 파라다이스였다. 빈필의 두터운 실크같은 고동색의 목재향은 가히 지금까지 들어본 적 없는 사운드로 청중을 감동시켰다. 특히 브루크너하면 3악장 스케르초가 떠오르는데 그와 빈필이 만들어낸, 막강한 밀당이 있는 우주적 스케일의 스케르초는 특별한 감동을 안겨주었으며 마지막 4악장에서 지금까지 연주했던 모든 악장들이 하나로 합체되며 강렬한 피날레 천국을 이루었다.

공연을 만족스럽게 끝낸 틸레만이 마치 말러 6번 ‘비극적’에서 해머를 피날레에서 내리치듯. 커튼콜 때 포디엄 위로 뛰어올라 가 온 힘을 다해 발로 큰 굉음을 내면서 멋진 연주 성공을 스스로 자축하는 모습이 색다르고 박력있어서 놀라웠다.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베를린필 그리고 빈필에 이르기까지 모두 이전 오케스트라의 연주에서 듣지 못했던 또 다른 연주의 경지를 들려주며 점입가경을 이루었던 서울 예술의전당의 가을 밤들이었다. 이렇게 훌륭한 세계적 수준의 오케스트라 공연들이 광주에서도 열리게 될 날을 고대한다.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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