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미소는 ‘희망꽃’ 어르신 얼굴은 ‘인생꽃’
‘도루뫼 미술교실’ 남정숙 작가
1년간 무료강의 제자들과 전시회
31일~11월 9일 송정작은미술관
2025년 10월 27일(월) 20:15
남정숙 작 ‘희망꽃’
송정작은도서관에서 열리는 ‘도산골에 꽃이 피었습니다’전(오는 31일~11월 9일)은 남정숙 작가와 미술교실 수강생들이 함께하는 전시다. 수강생 어르신에게 그림을 지도하는 남 작가(왼쪽)
정다화 작 ‘자작나무의 소식’
“아이들의 웃음에서 피어나는 꽃이 순수의 빛을 머금은 ‘희망꽃’이라면 오랜 세월을 견디며 살아온 어르신들의 얼굴에 깃든 지혜와 연륜은 ‘인생꽃’이라 할 수 있지요. 전시를 통해 저마다 삶 속에서 피어난 꽃들이 서로 어우러져 조화를 이룬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남정숙 화가는 올 1월부터 현재까지 광산구 도산동 행정복지센터에서 ‘도루뫼 미술교실’을 무료로 진행해왔다. 주민자치 프로그램 일환으로 기획된 어르신들을 위한 미술교실 프로그램이다.

그동안 남 작가는 사랑, 웃음, 아이, 꽃, 동물 등을 모티브로 밝은 기운과 희망을 전하는 작품을 선보였다. 특히 아이들의 환한 표정과 천진난만한 미소를 화폭에 담아 ‘아이들이 미래다’라는 주제를 자신만의 화법으로 구현했다.

수강생은 대부분 취미로 그림을 배우는 어르신들이며, 모두 18명이 참여했다. 주부, 전직 교사, 전직 공무원 등 70대가 대부분이다.

남 작가와 예비화가들이 그동안 결과물을 선보이는 전시를 열 예정이어서 눈길을 끈다. 오는 31일부터 11월 9일까지 송정작은미술관. ‘도산골에 꽃이 피었습니다’를 주제로 펼쳐지며, 사람과 자연의 꽃이 환기하는 향기와 미를 느낄 수 있다.

남 작가는 “70대 어르신 수강생들은 어려웠던 시절을 온몸으로 겪어낸 세대”라며 “어르신들이 강의실에서 붓을 들고 물감을 칠하며 소녀처럼 설레고 행복해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누구나 다시 꽃 필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며 “전시장에는 유화와 아크릴을 통해 각자의 마음속 꽃을 표현한 작품들이 관객들을 맞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남 작가는 아이들의 해맑은 미소를 꽃으로 치환해 ‘희망꽃’으로 명명했다. 전시실에는 아이들의 ‘희망꽃’과 어르신 수강생들이 실재 꽃을 구현한 꽃그림들로 ‘꽃밭’을 이룬다.

남 작가가 전시 주제를 ‘꽃이 피었습니다’로 정한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 “나라 안팎의 혼란스럽고 암울했던 시간들이 지나고 다시금 희망과 꿈이 되살아나는 상황이 마치 언 땅을 뚫고 피어나는 꽃에 비유될 수 있다”는 말에서 기획 의도가 가늠되었다.

“아이들의 웃음에서 희망 가득한 꽃을 보듯 따스한 감동을 느끼게 됐죠. 아이들의 밝은 미래를 기대하는 한편 다시 일어서 앞으로 나아가는 우리나라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렸습니다.”

전시에 작품을 출품한 수강생들은 강경자, 김영희, 전덕순, 차은미, 박점숙, 정다화, 이희선, 양복단, 이순덕, 김아기, 이홍우, 이지민, 한연자 등이다.

관람객들은 아이들의 희망꽃, 어른들의 ‘인생꽃’을 바라보며 저마다 내면에 잠재된 ‘꽃’을 발견하고 그려볼 수 있다.

남 작가는 “누구나 마음에 깃든 그러나 잠들어 있었을 꽃을 발견하고, 그 아름다움을 다시 피워낼 용기와 희망을 가졌으면 한다”며 “이번 전시회를 매개로 어르신 수강생들이 새로운 인생의 시작을 열어 젖히는 ‘꽃 같은 순간’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술교실에 참여했던 수강생들은 하나같이 그림을 통해 삶의 기쁨과 행복을 느꼈다는 반응이다.

양복단 씨는 “오랫동안 마음 한켠에 있었던 그림에 대한 동경이 이제야 조금씩 빛을 보기 시작했다. 취미로 접근했던 그림이 어느새 내 삶의 새로운 시작이 됐다”며 “가을 단풍이 물들고 떨어지는 가을에, 나 또한 하나의 잎처럼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정년의 문을 지나 비로소 나만의 색을 찾아가는 시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순덕 씨는 “어릴 때 개울가 옆 수양버들이 얼마나 예쁜지 그림으로 표현해 제출했더니 선생님이 ‘제법 솜씨가 있구나’라며 칭찬을 했던 시간이 어느덧 50년이 지났다”며 “흰 캔버스에 마음을 표현할 수 있다는 설렘, 내 그림을 미술관에서 전시한다는 꿈 같은 소식에 감사할 따름이다”고 말했다.

함께 전시를 준비하고 미술 교실을 운영하며 기억에 남는 시간도 있었다. 남 작가는 “처음 그림을 그리는 분들은 작품을 완성하기보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며 “함께 붓을 잡고 한 작품 한 작품을 채색하다보면 어느 결에 화폭에 ‘꽃’이 만말하는 장면을 보곤 했다”고 언급했다.

한편 전시장에는 다양한 동물을 설치미술로 구성한 포토존이 마련돼 있다.

호남대 미술학과 석사를 졸업한 남 작가는 문화예술경영학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대한민국 인물대상 문화예술부문 대상, 전라남도 미술대전 특선을 수상했으며 광주가톨릭미술작가회 정기전 등 다수의 단체전, 한일현대미술 청추회전 등 다수 국제교류전에 참여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이 기사는 광주일보 홈페이지(www.kwangju.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www.kwangju.co.kr/article.php?aid=1761563700791051007
프린트 시간 : 2025년 10월 28일 02:2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