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의 물성에서 회화의 표현기법까지
김광례 작가 김광례 작가의 ‘흰 칼끝. 검은 흙’전 11월 30일까지 오월미술관
2025년 10월 21일(화) 15:20
‘까마귀’
작품에 담긴 깊은 뜻과 통찰을 이해하기는 힘들다. 다만 작품을 구현하기까지 과정이 고통의 시간이었을 것이라는 예측은 가능하다. 일반적인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작품은 안고 있는 고통이 작가의 그것이라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오는 30일까지 오월미술관(관장 범현이)에서 진행 중인 김광례 작가의 ‘흰 칼끝. 검은 흙’전.

이번 전시 작품은 흙의 물성에서 회화의 표현기법까지 아우른다. 올해 작업한 작품이 모두 총망라된 만큼 적잖은 공력이 들었다.

도조화(刀俎畵), 부조, 설치 작품 등 모수 16점. ‘흰 칼끝. 검은 흙전’이라는 주제가 말해주듯 작가는 칼로 세밀하게 새기거나 흙에 조형성을 입혀 작품으로 구현했다.

도조화는 ‘촛불’, ‘붉은 山’ 등 4작품이며 설치는 ‘새들과 종’ 1점이다. 나머지 ‘다섯 표정의 군상’, ‘까마귀’, ‘존재의 시간’ 등 부조로 이루어져 있다.

‘까마귀’는 ‘조류의 왕’이라는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전체적으로 쇠약하고 야성을 잃은 까마귀를 초점화한 듯하다. 점차 소멸에 이른 생명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은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무엇보다 조각을 전공한 작가답게 전체적으로 작품에선 특유의 조형감이 배어 나온다.

양진호 조선대 현대조형미디어전공 외래교수는 “전시는 ‘삶으로서의 애도’를 지속해 온 작가 자신의 역사”라며 “작가는 이 미루어진 완료의 시제를 통해 ‘있다’와 ‘있었다’ 사이를 존재와 무 사이를, 삶과 죽음의 사이를 이어간다”고 평했다.

한편 김 작가는 호남대 예술대학 조소과를 졸업했으며 전남대 일반대학원 미술학 조소과를 수료했다. ‘망각의 강’ 전 등 다수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오월미술제 ‘생물민주주의’ 전 등 다수의 단체적에 참여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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