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멸종, 생각보다 괜찮은 아이디어, 토드 메이 지음, 노시내 옮김
2025년 10월 31일(금) 00:20
올해 여름철은 유난히 무더웠다. 광주·전남의 평균기온은 26.1도. 지난해에 이어 또 한 번 역대급 더위를 기록했다. 바다의 수온도 급격히 오르며 생태계가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기후위기의 가속화 이면에 인간이 있다는 사실은 더이상 새삼스럽지 않다. 인류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물범과 반달가슴곰, 담비는 멸종위기종이 아니었을 것이고 숲은 여전히 생명으로 빛났을 것이다.

“인간이 정말 세상을 망치고 있다면, 차라리 인류가 사라지는 편이 낫지 않을까.” 미국의 철학자이자 드라마 ‘굿 플레이스’의 자문으로 알려진 토드 메이는 ‘인류 멸종, 생각보다 괜찮은 아이디어’에서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그가 ‘인류 멸종’이라는 급진적인 화두를 던지는 이유는 인간의 존재 이유를 다시 묻기 위해서다. 인류를 상수가 아닌 변수로 세워두고 우리 스스로의 존재를 철학적으로 되돌아보자는 것이다.

책은 네 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다. 1부에서는 ‘인류 집단 자살’이나 ‘불임의 세상’ 같은 극단적 상상을 통해 기후위기와 자원 고갈의 시대에 우리가 무엇을 감내하고 있는지 되묻는다. 2부는 인간이 남긴 가치와 아름다움, 예술과 사유의 의미를 탐색한다. 3부와 4부에서는 인간이 남긴 고통의 흔적이 펼쳐진다. 공장식 축산의 잔혹함,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계 붕괴, 인간이 인간에게 가한 폭력은 ‘우리의 존재가 정말 필요한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이끈다.

하지만 제목과 달리 책은 인류의 멸종을 주장하지 않는다. 다만 인간이 지구의 ‘병충해’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를 집요하게 묻는다. 인간이 스스로의 역할을 성찰하고 자연과 타인을 대하는 방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존재의 이유는 더 이상 설득력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위즈덤하우스·1만7000원>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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