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는 더 이상 미래의 경고가 아니다. 대한민국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전력, 산업, 건물, 수송 등 4대 분야에서 구조적 전환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 중 전력 분야는 가장 핵심적인 감축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석탄 화력 중심의 중앙집중형 발전 체계에서 재생에너지 기반의 분산형 체계로의 전환은 미래 세대를 위해 반드시 해야만 하는 과업이 됐다.

이러한 전환의 대표적 사례가 바로 경기도 여주시 세종대왕면 구양리다. 70여 가구, 150여 명의 주민이 함께 ‘햇빛두레발전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마을 공동 부지에 1MW급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했다. 월 평균 3500여 만원의 매출과 1000만원의 순수익은 마을버스 운영, 무료 식당, 정원 조성 등 복지사업에 전액 사용되며, 주민 모두가 수익을 공유하는 ‘햇빛 연금’ 모델을 실현하고 있다. 이 모델은 외부 투자자가 아닌 마을 주민이 주도했다는 점에서 기존 농촌 태양광 사업과 차별화된다. 에너지 생산이 곧 지역 공동체의 자립과 복지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는 에너지 민주주의의 실질적 구현 사례로 평가받으며 정부는 이를 전국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2026년 선도사업을 시작하고 2027년부터 본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영광군 염산면 월평마을도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전국 최대 규모인 3MW급 영농형 태양광 발전단지를 주민 주도로 조성하고 있다. 2025년 5월, 1단계 1MW 발전소가 준공됐으며 2026년 하반기에는 2단계 2MW가 추가로 완공될 예정이다. 총 54억원이 투입된 이 사업은 염해간척지 약 5만㎡ 부지에 조성되며 마을 주민들이 직접 협동조합을 구성해 사업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월평마을의 28가구는 3MW가 모두 준공되면 가구당 매월 11만 8000여원, 연간 142만원의 ‘햇빛 연금’을 지급받을 전망이다. 이는 농촌 고령화와 소득 불균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으로, 지역소멸 위기 극복에도 기여할 수 있다. 또한 마을회관 운영비 충당, 복지사업 확대, 인구 유입 효과 등 다양한 부가적 혜택이 기대된다.

다만 현재는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상업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전력 계통 연계가 완료되지 않아 실질적인 수익 실현은 2026년 하반기 서영광변전소가 가동된 이후에야 가능하다. 정부와 전력 당국은 이러한 병목 현상을 조속히 해소하고 전력망 인프라 확충과 행정 절차 간소화를 통해 지역 에너지 전환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

한편 영농형 태양광의 제도적 기반도 강화되고 있다. 기존에는 농지법상 임시 사용허가 기간이 8년에 불과해 장기 투자가 어려웠지만 최근 개정을 통해 23년으로 연장되었고, 태양광 설치에 대한 이격거리 규제도 완화되었다. 이는 전국의 가용 부지를 최대한 활용하고 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기 위한 규제 혁신의 일환이다.

하지만 물리적·제도적 기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탄소배출권 제도의 실효성 확보도 병행되어야 한다. 현재의 배출권 가격은 기업의 감축 유인을 충분히 자극하지 못하고 있으며 정부는 경매 비중 확대, 가격 상·하한제 도입, 감축 실적 인센티브 강화 등을 통해 탄소의 사회적 비용을 시장에 반영해야 한다.

기후위기 대응은 정부의 정책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지역 주민, 기업, 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하고 이익을 공유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여주 구양리와 영광 월평마을 모델은 그 가능성을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이러한 변화가 확산된다면 2050 탄소중립은 더 이상 이상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전력 연계와 제도적 뒷받침이다. 이 과제가 조속히 해결되어 월평마을의 햇빛이 지역공동체의 미래를 더욱 밝히는 에너지로 전환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