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욱 경희대 교수 “불확실한 AI 시대, 변하지 않는 것부터 살펴야”
[광주일보 13기 리더스아카데미]
‘물리학자의 질문법’ 주제 강연
기술로 등장한 적 없는 ‘지능’
우리가 AI를 두려워하는 이유
독서·수학·역사·철학으로 대비
100년 뒤 살아갈 능력 갖춰야
2025년 11월 19일(수) 19:00
김상욱 경희대학교 물리학과 교수가 제13기 광주일보 리더스 아카데미 강연에서 ‘물리학자의 질문법’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
“우리가 복잡한 미래를 맞이했을 때 해야 할 일은 정확한 예측이 아니라 변하지 않는 것을 먼저 찾는 일입니다. 예측은 거의 항상 틀립니다.”

지난 18일 광주시 서구 라마다플라자 광주호텔에서 열린 제13기 광주일보 리더스아카데미 강연에서 김상욱<사진> 경희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는 ‘물리학자의 질문법’을 주제로 변화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고 방식에 대해 전했다.

김 교수는 tvN ‘알쓸신잡 시즌3’, ‘금요일 금요일 밤에’ 등에 출연하며 대중에게 친숙한 물리학자다. 카이스트 물리학 박사,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 도쿄대·인스브루크대 방문 교수 등을 역임했고 양자과학·정보물리 등을 연구하며 SCI(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Science Citation Index) 논문 70여편을 게재했다. 저서로는 ‘김상욱의 양자 공부’ ‘떨림과 울림’ 등이 있다.

강연의 첫 화두는 의외로 물리학이 아닌 ‘의자에 앉는 바른 자세’였다.

김 교수는 “물리학자의 질문법에 필요한 것은 질문을 들으면 바로 답하려 하지 말고 질문에 담긴 전제가 옳은지 먼저 확인하는 것”이라며 “인간의 몸은 원래 의자에 앉도록 설계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의자가 권력의 상징으로 시작됐고 19세기 산업혁명의 산물로서 이후 대량 보급됐다는 역사적 맥락을 설명하며 질문을 재구성하는 ‘사고의 전환’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의자에 앉는 가장 좋은 자세는 없다. 인간은 움직여야 하는 동물”이라며 “‘의자에 앉은 바른 자세’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올바른 질문인지부터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물리학의 핵심 질문을 ‘우주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운동은 무엇인가’라고 제시하고 뉴턴의 운동법칙 ‘F=ma’(질량 m인 물체가 알짜힘 F를 받으면 가속도 a로 움직이는 원리)를 언급하며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는 상태가 자연스럽다’는 개념을 설명했다.

김 교수는 “정지는 자연스럽지 않은 상태이며 속도가 변할 때는 반드시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 이유를 우리는 ‘힘’이라고 부른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복잡계 예시로 이중 진자 시스템과 카오스 운동 영상을 보여주고 “예측이 불가능해 보이는 세계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 즉 보존 법칙만 가지고도 많은 화학·물리식을 그려낼 수 있다”며 “물리학자들은 변화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일 때 변하지 않는 것을 찾는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플라스틱과 내연기관 사례를 들며 “과학기술은 등장 당시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며 “물리학자들은 변하지 않는 것을 찾는다”고 거듭 언급했다.

그는 또 “플라스틱이 인류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내연기관이 기후 위기를 만들지는 과학기술의 문제에서 미래를 얼마나 예측하기 어려운지 보여주는 예시 중 하나”라며 “지금 우리가 인공지능을 두려워하는 이유도 인류 역사상 ‘지능’이 기술로 등장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미래를 알 수 없을 때 우리는 변하지 않는 것에 발 딛고 서야 한다”며 “변화가 아니라 본질을 공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교육의 예로 독서·수학·역사·철학·예술을 제시하며 “100년 뒤에도 남아있을 능력을 갖춰야 한다. AI 시대일수록 인간 고유의 사고 능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연 말미에 김 교수는 과학이 아닌 인간의 삶의 태도에 대해 언급했다.

김 교수는 “우리가 오늘 수많은 과학 이야기를 했지만 새로운 과학 기술이 우리에게 행복을 줄지 불행을 줄지 이런 얘기들은 과학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우리 인간이 과학 기술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지에서 온다”며 강의를 마쳤다.

한편 제13기 광주일보 리더스아카데미는 오는 25일 김허경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 센터장의 강연을 끝으로 2학기 일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졸업식은 12월 2일 열린다.

/김해나 기자 khn@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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