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리듬 회복·공공임대 확대로 ‘일상 복귀’ 속도 높였다
광주다움 통합돌봄 ‘K복지’ 브랜드 되다 <4>은둔 회복·주거 안정
온라인·소그룹·사회기술·일경험
은둔 청년들 단계형 회복 지원
적정 시기· 면적· 임대료로 묶어
청년에 행복주택·평생주택 공급
2025년 10월 28일(화) 20:30
광주시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에서 지난 9월에 열린 ‘아무튼, 출근’ 프로그램에 참가한 청년들이 요가를 배우고 있다.
“일주일에 3~4회 약속이 생기니, 밖으로 나가게 되네요.”

은둔 경험을 가진 광주지역 30대 후반 여성 A씨는 최근 광주일보 취재진을 만나 일상에 생긴 변화를 이같이 밝혔다.

A씨는 “예전엔 대낮에 일어나는 날이 많았는데, 지금은 새벽 2시 전에 자고 7시쯤 일어난다. 주 3~4회 센터를 오가면서 생활의 리듬이 회복됐다”고 말했다.

기본 상담 12회에 연장 상담을 오가며, 소그룹 대면활동과 진로 탐색 프로그램을 통하는 동안 균형 잡힌 수면·기상·외출이 다시 시작된 것이다.

A씨가 말하는 ‘도움’의 핵심은 거창한 처방이 아니라, 당사자의 긴장을 낮추는 저강도 접촉과 반복된 약속이었다.

광주시가 정의하는 은둔형외톨이는 집안·방안 등 한정적 공간에서 외부활동 또는 사회활동을 전혀 하지 않지만, 필요에 의해 일시적 외출 등의 외부활동을 하거나 가족 이외에는 다른 사람과의 교류가 없는 상태 또는 가족과도 교류가 없는 상태가 3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를 말한다.

A씨도 처음에는 한 달에 한 번 모이는 당사자 자조모임과 숲 체험부터 시작했다. 낯선 대면을 짧게 여러 번 나누며 “얼굴을 주기적으로 보니 편해졌다”는 안도감이 생겼다.

이후 한 달 120시간의 ‘아무튼, 출근!’으로 글쓰기·영상편집·베이킹·연극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경험했다.

80시간 이상 참가자에게 제공되는 제주 워크숍 ‘아무튼, 출장’까지 다녀오며 유사한 경험을 공유한 또래들과 연결점이 생겼다.

그는 “정기적인 약속을 잡는 행위 자체가 생활을 지탱한다. 처음엔 마스크 없이 밖에 못 나갔는데, 지금은 쓰고 있는 게 더 불편하다”고 웃어 보였다.

사회기술 훈련과 일경험 연계는 그 다음 과제다. “취업프로그램을 바로 넓히기보다, 바깥 사람들과 섞이는 연습이 먼저 필요하다”는 평가도 덧붙였다. 단계와 속도를 당사자에게 맞추는 설계가 왜 중요한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아무튼, 출근’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사회기술훈련의 일환으로 3D펜 키링 마그넷 만들기 수업을 받고있다. <광주시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 제공>
광주의 은둔청년 지원은 ‘온라인-소그룹-사회기술-일경험’으로 이어지는 단계형 회복모형을 채택한다. 초기엔 비대면 접촉으로 긴장을 낮추고, 소그룹 활동으로 관계의 문턱을 낮춘 뒤, 사회기술·직무역량 프로그램과 일경험으로 확장한다.

내용보다 ‘연속성’이 성과를 만든 것이다. 일정이 끊기지 않도록 주·월 단위 작은 성공을 이어 붙이고, 필요 시 상담을 연장해 재은둔 위험을 낮춘다. 회복의 시차를 존중하되, 일정과 장소, 사람을 고정해 생활 리듬을 회복하게 하는 방식이다.

광주시가 지원하는 청년회복 프로그램의 또 다른 핵심축은 주거회복이다. 주거안정이 청년들의 삶의 안정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다.

결혼 3년 차 박준모씨 부부는 올해 광주시 광산구 신창동 국민임대 주택으로 이사했다. 박씨는 “월 임대료가 13만원, 관리비 포함 20만원 안팎이라 아이 키우며 숨을 고르게 됐다”면서 “가게까지 도보 10분이라 일·육아 동선도 짧다”고 말했다.

광주역 ‘행복주택’에서 6년째 사는 심유향씨는 최근 재계약으로 최대 10년 거주가 가능해졌다고 했다.

심씨는 “보안·관리 만족도가 높고, 임대료와 저리 대출 이자를 더해도 원룸 시절보다 지출이 줄었다”면서도 “대중교통 노선과 공사 소음 같은 입지 변수는 꾸준히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사례가 공통으로 말하는 건 ‘비용과 불안의 완화’다. 주거비 예측 가능성이 생기면 근로·학습·돌봄에 투입할 청년들의 시간과 마음의 여력이 생긴 것이다.

광주시는 상무지구에 통합공공임대 ‘평생주택’ 460호 건립을 확정하고 2026년 10월 준공할 예정이다. 청년·신혼부부 등 실수요자 중심의 다양한 유형을 ‘적정 시기·적정 면적·적정 임대료’로 묶어 공급하는 구조다.

광주시가 추진하고 있는 청년·신혼부부 무주택 가구를 위해 공급하고 있는 선운2지구(606호)는 지난 7월 입주를 시작했고, 신혼희망타운(선운2 A1·A3)의 1224호도 지난 4월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첨단3지구, KTX 투자선도지구, 상무지구 평생주택 등도 내년부터 준공이 완료된다. 광주시는 이러한 공급 일정을 통해 청년들의 생활·일자리 중심지와의 거리, 교통, 교육, 돌봄 인프라를 함께 고려하고 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남진희 인턴기자 njinhee32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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