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운전면허시험장 건립 2년 연기…응시생 지친다
나주 시험장에 면허 갱신·응시생 등 몰리며 기본 1시간 대기
광주 북구 시험장 공정률 58% 그쳐…2027년에나 완공될 듯
2025년 11월 25일(화) 21:30
25일 나주시 삼영동 전남운전면허시험장이 연말 응시생들이 몰리면서 연일 북적이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25일 오전 10시 30분께 찾은 나주시 삼영동 한국도로교통공단 전남운전면허시험장 로비는 운전면허 시험을 보거나 면허를 갱신(적성검사)하려는 방문객 90여 명이 몰리면서 북새통을 이뤘다.

오전 시간대임에도 10개 창구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었고, 순번 대기표 화면에는 대기인수 ‘37명’이 떠 있었다.

방문객들은 로비에 마련된 의자에 빽빽이 앉아있다가 시험장 직원이 면허증 발급 완료된 이름을 부르면 우르르 몰려가 면허증을 받아가는 모습을 연출했다.

방문객들은 오후 1시가 넘어가면서 더 몰려들었다. 창구 대기열은 50여명에서 떨어질 줄을 몰랐고, 신체검사실 앞에도 20여 명이 줄을 서는 등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나주시 전남운전면허시험장에 광주 일대의 운전자 수십만명이 몰려드는 등 ‘포화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올해까지 완공하기로 했던 광주시 북구 삼각동 광주운전면허시험장은 2년째 표류 중이라 지역민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강병호(57·광주시 광산구)씨는 “경찰서에서도 면허증을 발급받을 수 있다는데 오래 걸리고, 나주 시험장에서는 바로 발급받을 수 있다고 해서 왔다”며 “일부러 시간 내서 오전에 왔는데 사람이 이렇게 몰릴 줄 몰랐다”고 말했다.

표종옥(51·광주시 북구)씨는 1종 보통 면허 실기 시험을 보기 위해 오전부터 시험장을 찾았으나, 오후 1시가 넘어서야 겨우 시험을 치를 수 있었다.

표씨는 “오전 6시 40분에 나와서 오치동에서 160번 버스를 타고 나주 터미널까지 1시간 30분, 이어 500번 버스를 타고 20여 분이 걸려 시험장에 도착했다”며 “광주로 돌아갈 때면 출퇴근 시간대가 걸려 2시간 넘게 버스를 타야 할 판이다. 이렇게 불편해서야 어떻게 살겠느냐”고 한탄했다.

수능이 끝난 후 운전면허를 따려는 10대 학생들은 자기 차량이 없어 부모, 학원 등의 차량을 빌려 타고 와야 해 불편이 가중된다고 호소했다. 또 고령운전자들은 신체가 불편한데 딱딱한 의자에 앉아 한참을 기다려야 해 더욱 힘들어하는 상황이었다.

오승재(19·화순군)군은 “기능, 도로주행 시험은 화순에서 볼 수 있지만 필기 시험은 나주 시험장에 봐야해서 운전학원 차를 타고 7명이서 왔다”며 “면허증을 바로 발급 받으려면 이곳에서 받아야 한다는데 오가는 길이 너무 멀고 불편하다”고 하소연했다.

서향님(여·75·광주시 광산구), 이풍용(82)씨 부부도 “병원에서 시력검사와 치매 검사 등 필수 서류 다 떼 왔는데 대기자가 많아 1시간 넘게 기다려야 했다”며 “광주에 시험장이 있으면 나주까지 안 와도 되니까 좋을텐데, 매번 나주로 오는 게 불편하다”고 말했다.

전남운전면허시험장에 따르면 올해 광주·전남 운전면허 갱신 대상자는 31만 300여 명으로 최근 5년 내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10월 말 기준 갱신을 마친 인원은 19만 400여 명(61.3%)에 그쳐 남은 12만 명이 연말까지 갱신을 마쳐야하는 상황이다.

11월 마지막 주 시험장 방문객은 일일 800여 명 수준이며, 12월에는 방문인원이 16.4% 가량 증가해 일일 900여명 안팎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광주운전면허시험장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광주시험장은 광주시 북구 삼각동 418번지 일원에 연면적 4만 210㎡, 328억 규모로 들어설 예정으로, 지난 2023년 착공했다.

당초 광주시험장은 올해 말까지 완공될 계획이었으나, 2027년으로 연기됐다. 25일 기준 시험장 건립 공정률도 58%(예산집행기준)에 그치고 있다.

공사를 맡은 한국도로교통공단은 토지매입과정에서 수용재결, 연약지반 보강공사 등으로 공사가 지연됐고,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건축비가 증가해 예산을 추가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손혜진 북구의회 의원은 지난 19일 북구의회 제306회 2차 정례회에서 5분 발언을 하고 “도로교통공단은 당초 계획된 시설 규모를 대폭 축소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인데, 이 경우 제2종 소형과 특수면허 시험을 보려는 광주 시민들은 또다시 나주 시험장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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