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국제평화영화제’ 27~29일 광주극장·롯데시네마 충장로관
분열의 세계를 통합으로 이끈 ‘스크린의 빛’
개막작 ‘그저 사고였을 뿐’
‘공동경비구역 JSA’ 특별상영
한국영화 오마주 섹션도 준비
2025년 11월 25일(화) 19:45
그저 사고였을 뿐
민주주의를 뒤흔든 ‘12·3 비상계엄’의 강을 어렵게 건너온 지금, 한국 사회는 다시금 민주주의의 회복력과 K콘텐츠의 저력을 확인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가짜 뉴스가 증폭되고 혐오의 언어가 일상을 잠식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자지구 등 세계 곳곳의 전쟁도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평화라는 가치는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대적 과제가 됐다. 갈라진 사회의 틈을 잇는 가장 힘 있는 언어는 결국 문화와 예술이다.

전쟁과 폭력의 현실을 응시하며 ‘인간다움’의 기준을 되묻는 영화제가 막을 올린다.

‘제8회 2025 국제평화영화제’(조직위원장 유인학)가 오는 27일부터 29일까지 광주극장과 광주 롯데시네마 충장로관에서 펼쳐진다. 올해 영화제는 장·단편, 애니메이션, AI 영상, 다큐멘터리 등 30여 편의 상영작을 준비했다. 특히 전쟁과 폭력의 구조를 기록하고 분열된 세계를 잇는 영화의 역할을 조명하는 데 초점을 맞춰 IPFF 초이스 등 5개 섹션을 구성했다.

첫 문을 여는 작품은 김대중노벨평화영화상 1회 수상자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그저 사고였을 뿐’이다(27일 오후 7시, 광주 롯데시네마 충장로). 2025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이 작품은 겉으로는 우연한 교통사고에서 비롯된 비극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 자리한 구조적 폭력과 억압의 층위를 날카롭게 파헤친다.

이란 정부의 제작 금지 조치 속에서도 비밀리에 영화를 찍어 온 파나히 감독은 자신의 실제 투옥 경험과 피해자들의 증언을 작품에 녹여냈다. 억압을 넘어 서려는 예술의 집요함을 새삼 확인하게 하는 작품이다.

미스터 김, 영화관에 가다
29일 오후 7시 롯데시네마 충장로에서 상영되는 폐막작은 ‘미스터 김, 영화관에 가다’. 김대중노벨평화영화상 10회 수상자이자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인 김동호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이다. 세계 각국의 영화인들이 등장해 영화관이라는 공간의 존재 이유, 관객 문화, 영화 산업의 변화 등을 다층적으로 해석한다.

올해 김대중노벨평화영화상 수상자인 명필름의 대표작, 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 JSA’ 리마스터링 버전이 특별상영돼 눈길을 끈다(28일 오후 7시, 광주극장). 이번 리마스터링 버전은 개봉 25주년을 맞아 새롭게 복원된 작품으로 판문점 총격 사건을 둘러싼 남북 군인들의 관계와 분단의 현실을 인간적인 시선으로 풀어냈다.

길 위에 김대중
명필름 30주년을 기념한 ‘한국영화 오마주 섹션’도 준비됐다. 52편의 필모그래피 가운데 엄선된 대표작들로 구성되며 한국 멜로영화의 지평을 넓힌 ‘접속’, 청춘의 초상을 기록한 ‘와이키키 브라더스’, 한국 현대사를 스케치한 ‘길 위에 김대중’ 등을 선보인다(28일 오전 11시부터, 광주 롯데시네마 충장로).

포화 속의 아이들
27일 오후 2시부터 롯데시네마 충장로에서는 힌츠페터상 수상작들을 포함한 분쟁지역 다큐멘터리들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알자지라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포화 속의 아이들’은 가자지구로 의료 지원을 간 20명의 의사들이 이스라엘군에 의한 팔레스타인 아동 살해의 실태를 증언한 기록물이다. 목·가슴·머리에 총상을 입은 아기와 어린이들의 엑스레이 사진 등은 전쟁의 잔혹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이 밖에도 다양한 작품들이 전쟁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민간인의 일상과 국제사회의 외면을 비판적으로 비춘다.

마당을 나온 암탉
애니메이션 섹션에서는 미셸 오슬로 감독의 ‘프린스 앤 프린세스’, 단편 애니메이션 6편, 가족 섹션 ‘길 위의 뭉치’, 한국적 서사를 바탕으로 한 ‘마당을 나온 암탉’ 등이 스크린에 오른다.

올해는 AI 크리에이티브 어워즈 입상작을 포함한 AI 기반 영상도 공식 섹션으로 상영한다. 기술과 예술이 결합한 실험적 작품들은 영상 미학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며 미래 영화 창작의 가능성을 보여줄 예정이다.

유인학 조직위원장은 “전쟁·갈등·양극화·환경 위기 속에서도 희망과 연대를 모색하는 영화들이 올해 관객들과 깊이 만나길 바란다”며 “영화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믿음이 이번 영화제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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