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 보다 감성…MZ세대 휴대폰 복고 열풍
10년전 출시 아이폰6·6S·SE
촬영용 ‘세컨드 폰’으로 활용
망원 트리플 카메라 대신
흐릿한 색감·저화질 선호
유선형 바디·곡선 엣지도 매력
2025년 11월 18일(화) 18:55
최근 스마트폰 시장에서 고성능을 추구하는 흐름을 거스르는 소비 트렌드가 포착되고 있다.

젊은 세대 사이에서 복고(Retro)를 결합한 ‘영트로(Young+Retro)’ 열풍이 거세게 불면서 과거의 향수를 자극하는 구 버전 아이폰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최신 모델 대신 10여년 전 출시된 구형 아이폰을 구매해 촬영용 ‘세컨드 폰’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광주에서 대학을 다니는 하지혜(여·22)씨는 최근 일본 중고 판매사이트를 통해 아이폰 6S를 구매했다.

하씨는 “현재 사용하는 아이폰 17이 기능도 다양하고 카메라 성능도 월등하게 좋지만 ‘그때 그 감성’은 구형 폰이 아니면 구현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씨는 “가격도 10만 원 선에서 구할 수 있어 부담이 없고, 에어드랍 기능을 사용하면 쉽게 다른 폰으로 사진을 옮길 수 있어 다른 버전으로 하나 더 구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MZ세대가 주목하는 모델은 아이폰 6S, 아이폰 6, 아이폰 SE 등이다. 이들이 구형 모델을 찾는 핵심 이유는 최신 기기가 따라올 수 없는 ‘특유의 감성’에 있다.

최근 출시된 아이폰 17 PRO 모델은 망원이 추가된 트리플 카메라, 최대 8배 광학 줌 옵션, 스튜디오급 4 마이크 어레이 등 최첨단 기능을 탑재했으며 4K 120fps 영상 촬영 및 외부 저장 매체 활용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성능’보다 ‘감성’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는 이러한 고화질 기술 대신 구형 아이폰 특유의 흐릿한 색감과 저화질을 선호하는 추세이다. 구형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은 필름 카메라와 흡사한 빈티지한 느낌을 연출해 별도의 보정 과정 없이도 분위기 있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한 트위터 유저는 아이폰 12와 아이폰 6S로 같은 사물을 촬영한 비교 사진을 올린 뒤 “뭔가 다르다”며 구형 모델의 감성에 감탄하는 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디자인 면에서도 구형 아이폰은 재조명받고 있다. 아이폰 6와 6S는 최신 모델의 각진 디자인과 달리 부드러운 유선형 바디와 곡선 엣지를 강조해 손에 착 감기는 뛰어난 그립감을 제공한다.

직장인 김세연(여·28)씨는 여행 갈 때마다 중고로 구매한 아이폰 6를 촬영용 휴대폰으로 따로 챙긴다. 김씨는 “친구들이 구버전 아이폰을 사서 사진 촬영 용도로만 사용하길래 왜 그런지 궁금했는데, 결과물을 보면 확실히 차이가 있다”며 “정작 아이폰 6를 사용했을 때는 몰랐던 매력을 10년이 지나서야 알게 됐다”며 웃었다.

구매 접근성이 높다는 점도 인기의 주된 요인이다. 200만 원을 훌쩍 넘는 최신 버전과 달리 광주지역 당근마켓 등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는 해당 구형 아이폰이 용량별로 5만 원에서 15만 원 선에 거래되고 있었다.

경제적인 부담을 줄이면서도 개인의 취향과 개성을 표현하려는 MZ세대의 소비 패턴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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