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밝히는 순간들, 여성의 시선으로 담다
광주여성 영화제 ‘우리는 빛으로’ 주제 11개국 56편 작품 상영
11월 6~10일 광주극장·CGV광주금남로·광주독립영화관
2025년 10월 26일(일) 20:05
개막작 이유진 감독의 ‘이반리 장만옥’.
12·3 비상계엄 당시 수많은 시민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차가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그중에서도 여성들의 모습은 유난히 눈부셨다.

그들은 응원봉과 촛불 등 ‘자신이 지닌 가장 빛나는 것’을 들고 나왔고, 그 빛은 어둠을 가르고 광장을 밝혀냈다. 눈이 내려도 은박 담요를 덮고 자리를 지켰으며, 남태령 트랙터 시위 때는 경찰이 농민을 막고 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현장으로 달려가 농민들 곁에 서서 밤을 새웠다. 일련의 장면들은 여성들의 연대가 얼마나 단단한지, 어둡고 추운 세상을 어떻게 밝혀왔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차별과 억압의 벽을 넘어 연대와 공존의 메시지를 전하는 영화제가 펼쳐진다.

‘제16회 광주여성영화제’가 오는 11월 6일부터 10일까지 광주극장, CGV광주금남로, 광주독립영화관에서 열린다. 올해 캐치프레이즈는 ‘우리는 빛으로’. 11개국 56편의 작품이 상영되며 여성과 소수자의 목소리가 서로를 비추며 세상을 밝히는 순간들을 담는다.

개막식은 6일 오후 7시 광주극장에서 열린다. 변영주 감독과 배우 이유영이 공동 사회를 맡고, 싱어송라이터 김사월이 개막 공연으로 무대에 오른다. 5·18 성폭력 피해 증언자 모임 ‘열매’의 김복희 대표가 축사를 전하고, 인도네시아 발리국제단편영화제 프로그래머 프란시스카 프리하디가 게스트로 참석한다.

개막작은 이유진 감독의 ‘이반리 장만옥’이다. 도시에 살던 주인공이 고향 마을로 내려와 배타적인 시선과 권력에 맞서며 자신만의 광장을 만들어가는 이야기다. 시골이라는 공간 속에서 소수자들의 연대와 저항을 유쾌하게 풀어내며 사회의 차별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폐막작 윤한석 감독의 ‘핑크문’.
10일 오후 3시 상영되는 폐막작은 윤한석 감독의 다큐멘터리 ‘핑크문’. 여성 최초로 이중섭미술상을 수상한 화가 윤석남의 삶을 그렸다. ‘주부화가’로 불리며 제도 밖에 머물렀던 그가 80을 넘어 다시 붓을 드는 순간까지 여성 예술가로 살아온 여정을 담담히 기록한다.

올해 영화제는 ‘빛으로 이어지는 연대’를 주제로 여섯 개의 섹션을 구성했다.

아프가니스탄 로야 사닷 감독의 ‘날 선 평화의 경계’
가장 주목되는 프로그램은 ‘플래시 아시아×발리국제단편영화제 교류전’이다. 아프가니스탄, 이란, 인도,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온 여성 감독들의 작품을 통해 전쟁과 폭력의 일상 속에서도 공존과 희망을 모색하는 시선을 담는다. ‘날 선 평화의 경계’, ‘살인자 말리나의 4막극’,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 등이 상영되며 인도네시아 단편 5편도 함께 소개된다. 상영 후에는 프리하디 프로그래머가 참여하는 네트워크 프로그램이 열려 아시아 여성영화의 연대를 한층 확장한다.

경쟁 프로그램인 ‘귄 당선작’ 섹션도 관심을 모은다. 올해 처음 장편 부문을 신설해 총 474편의 출품작 가운데 장편 8편, 단편 12편이 본선에 올랐다. 김희정 감독과 배우 류현경 등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며 동시대 여성 서사를 확장하는 다양한 시도를 선보인다. 시상은 폐막식에서 진행된다.

이 밖에도 여성의 시선으로 사회를 새롭게 읽는 ‘날선낯선’, 장르의 틀을 넘어선 ‘선을넘는’, 지역 여성감독의 신작을 모은 ‘메이드 인 광주’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장애인 관객도 함께할 수 있도록 화면 해설을 더한 ‘배리어프리’ 섹션에서는 장애여성공감 활동가 이진희 감독의 ‘농담’이 상영된다.

시민이 함께하는 참여형 프로그램도 풍성하다. 지역 독립책방과 연계한 ‘우리는 책으로, 우리는 빛으로’, ‘지역여성영화제 네트워크 간담회’, ‘광주여성영화제의 밤’ 등이 마련돼 광장 밖의 연대를 일상으로 확장한다.

김채희 집행위원장은 “지난 겨울과 봄 사이 뜨거웠던 광장의 기억을 간직하며 이번 영화제를 준비했다”며 “지역영화의 위기와 여성혐오, 소수자 차별을 마주하면서도 희망을 놓지 않는 연대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티켓 5000원(배리어프리 섹션 무료), 광주여성영화제 홈페이지 예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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