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럿과 당원- 오광록 서울취재본부 부장
수년 전 ‘PC방 열풍’을 이끌었던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이 있었다. 인간 종족(테란)이 우주 항해를 통해 저그 종족의 행성을 찾고 이곳에서 외계 종족인 프로토스와 전쟁을 하는 게 게임의 커다란 줄거리였다. 이 게임은 숱한 대회를 만들어 내면서 케이블TV를 통해 생중계를 하는 등 한국의 e스포츠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었다.
게임이 인기를 끌면서 게임 속 전투 유닛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고대와 중세의 기독교와 기사단에서 유래한 프로토스의 유닛이 많았다. 어둠의기사단(다크템플러), 상급기사단(하이템플러) 등이 대표적이며 기본 유닛으로 질럿이 인기를 끌었다. 질럿(zealot)은 고대 유대교의 광적인 기사단에서 유래했다는 말이 있는데 ‘열성 당원’을 뜻한다. 영어에서도 광신자는 질럿이다. 게임에서 질럿은 물불을 가리지 않는 최고의 전사다. 칼을 들고 쏟아지는 총탄을 온몸으로 맞으며 적진에 뛰어들어 적을 섬멸하고 아군이 진군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준다.
한국의 정치사도 열성 당원이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원의 경선 참여 비율을 높이면서 어느 때보다 당원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특검을 통해 국민의힘 일부 경선에 특정 종교인이 대거 당원으로 가입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당원은 한국 정치의 중요한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에도 위기에 처한 정당을 당원의 힘을 통해 복원하고 정권을 되찾은 사례가 많다.
당원의 민주주의에 대한 열정과 헌신은 한국 정당 정치의 근간이다. 특히 “민주당 색을 칠하면 막대기도 당선된다”는 호남에서 당원의 선택은 본선 당선자를 사실상 뽑는 결정적인 기준이다. 선거철만 되면 당원 모집을 둘러싸고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는 이유다. 당원의 도움을 호소한 뒤 당선 이후 종적을 감추는 정치인에 대한 비난도 쏟아지고 있다.
민주당이 ‘당원 주권시대’를 공언한 만큼 내년 지방선거에서 ‘당원의 뜻’이 고스란히 경선 결과에 반영될 수 있는 ‘합리적인 공천룰’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민주당의 가장 날카로운 칼날인 ‘호남 질럿’의 돌진이 정작 민주당을 향할 수도 있다.
/오광록 서울취재본부 부장 kroh@kwangju.co.kr
당원의 민주주의에 대한 열정과 헌신은 한국 정당 정치의 근간이다. 특히 “민주당 색을 칠하면 막대기도 당선된다”는 호남에서 당원의 선택은 본선 당선자를 사실상 뽑는 결정적인 기준이다. 선거철만 되면 당원 모집을 둘러싸고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는 이유다. 당원의 도움을 호소한 뒤 당선 이후 종적을 감추는 정치인에 대한 비난도 쏟아지고 있다.
민주당이 ‘당원 주권시대’를 공언한 만큼 내년 지방선거에서 ‘당원의 뜻’이 고스란히 경선 결과에 반영될 수 있는 ‘합리적인 공천룰’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민주당의 가장 날카로운 칼날인 ‘호남 질럿’의 돌진이 정작 민주당을 향할 수도 있다.
/오광록 서울취재본부 부장 kroh@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