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강국’ 향한 비상…고흥 밤하늘에 ‘뉴 스페이스’ 불꽃
민간 기업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제작 총괄하고 발사 운용에 참여
3대 과제 중 이송 완료…페어링 분리·위성 사출 고비 넘겨야 성공
2025년 11월 25일(화) 18:45
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25일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4차 발사를 위해 발사대로 이송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27일 새벽 한국형발사체 ‘누리호(KSLV-II)’가 네 번째 우주 항해를 시작한다.

이번 발사는 단순한 로켓 발사를 넘어, 대한민국 우주 개발의 패러다임이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넘어가는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역사적 이벤트다.

전남이 대한민국의 우주 전초기지로서 확고히 자리매김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이번 발사가 성공하면 한국은 중형급 위성을 독자적으로 쏘아 올릴 수 있는 명실상부한 우주 강국(G7)의 입지를 다지게 된다. 2026년 예정된 5차 발사에서는 민간 인력의 참여 범위를 대폭 늘리고, 2027년 6차 발사 때는 발사 책임자 등 일부를 제외한 모든 운용을 민간이 주도하게 된다. ‘한국판 스페이스X’의 탄생이 머지않은 것이다.

◇민간이 주도하는 첫 실전 발사=이번 누리호 4차 발사의 가장 큰 특징이자 차별점은 ‘민간 참여’다.

지난 1~3차 발사가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이 설계부터 조립, 발사 운용까지 도맡아 한 ‘국가 R&D’ 성격이었다면, 이번 4차 발사는 체계종합기업으로 선정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제작을 총괄하고 발사 운용에 본격적으로 참여하는 첫 번째 무대다. 이는 마치 미국 NASA가 스페이스X에 기술을 이전하며 민간 우주 생태계를 꽃피웠던 것과 마찬가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발사체인 누리호 4호기의 기체 총조립을 주도했을 뿐만 아니라, 발사지휘센터(MDC)와 발사관제센터(LCC)에 핵심 인력을 파견해 ‘도제식’으로 전수받은 발사 운용 노하우를 실전에 적용한다.

이는 향후 대한민국이 독자적인 상업 위성 발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산업적 기반을 닦는다는 점에서 ‘민간 우주 산업’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또한 이번 발사는 최초의 ‘야간 발사’라는 점에서도 이목을 끈다.

주탑재위성인 ‘차세대중형위성 3호’가 우주의 오로라와 대기광을 관측해야 하는 특수 임무를 띠고 있어, 궤도 조건상 새벽 시간대(27일 새벽 0시 54분~1시 14분) 발사가 불가피했다.

시야가 제한된 악조건 속에서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정밀한 통제를 요구하는 또 다른 도전이라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성공을 향한 ‘세 가지 고비’=수십만 개의 부품이 유기적으로 작동해야 하는 누리호가 궤도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험난한 고비들이 도사리고 있다.

이번 4차 발사의 성패를 가를 ‘3대 고비’중 하나는 25일 무사히 넘겼다.

첫 번째 고비는 ‘이송’(Transport)’으로 이날 성공적으로 마무리 됐다. 조립동에서 발사대까지 1.8㎞를 이동하는 과정은 그야말로 ‘살얼음판’이다.

길이 47.2m의 거대한 기체를 눕혀서 옮기는데, 이때 발생하는 미세한 진동조차 내부 정밀 센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를 막기 위해 특수 제작된 무진동 트랜스포터가 시속 1.5㎞, 성인 걸음보다 훨씬 느린 속도로 1시간 10여분을 ‘엉금엉금’ 이동했다.

우주항공청은 이날 오전 10시 40분께 이송을 완료하고 오후 1시 40분께 기체를 기립해 발사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두 번째 고비는 ‘페어링(Fairing) 분리’다. 발사 후 234초, 고도 201㎞ 지점에서 위성을 감싸고 있던 덮개(페어링)가 떨어져 나가야 한다.

대기권을 뚫고 올라올 때는 위성을 보호하는 방패 역할을 하지만, 우주에 진입하면 불필요한 무게추가 되기 때문이다. 만약 페어링 한쪽이 제때 분리되지 않으면 궤도 진입 속도를 맞추지 못해 실패로 직결된다.

2009년 나로호 1차 발사의 실패 원인이기도 했던 이 ‘마의 구간’을 이번에는 3단 벤트 장치에 소음 저감 기술을 새로 적용해 더욱 부드럽고 안전하게 넘는다는 계획이다.

마지막이자 가장 까다로운 고비는 ‘위성 사출(Dispensing)’이다. 이번 누리호는 주탑재위성 1기와 큐브위성 12기 등 총 13기의 ‘승객’을 태웠다.

목표 고도 600㎞에 도달하면 먼저 500kg급 차세대중형위성 3호를 분리하고, 이후 12개의 큐브위성을 20초 간격으로 순차적으로 쏘아 보낸다.

마치 우주 공간에서 씨앗을 뿌리듯 정밀하게 위성을 놓아주는 과정에서 위성끼리 충돌하거나, 반동으로 인해 발사체의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제어하는 것이 핵심 기술이다.

3차 발사 때보다 탑재 위성 수가 2배 가까이 늘어난 만큼, 난이도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주탑재위성과 12기 큐브위성 우주과학 실험= 누리호 4차 발사에는 총 13기의 위성이 실린다. 주탑재위성인 차세대중형위성 3호는 중형 실용위성으로, 우주과학 실험 임무를 수행한다.

오로라 등 우주 날씨 현상을 관측하는 광시야 카메라, 우주 미세중력에서 줄기세포를 3D 프린팅하는 바이오 실험 장치, 지구 저궤도의 플라즈마·자기장 변화를 측정하는 센서 등을 탑재했다.

함께 발사되는 12기의 큐브위성은 국내 산학연이 개발한 초소형 위성들이다. 크기는 작게는 사과 몇 개 정도부터 크게는 서류가방 크기까지 다양하며, 각기 독자 임무를 띠고 있다.

세종대의 스파이론 위성은 적외선으로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를 탐지하고 저궤도 항법신호 송출을 시험한다. KAIST의 K-HERO 위성은 초소형 플라즈마 추진기(홀추력기)를 궤도에서 작동시켜 성능을 검증한다.

스페이스린텍의 비천(BEE-1000) 위성은 단백질 결정체를 키우는 우주 실험실 임무를 수행한다.

이 밖에도 지구 관측, 위성 군집비행 실험, 우주 쓰레기 감축 기술 검증, 해양·기상 데이터 수집 등 목적도 각양각색이다. 이러한 다양한 큐브위성들의 등장은 한국 우주산업 생태계가 한층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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