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산수’가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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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경북 경주시 라한호텔 대연회장에서는 K-컬처의 위상을 보여주는 특별한 무대가 펼쳐졌다. 2025 APEC 정상회의 환영만찬에서 열린 문화공연이 각국의 정상들을 사로잡은 것이다. 특히 가수 지드래곤이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사자보이스를 떠올리게 하는 모습으로 등장할 땐 카메라 셔터가 터지기 시작했다. 중절모에 진주 장식끈을 매달아 한국 전통 갓을 연상시킨 지드래곤은 마치 케데헌의 진우가 ‘깜짝 등장’한 듯 했다.
“APEC 코리아 홍보대사 가수 지드래곤입니다”며 짧게 자신을 소개한 후 약 10분 동안 ‘파워’ ‘홈 스위트 홈’ ‘드라마’ 3곡을 연이어 열창하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알베르토 반 클라베렌 칠레 외교장관, 아누틴 찬위라꾼 태국 총리 아내인 티나논 니라밋 여사가 휴대폰으로 지드래곤을 촬영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특히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말레이시아의) 많은 K팝 팬들이 오늘 밤 지드래곤 공연을 공유해 달라고 부탁해 몇 순간을 공유합니다”라는 글과 함께 ‘KpopForever(K팝 영원히)’를 덧붙였다. 이날 밤 중절모와 갓의 ‘신박한’ 조합은 SNS를 뜨겁게 달궜다 .
지난달 30일, 기자 역시 ‘문명의 이웃들’을 주제로 열린 2025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에서 비슷한 모습을 목격했다. 전시장인 목포문화예술회관, 목포실내체육관 등에는 전통의 틀에서 벗어난 ‘기발한’상상력의 작품들이 대거 출품됐다. 먹과 한지의 수묵화가 재료와 형식에 따라 현대미술로 진화한 작품들은 관람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붉은 물감으로 대한민국의 역사를 재현한 이세현의 ‘Beyond Red’‘Between Red’ 연작에서부터 한약봉지로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추구한 전광영의 초대형 설치작품 ‘집합’, 조선시대 화가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레고 조각으로 형상화 한 황인기의 ‘오래된 바람’(320×896㎝)은 단연 압권이었다. 특히 ‘오래된 바람’은 화려한 색감의 서양화에 친숙한 관람객들에게 붉은색과 분홍색의 레고 블록으로 표현한 ‘레고산수’를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2025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가 누적관람객 44만 명을 기록하며 엊그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올해 4회째를 맞은 수묵비엔날레는 국내외 20개국 83명의 작가(팀)가 참여해 목포·진도·해남 등 전남 일원에서 전통 수묵의 정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300여 점의 작품을 내걸어 화제를 모았다. 전용 전시관이 없어 실내체육관 등에서 분산개최됐지만 높은 층고를 활용한 과감한 기획과 전시연출은 비엔날레의 진수를 보여줬다는 찬사를 받았다.
무엇보다 올해 수묵비엔날레는 K-컬처의 원류라는 사실을 재확인시켰다는 점에서 고무적이었다. 그동안 현대미술 비엔날레에 밀려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수묵의 현대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미술축제로의 경쟁력을 보여준 것이다. 전 세계 200개의 비엔날레 가운데 가장 아시아적인 가치를 지닌 것은 수묵비엔날레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한국수묵의 정신과 미학이 근간이 된 건 물론이다. 그런 점에서 수묵의 미래는 곧 K-아트의 내일이다.
<문화·예향국장, 선임기자>
2025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가 누적관람객 44만 명을 기록하며 엊그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올해 4회째를 맞은 수묵비엔날레는 국내외 20개국 83명의 작가(팀)가 참여해 목포·진도·해남 등 전남 일원에서 전통 수묵의 정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300여 점의 작품을 내걸어 화제를 모았다. 전용 전시관이 없어 실내체육관 등에서 분산개최됐지만 높은 층고를 활용한 과감한 기획과 전시연출은 비엔날레의 진수를 보여줬다는 찬사를 받았다.
무엇보다 올해 수묵비엔날레는 K-컬처의 원류라는 사실을 재확인시켰다는 점에서 고무적이었다. 그동안 현대미술 비엔날레에 밀려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수묵의 현대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미술축제로의 경쟁력을 보여준 것이다. 전 세계 200개의 비엔날레 가운데 가장 아시아적인 가치를 지닌 것은 수묵비엔날레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한국수묵의 정신과 미학이 근간이 된 건 물론이다. 그런 점에서 수묵의 미래는 곧 K-아트의 내일이다.
<문화·예향국장, 선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