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고흐, 영혼을 담은 인물화, 파스칼 보나푸 지음, 이세진 옮김
2025년 11월 14일(금) 00:20
반 고흐를 떠올리면 노란 해바라기와 별이 흐르는 밤하늘이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그보다 더 강렬하게 다가오는 이미지는 풍경이 아닌 사람의 얼굴이었다.

고흐에게 사람은 그냥 그림의 모델이 아니었다. 그는 사람의 얼굴과 표정에서 삶의 흔적을 찾아내려 했고 그 안에서 자신의 예술적 세계를 확장해 나갔다.

‘반 고흐, 영혼을 담은 인물화’는 고흐가 남긴 초상화와 자화상을 편지와 함께 다시 읽어내며 그림 속 인물들에게 담긴 화가의 마음을 차분하게 따라가는 미술 에세이다.

프랑스 미술사가 파스칼 보나푸가 쓴 이 책은 고흐가 평생 써 내려간 편지를 바탕으로 각 인물이 그의 예술과 삶에 어떤 의미였는지 들려준다. 초기 에텐과 헤이그에서 노동자와 이웃을 그리며 ‘사람을 그리는 감각’을 익히던 시절부터 파리에서 새 빛을 만난 색채 실험, 아를에서의 뜨거운 예술적 고투, 생레미 병원에서의 내면 관찰, 마지막 오베르에서 남긴 얼굴들까지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책은 고흐를 ‘명화의 주인공’으로만 보지 않고 주변 사람들과 얽힌 관계 속에서 재조명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우체부 조제프 루올랭, 농부들, 동생 테오와 동료 화가들처럼 고흐 주변에 살았던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의 초상화를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편지 속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고흐가 왜 그렇게 많은 자화상을 남겼는지, 왜 인물의 표정과 눈빛에 집요하게 매달렸는지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풍부한 도판과 짧은 글을 균형 있게 배치해 미술 입문자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도록 했다. 고흐의 생애나 작품 세계를 깊게 알고 싶은 독자에게 초상화가 가진 감정을 좀 더 섬세하게 느끼도록 도와준다. <미술문화·2만9000원>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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