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무는 도시, 광주의 새로운 시작을 위해 - 장인숙 인구보건복지협회 광주·전남지회 본부장
2025년 11월 07일(금) 00:20
광주광역시의 인구가 140만 명 선 아래로 떨어졌다는 소식은 단순한 통계의 문제가 아니다. 현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삶에 여유가 사라지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걱정이 스며 있다. 아이를 낳지 않거나 한 명만 키우는 청년 부부들, 그리고 일과 육아의 무게 사이에서 지쳐가는 부모들의 이야기는 우리 사회가 마주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지난 60여 년 동안 시대마다 다른 인구문제와 함께 걸어왔다. 1960~70년대에는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구호 아래 산아제한을 외쳤고, 2000년대에는 “엄마, 나도 동생을 갖고 싶어요”라며 출산장려를 호소했다. 지금은 “함께 키우는 아이, 함께 만드는 미래”를 이야기한다. 그 문장 속에는 저출생 시대의 새로운 가치, 곧 ‘함께하는 사회’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광주광역시는 비교적 젊은 도시이지만 출생률 저하와 청년층의 수도권 이주로 생산연령 인구는 계속 줄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젊은 세대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출산 지원이 너무 적어요. 놀 곳이 없어요. 정책이 있어도 잘 모르겠어요.” 이 짧은 말들 속에는 경제적 부담, 문화적 결핍, 정보 부족이 모두 녹아 있다.

우리 협회는 인구변화대응 전문기관으로서 성 평등 관점에서 ‘인식의 변화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유치원생부터 대학생, 고령자에 이르기까지 생애주기별 인구교육을 통해 ‘가족의 가치’와 ‘함께 사는 의미’를 나누고, 인구문제를 생각하는 전국대학생네트워크와 100인의 아빠단 활동으로 젊은 세대가 스스로 인구문제 해결의 주체로 나설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결혼과 출산, 육아, 교육, 일자리는 모두 하나의 연결고리다. 하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핵심은 ‘일자리’다. 안정적인 일자리가 있다면 청년은 떠나지 않고, 가정은 꾸려지고, 아이는 자연스레 태어난다.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해법은 어느 한 기관의 몫이 아니다. 기업은 육아 친화적 직장문화를 만들고, 교육기관은 청년이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돕고, 시민은 지역 공동체의 한 사람으로 아이를 함께 키우는 사회적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우리는 지금 인구의 수가 아닌, ‘사람이 머무는 도시’를 고민해야 한다.

아이를 낳고, 키우고, 일하며, 다시 돌아올 수 있는 따뜻한 광주. 그 길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바로, 우리가 가야 할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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