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 제자 ‘따뜻한 포옹’…자녀 시험장 보낸 엄마 ‘눈시울’
광주·전남 수능 이모저모
‘떨지 말고 화이팅’ 현수막 응원
온가족 시험장 앞에서 ‘셀카’도
신분증 깜빡…뒤늦게 전달받고 “휴”
시험장 착각…경찰 도움으로 입실
애틋한 모정
2025년 11월 13일(목) 19:58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3일 광주시교육청 26지구 제34시험장인 광주시 남구 대성여자고등학교 앞에 수험생을 배웅 나온 어머니가 자녀를 응원 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3일 광주·전남 86개 시험장 곳곳을 찾은 학생과 학부모 얼굴에는 긴장감과 동시에 설렘이 묻어났다.

과거처럼 ‘북 치고 장구 치며’ 떠들썩하게 응원전을 펼치는 장면은 사라졌지만, 학부모들과 교사, 후배들은 수험생들을 따뜻하게 안아주고 격려하며 건투를 기원했다.



◇아들, 딸 시험장 보낸 부모들 ‘눈물바다’=이날 광주시교육청 제26지구 제5시험장(숭일고), 제21시험장(서석고), 제34시험장(대성여고) 교문에서는 하늘이 밝기도 전인 새벽 시간부터 수험생들이 하나 둘씩 정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전 6시께 기온 4도 안팎의 쌀쌀한 공기 속에서 부모들은 자녀의 옷깃을 여며 주고 꼭 끌어안으며 “떨지 말고 잘 보고 와”, “끝나면 전화해, 엄마 여기 있을게”라며 다독였다.

부모들은 아이의 뒷모습이 교문 안으로 사라지고도 선뜻 자리를 뜨지 못했다. 혹여나 두고 간 물건이 있어 부모를 찾지는 않을까, 실수하지는 않을까 두 손을 모아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서석고 정문 앞, 시험장에 들어가는 아들의 뒷모습에 연신 손을 흔들던 전영화(여·42)씨는 결국 눈시울을 붉혔다. 전씨는 “아이가 최근에 많이 아파서 한 달 가까이 병원에 다녔다. 주사 맞고 약 먹느라 계속 신경이 쓰였다”며 “3년을 고생한 만큼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정필(50)씨도 아들과 함께 교문까지 걸어와 등을 토닥이며 “괜찮아, 잘 할 거야”라고 말한 뒤 돌아서서 눈물을 훔쳤다. 이씨는 “첫째 아들을 먼저 떠나보낸 뒤 오랫동안 기다려 늦둥이로 태어난 아이”라며 “너무 귀해서 애지중지 키웠는데 아들이 건강하게 자라 수능을 보러 가는 뒷모습을 보니 고맙고 후련한 마음에 눈물이 터졌다”고 했다.

입실 시간이 끝난 뒤, 안타까운 마음에 다시 학교를 찾아온 부모도 있었다. 이재청(54)·양혜숙(여·50)부부는 교문 밖에서 학교 건물을 향해 오래도록 시선을 거두지 못하며 “이렇게라도 조금 더 가까이 있고 싶은 마음”이라며 “아들을 시험장에 들여보내고 나니 아이를 낳아 키운 시간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간다. 아이들보다 더 떨리고 설레는 것 같다”고 말끝을 흐렸다.



◇‘자체제작’ 현수막 들고…힘들지만 즐겨라!=수능에 나선 조카를 위해 친인척이 총 출동해 응원전을 펼치는 가족도 있었다. 대성여고 시험장 앞에서는 아버지, 삼촌, 이모, 사촌동생은 다같이 모여 직접 만든 현수막을 들고 응원전을 벌였다. 현수막에는 ‘우윳빛깔 ○○○’, ‘떨지 말고 화이팅’이라는 문구와 함께 수염 낙서가 그려진 수험생의 얼굴 사진이 담겨 있었다.

해당 수험생의 삼촌 최윤우(31)씨는 “들어가기전에 긴장하지 말라고 만들었다. 엽사(엽기사진)에 눈썹이랑 수염 낙서를 해서 뽑은 현수막이다”며 “조카가 별 반응 없이 덤덤하게 시험장에 들어가긴 했지만, 가족들의 기운을 받아 시험을 잘 치렀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대학 진학 대신 군입대를 선택해 수능 점수가 중요하지 않게 됐다며 시험장 앞에서 한참 동안 친구들을 응원한 수험생도 있었다.

대동고 3학년 민경록(18)군은 이날 밝은 미소로 양팔을 활짝 벌린 채 30여분 동안 친구들이 보일 때마다 친구들의 이름을 불러 주고, “대동고 레츠고!”를 목청이 터져라 외쳤다. 민군은 “진로가 확실하지 않아 일단 군대 먼저 가려고 한다”며 “나보다 수능이 더 중요한 친구들의 긴장을 풀어주려고 일찍 나왔다”고 말했다.

숭일고 앞에서는 다시 경험하기 어려운 수능날을 기념하기 위해 시험장 앞에서 온 가족이 ‘셀카’를 찍기도 했다. 또 시험장으로 가는 자녀의 뒷모습을 사진으로 찍으며 “사진 보면서 시험시간 동안 응원해야겠다”는 가족들도 있었다.



◇아차! 신분증! 내 도시락!=올해 수능에도 수험생들이 신분증과 시계, 도시락 등을 두고 왔다가 부모, 경찰로부터 뒤늦게 전달받는 아찔한 순간들이 반복됐다.

입실 마감 시간을 10여분 앞둔 오전 8시께 대성여고 앞에서는 한 학부모가 다급하게 달려와 감독관에게 “시계를 두고 갔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전했다.

오전 8시 20분께에는 같은 시험장에서 연노란 텀블러를 들고 달려온 학부모가 “아이가 물을 두고 갔다. 꼭 좀 부탁드린다”며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서석고에서는 준비물인 실내화를 바로 앞 서점에서 급히 사 들려보내는가 하면, 도시락을 놓고 간 자녀를 위해 헐레벌떡 달려와 “제발 잘 전해달라”며 부탁하는 부모의 모습도 보였다.

이날 광주경찰청, 전남경찰청은 수험생들에게 이동 지원 18건, 신분증 전달 4건 등 편의를 제공했다.

한 수험생은 오전 7시 50분께 동신여고로 순찰차를 타고 이동하던 중 시험시간에 늦을 것 같자, 경찰 오토바이(싸이카)로 갈아타 제 시간에 입실할 수 있었다.

오전 8시께 목포시에서는 수험생이 시험장을 착오해 싸이카에 탑승, 목포제일여고에서 정명여고까지 5.2㎞ 거리를 5분만에 주파했다.

한 학부모는 자녀의 도시락을 가져다주기 위해 광주 상일여고 시험장으로 향하던 중 광주대구고속도로 광주방면 7.5㎞ 지점에서 차량 타이어에 펑크가 나 고속도로순찰대의 도움을 받아 시험장으로 가기도 했다.

/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서민경 기자 mink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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