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프라이데이 - 이보람 예향부 부장
11월은 1년 중 가장 빠르게 지나가는 달이다. 일수가 적은 게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11월을 가장 짧게 느낀다. 11월이 되면 휴대폰 화면 속 시간도 할인 퍼센트만큼 빠르게 흘러가는 듯하다. 지인들은 단체 채팅방에 장바구니를 공유하며 “이번엔 꼭 득템하자”는 다짐을 남기고 패션에 관심이 많은 10대 자녀 역시 평소 갖고 싶었던 아이템을 골라 링크를 보내기 바쁘다. SNS 알고리즘은 우리의 감정 변화를 읽기라도 한 듯 한정 수량, 얼리버드, 마지막 기회라는 문장을 끝없이 쏟아낸다.
이 소비 열풍의 이름은 ‘블랙프라이데이’다. 매년 11월 넷째 주 목요일 미국 추수감사절 다음 날 오프라인 매장에서 대규모 세일을 시작한 데서 비롯됐다. 현재는 전 세계로 확산돼 오프라인·온라인 대형 유통업체가 큰 폭의 할인 행사를 진행하는 글로벌 쇼핑 이벤트로 자리잡았다. 우리나라에서는 2015년 정부 주도로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라는 이름으로 대형 유통사와 온라인몰이 참여하며 본격 도입됐으며 이후 명칭을 ‘코리아세일페스타’로 바꿔 문화형 쇼핑 이벤트로 확장됐다.
블랙프라이데이는 특정 날짜보다 심리적 타이밍이 더 중요해졌다. 하루였던 행사는 기업들의 조기 마케팅 경쟁으로 몇 주 전부터 이어지는 ‘장기전’이 됐다. ‘사전할인’, ‘얼리버드’, ‘프리 블랙프라이데이’ 같은 이름으로 기간을 확장하면서 고객 유입을 조기에 확보하기 위해 구매 심리를 자극한다.
온라인 역시 해외 직구, 쿠폰, 무료배송 기간 등에 맞춰 가격 비교 기간과 장바구니 유도 기간을 확보한다. 블랙프라이데이를 지나 홀리데이 세일, 크리스마스 세일까지 이어져 사실상 11~12월 전체가 세일 시즌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누군가는 합리적 소비의 기회라 말하지만 다른 누군가는 놓치면 손해라는 압박 속에서 선택의 피로와 비교의 불안을 경험한다. 현혹하는 할인 앞에서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은 ‘얼마나 싸냐’가 아니라 ‘왜 싼가’이다. 필요한 것을 찾고 있는지, 뒤처지지 않는 나를 확인받고 싶은 것인지, 장바구니가 비워진 뒤 마음 속에 무엇이 남을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볼 일이다.
/이보람 예향부 부장 boram@kwangju.co.kr
온라인 역시 해외 직구, 쿠폰, 무료배송 기간 등에 맞춰 가격 비교 기간과 장바구니 유도 기간을 확보한다. 블랙프라이데이를 지나 홀리데이 세일, 크리스마스 세일까지 이어져 사실상 11~12월 전체가 세일 시즌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누군가는 합리적 소비의 기회라 말하지만 다른 누군가는 놓치면 손해라는 압박 속에서 선택의 피로와 비교의 불안을 경험한다. 현혹하는 할인 앞에서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은 ‘얼마나 싸냐’가 아니라 ‘왜 싼가’이다. 필요한 것을 찾고 있는지, 뒤처지지 않는 나를 확인받고 싶은 것인지, 장바구니가 비워진 뒤 마음 속에 무엇이 남을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볼 일이다.
/이보람 예향부 부장 boram@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