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목조 건축물 복원·계승 자부심 느껴요”
광주·전남 유일 국가유산청 대목장 인정…곡성 김영성 도편수
화성 용주사 대웅전 200년만의 해체 작업 기억에 남아
‘후학 양성’ 숙제…청년들 매력 느끼게 국가 차원 지원을
2025년 10월 21일(화) 19:50
김영성 대목장이 21일 곡성군 옥과면의 작업장에서 탕계톱으로 소나무를 자르고 있다.
곡성군 옥과면의 옥과천 물길을 따라 달리다 보면 낮은 언덕 위로 하늘색 지붕이 눈에 띈다. 나무 향이 짙게 나는 이곳은 김영성(68)도편수(집을 지을 때 책임지고 일을 지휘하는 우두머리 목수)의 작업장이다.

국가유산청은 지난 20일 김씨를 비롯해 이광복(경기도 여주시), 조재량(경기도 양주시) 등 3명을 대목장으로 인정했다. 최기영 대목장 인정 이후 25년 만이다.

그의 작업장에는 대목(大木)을 위한 모든 것이 있었다. 다양한 굵기의 나무들이 사람 키보다 높게 쌓여있었고 나무를 옮기기 위한 지게차와 자르고 다듬는 장비도 가득했다. 방문객들을 위한 손으로 직접 그린 설계도면, 공표 모형 등도 한 켠에 마련됐다.

곡성군 목사동면에서 태어난 김씨는 초등학교 5학년 때 광주 수창초로 전학했다. 걸어서 통학했던 그는 동구 산수동과 계림동을 지나며 수많은 한옥을 눈에 담았다. 차량에 잔뜩 실린 고목의 우람함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이후 김씨는 무등산 원효사, 증심사를 다니며 목조 건축물이 가진 섬세함과 나무의 향기에 매력을 느껴 목수의 꿈을 꾸게 됐다.

그의 목수 인생은 고(故)고택영 대목장을 만나면서 크게 달라졌다. 김씨는 고 대목장을 스승으로 모시며 10여 년 간 한상에서 밥을 먹고 한방에서 잠을 자며 건축의 설계와 시공, 감리 모든 것을 배웠다.

“20대 어린 나이에 목수 일을 하겠다고 나선 제게 고택영 대목장은 목수는 돈 벌 생각을 해서도 안되고 상량문에 이름 석자 남기는 걸 명예라고 생각하며 살아가야 한다고 강조하셨어요. 그때의 가르침을 가슴에 새기고 우리의 문화유산을 원형보존해 후손들에게 온전하게 물려줘야 한다는 목수로서의 자부심 하나로 일하고 있죠.”

그는 강진 무위사 극락전과 전북 완주 송광사 종루, 전주 정혜사 보광전 등 다양한 문화유산의 보수 작업을 했다. 대목의 매력은 누구도 쉽게 볼 수도, 만질수도 없는 수백년 전 선인들의 흔적을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래전 건축물을 보수하다보면 누구도 쉽게 보거나 만질 수 없는 건축 노하우를 들여다볼 수도 있다.

김씨는 “지금처럼 차도, 장비도 없던 그 시절 무거운 나무를 어깨로 들어 옮기고 나무 결 하나하나를 투박한 장비로 다듬었던 이들을 생각하면 정말 놀랍다”며 “보 하나, 기둥 하나에 담긴 그들의 정성과 섬세함을 보며 현장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고 말했다.

김영성 대목장이 손으로 직접 그린 설계도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40여년간 목수 외길 인생을 살아온 그는 정조대왕이 아버지 사도세자를 기리기 위해 세운 화성 용주사 대웅전 해체 작업을 잊지 못한다.

“200년 만의 해체 작업이다보니 켜켜이 쌓인 먼지 조차도 단청이 훼손될 우려가 있어 함부로 털거나 닦지 못했습니다. 조심스럽게 거리를 두고 긴장하며 작업했죠. 당시 과거 승장들이 사용했던, 지금의 배움으로는 가닿을 수 없는 기법이 사용된 것을 보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희열을 느꼈던 기억이 납니다.”

일흔을 앞둔 그는 ‘후학 양성’이 가장 큰 숙제라고 고개를 저었다. 업무 특성상 작업 기간 동안 현장에 머물러야 하고 길게는 십수 년의 훈련이 필요하다 보니 선뜻하려고 나서는 이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김씨는 “우리의 것은 우리가 지켜야 하는데, 인재가 없으면 유지도 보수도 어렵다”며 “더 많은 청년들이 목수라는 직업에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국가 차원에서 더 많은 지원과 대우를 해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곡성 글·사진=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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