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만난 예술가들의 발자취
좋아서 그래-이병률 지음
2025년 11월 07일(금) 00:20
“파리에 갈 필요를 자주 느끼는 건 아니지만 반드시 꼭 가야 할 때가 있어요. 무엇보다도 파리가 엄청난 에너지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니 그 에너지를 받으러 언제든 가야죠. 파리가 없다면 이 세상은, 이 세상 예술가들은 과연 어떻게 될까요?”

파리에서 10년이라는 시간을 보내고 미국으로 간 밀러의 말이다. 굳이 밀러의 말이 아니더라도 예술가들에게 파리는 남다른 도시다. 표면적으로 프랑스의 수도이지만 자신의 예술을 완성한 예술가들에게 파리는 보다 본질적인 의미를 환기하는 도시일 것이다.

오랫동안 글을 썼지만 무명생활을 해야 했던 밀러는 파리에 가면 뭔가 일이 잘 풀릴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뭔가 있어 보이는’ 밀러를 눈여겨봤던 사람들이 그를 돕기 시작한다. 글쓰기에 매진하라고 호텔을 잡아주는 등 많은 사람들이 호의를 베풀었던 것이다. 마침내 밀러는 ‘북회귀선’을 발판으로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오른다.

이병률 시인의 산문집 ‘좋아서 그래’는 예술의 도시 파리에서 발견한 예술인들의 발자취와 온기를 담았다. 그동안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끌림’ 등으로 ‘여행 에세이’라는 장르를 펼쳐온 시인은 이번 산문집에서 파리의 독특한 분위기와 무늬를 풀어낸다.

이 시인에게 파리는 잊을 수 없는 매력적인 도시다. 신춘문예 당선 소식을 들은 곳이 파리였으며, 시집 한 권 출간하지 못했던 막막한 시절에 막연히 향했던 곳도 파리였다.

시인은 파리는 파리만의 독특한 기운과 분위기, 아우라가 있다고 본다. 건물, 거리, 그곳의 자연은 예술적 기운을 북돋운다. 그가 방문했던 파리의 골목을 비롯해 카페, 그리고 숨겨진 예술가들의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새로운 감성을 선사한다.

파리의 풍경 기저에는 무엇이 드리워져 있을까. 저자는 ‘사랑’이라고 말한다. 파리의 오래된 골목에서 그는 이 도시가 자신에게 사랑이었다고 고백한다.

책에는 최산호 작가의 맑으면서도 환상적인 그림이 다수 수록돼 있다. 시인의 감성, 그림을 그린 이의 감성이 부딪히는 지점을 세밀하게 살펴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

한편 최산호 작가는 “이십대의 마지막 여행으로 혼자 파리를 다녀왔습니다. 요상하고 묘한 이 동네가 썩 마음에 들었는지 파리 한구석에 무언가를 놓고 왔습니다”라며 “도통 기억이 나질 않아 그림 안에 무언가를 남기고 왔습니다”라고 말한다.

<달 출판사·1만8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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