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허경 광주 미디어아트플랫폼 센터장 “다양성의 시대, 우리 모두 예술가 될 수 있죠”
[광주일보 13기 리더스아카데미]
‘동시대 미술 인사이트’ 주제 강연
피카소에서 ‘남성 변기’까지
예술의 형식·틀 사라진 증거
경계 넓혀가는 안목 길러야
내달 2일 아카데미 졸업식 개최
2025년 11월 26일(수) 20:40
김허경 광주 미디어아트플랫폼 센터장이 제13기 광주일보 리더스 아카데미 강연에서 ‘동시대 미술 인사이트’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
바나나를 벽에 붙이고, 남성용 소변기를 전시하고, Brillo 세제 통을 쌓아 올린다. 일상 속 장난 같기도, 작품 같기도 한 애매모호한 경계 속 현대미술은 난해하고, 또 새롭다. 이렇듯 우리는 모든 것이 예술이 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지난 25일 광주시 서구 라마다플라자 광주 호텔에서 열린 제13기 광주일보 리더스 아카데미 강연에서 김허경<사진> 광주 미디어아트플랫폼 센터장이 ‘동시대 미술 인사이트’를 주제로 강연했다.

김 센터장은 전남대 사범대 미술교육과 졸업 후 전남대 예술대학 1호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한국큐레이터협회 회원, 미술평론가로 활동하며 서울과 지역을 연결하는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호남근현대미술사’, ‘근현대광주사람들’ 등 다수 저서와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김 센터장은 입체주의를 탄생시킨 피카소를 언급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피카소 이전에는 눈에 보이는 사물을 똑같이 그리는 화가가 실력을 인정받았다. 자신이 천재 화가라고 생각했던 피카소는 프랑스에서 자신보다 뛰어난 실력을 가진 화가들을 만나며 스스로 평범한 화가라는 걸 느끼게 됐다. 피카소는 어린아이가 장난감을 분해하듯 작품을 뜯어내기 시작했다. 형태를 변형시키고 시점을 다양화했다.

“피카소의 천재성도 가로막힌 길을 만났기 때문에 빛을 볼 수 있었습니다. 뭔가를 비워내고, 새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듯 새롭게 생각하지 않으면 발전할 수 없었을거예요. 피카소는 92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어린아이처럼 그림을 그리려 노력했죠. 피카소가 자신의 천재성을 평범하다고 생각하고 극복해낸 결과물이 바로 입체주의였습니다.”

김 센터장은 현대미술이 가진 다양성을 강조하며 오늘날 우리 모두가 예술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미술은 특정한 이념을 가지지 않고 개인과 문화, 사회, 정체성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20세기 후반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온 예술 작품을 의미한다.

현대미술의 대표적 작가로는 남성 소변기를 사용한 ‘샘’의 마르셀 뒤샹이 있다. 그는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자전거 바퀴, 소변기에 예술적 의미를 부여해 작품으로 만들었다.

또 다른 예시로 팝 아티스트 합판 박스에 실크스크린을 사용해 세제 통을 그대로 재현해낸 앤디 워홀의 ‘브릴로 박스(Brillo Box)’를 들었다. 미국의 철학자이자 미학자 아서 단토는 슈퍼마켓에 있는 브릴로 박스와 갤러리에 있는 브릴로 박스는 무엇이 다른지에 대한 고찰을 통해 1997년 ‘예술의 종말 이후’에서 예술의 종말을 선언한다. 이는 예술이 더는 필요 없어졌다는 뜻이 아닌 예술에 정해진 형식과 틀이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외적으로 동일한 상자라고 하더라도 예술가가 특정한 의미, 기능을 부여하면 예술작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제품과 작품의 지각적 식별이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렀을 때 사람들은 ‘나도 예술 할 수 있겠네’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우리 모두가 예술가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게 되죠. 그림이 걸려있는 액자의 경계는 언제나 달라질 수 있고, 그 경계를 넓혀나가는 것은 작품을 바라보는 사람의 몫입니다.”

김 센터장은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며 “예술의 본질은 눈에 보이는 것에 대한 사고를 시작할 때 비로소 드러난다”고 말했다.

한편 제13기 광주일보 리더스 아카데미 강연은 이날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졸업식은 12월 2일 오후 7시 라마다 충장호텔에서 열린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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