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9 제주항공 참사 피해자들을 기리고 공동체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꾸려진 추모위원회가 본격 활동을 시작한다.

김민석 국무총리 주재로 12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12·29 제주항공 참사 피해자 지원 및 희생자 추모위원회 위원 위촉식과 본 회의가 열린다.

위원회는 본회의에서 추모공원·추모기념관 조성과 피해자 장기 추적 연구 등 핵심 사업의 국가 로드맵을 확정하는 절차를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광주시에서는 강기정 광주시장이 참석해 지역 현황과 과제를 공유하고, 지자체가 추진하는 추모·교육 사업에 대한 국가 지원 원칙을 요청할 계획이다.

이번 회의는 지난 6월 30일 시행된 ‘12·29여객기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특별법)에 근거한 공식 출범 회의다. 추모위는 법 시행 5개월 만에 처음으로 열린다.

위원회는 위원장 2명을 포함한 20명 이내로 구성된다. 위원장은 김 국무총리, 다른 한 명은 민간위원 중 대통령이 지명한 인사가 맡는다.

피해자 지원 분과와 희생자 추모사업 분과가 설치돼 안건을 분담 심의하고, 본위원회가 최종 의결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국토교통부 ‘12·29여객기참사 피해자 지원단’은 위원회 실무 허브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

지원단은 위원회 안건 심의·의결을 위한 자료 수집·검토, 피해자·피해지역 지원사업의 통합 추진, 추모사업 이행 관리 등 사무를 담당한다.

특별법은 피해 확인과 생활·교육·심리지원, 공동체 회복, 추모사업, 재난 대응체계 강화 등을 국가 책임 아래 체계화하도록 구성됐다.

특별법에서는 국가와 지자체가 시행할 수 있는 추모·안전사업을 폭넓게 열어두고 있다. 추모공원과 추모기념관 조성, 자료의 수집·보존·전시·연구와 홍보·교육, 추모비 건립은 물론, 항공 안전사고 예방 훈련시설 설치·운영까지 포함됐다.

유가족은 위원회 운영 원칙으로는 피해자 권리 기반 의제 설정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법에 명시된 ‘피해자 권리’를 중심으로 위원회가 운영되어야 한다고 강조할 예정이다.

특별법 제3조는 피해자가 필요한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 의견을 개진할 권리, 혐오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필요한 조력을 받을 권리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 권리들이 위원회의 안건 구성, 의사 결정 과정, 정책 시행에서 실질적으로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의 안건들이 피해자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할 것으로 보인다. 유가족들은 주요 안건이 있을 경우 사전에 충분히 의견을 수렴하고, 의결 이후에도 결과를 상세히 설명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단순한 추도식 차원을 넘어 기록 보존, 장기 추적 연구, 항공 안전 교육 등을 통한 깊이 있는 추모를 요구하고 있다.

더 근본적으로는 재난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특별법을 만들어 지원하는 현행 시스템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세월호, 강원 산불, 이태원 참사, 그리고 이번 제주항공 참사 등 주요 재난마다 별도 법안이 추진되면서 지원의 일관성과 형평성 문제가 계속해서 발생해 왔다.

유가족들은 국가가 재난 참사 피해자·유가족에게 우선적으로 신속하게 지원할 수 있는 상시적 제도를 구축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이를 통해 향후 발생 가능한 참사의 피해자들이 특별법 시행을 기다리지 않고 즉시 의료비, 생활비, 심리 치료, 법률 상담 등 기본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구조를 원하고 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