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곡성 산사태 사고’ 원인제공 옹벽 시공사, 토목설계사 등 금고형
2025년 10월 30일(목) 12:15
곡성군 오산면 산사태 사고 현장.<광주일보 자료사진>
2020년 곡성군에서 옹벽 붕괴로 산사태가 발생해 5명이 숨진 사고와 관련, 옹벽을 세운 시공사 현장소장과 토목설계사가 금고형에 처해졌다.

광주지법 형사 5단독 지혜선 부장판사는 30일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광주 지역 건설업체 현장소장 A씨와 토목설계사 B씨에게 각각 금고 1년 2개월, 1년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감리 2명에게는 각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으며, 건설기술진흥법 위반 등 혐의로 함께 기소된 건설업체와 건축사 법인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또 옹벽 관리 및 점검 주체로서 관련 서류를 넘기지도 않는 등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등 혐의로 기소된 국토부 익산지방국토관리청 순천국토관리사무소와 전남도 공무원도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들은 국도 15호선 확장 공사 과정에서 시공·감리·감독을 소홀히 해 2020년 8월7일 오후 8시 20분께 곡성군 오산면 마을 뒷산에 산사태를 일으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마을 뒷산의 옹벽 2곳이 붕괴하면서 산사태가 발생, 주택 5채가 매몰되고 주민 5명이 사망했다. 도로가 붕괴하면서 지나가던 자동차가 추락하기도 했다.

사고 피해를 키운 원인 중 하나로는 지난 2004년 산사태 지점 인근에 설치된 계단식 옹벽이 지목됐다. 이는 2003년 태풍 ‘매미’로 도로가 유실된 데 따라 조성된 옹벽으로, A씨 등은 2019년 인근에 또 다른 옹벽 공사를 하면서 비탈면과 기존 옹벽 등으로 신축 옹벽의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음에도 공사를 강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설계 과정에서도 사면 안정성과 도로 상태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콘크리트 옹벽 설계를 보강토 옹벽으로 변경하고, 평지에서와 같은 설계 방식을 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시공 과정에서는 설계와 달리 밀도가 부족한 토석재를 이용해 보강토를 채우고, 감리자들은 이를 철저히 관리·감독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A씨가 터파기 공사를 통해 공사 지점이 연약지반임을 확인하고도 감리에 보고하지 않은 점, 2004년 설치된 계단식 옹벽의 존재를 몰랐던 점, 40㎜ 이하 토석만을 사용하기로 했던 설계와 달리 120㎜ 넘는 잡석을 시공 재료로 사용한 점 등에서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B씨에 대해서도 설계에 기존 옹벽을 반영하지 않고, 관계 기관에 보고하지 않아 시공자 등이 옹벽의 존재를 알기 어렵게 만들어 사고 원인을 직접 제공한 책임이 있다고 봤다.

감리 2명은 설계변경요청을 받고도 구체적 검토를 하지 않은 점, 설계한 시공 내용이 현장과 부합하는지 확인하지 않은 점, 부적합한 토석재를 섞어 쓴 점 등에서 사고 원인을 제공했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공무원들에 대해서는 옹벽의 특이사항 유무를 관찰하는 등 일부 관리 의무를 수행한 사실이 확인되는 점, 설계변경 등에 대한 일부 서류가 누락됐더라도 그에 대한 1차 책임은 감리에게 있는 점 등에서 과실이 없다고 재판부는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이번 사건이 완전한 자연재해라거나 보강토 공사와 관련해 아무런 하자가 없었다는 취지로만 주장하고 있고, 자신들의 업무상 과실을 제대로 인정하고 있지 않다”며 “사고 발생에 있어 자연적인 요소가 큰 영향을 미친 점, 설계도서에 기존 옹벽이 표시되지 않았고 A씨가 감리에게 지반 등에 대한 사항을 보고하지 않은 점 등 일부 사정을 참작해 형을 정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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