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의 역습 … 전남 농수산업이 흔들린다
[한국기후위기평가보고서 2025]
바다 고수온에 김·미역·전복 양식 산업 타격…연안 해수면도 상승
기온 올라 농업 지도 변화…사과·단감 재배지 북상·병해충도 기승
2025년 10월 20일(월) 21:00
기후위기로 벼 깨씨무늬병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20일 광주시 서구 서창들녘에서 농민들이 누렇게 익은 벼를 수확하고 있다. /나명주 기자 mjna@kwangju.co.kr
전남의 농업과 양식산업이 기후변화의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현수준으로 탄소배출량이 유지되면 3년 내에 해조류 서식 환경변화로 전복 등 양식업이 타격을 받고 2100년이면 전남지역을 비롯한 해안 저지대 14㎢가 물에 잠길 것으로 분석됐다. 농작물도 급격하게 아열대 작물로 대체되고 열대거세미나방, 솔껍질깍지벌레, 벼멸구 등 아열대 해충도 북상할 것으로 우려된다.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이 최근 발간한 ‘한국기후위기평가보고서 2025’에 따르면 중장기적으로 기온·수온이 동시에 상승하면서 전남 1차 산업 전반이 한계에 직면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탄소배출량을 기준으로 예상 기온을 산출해 저배출, 중간배출, 고배출 등 모두 4가지 단계를 설정한 뒤 단계별 시나리오로 제시한 것이다.

전남을 대표하는 김·미역·전복 양식산업에는 경보등이 켜졌다. 미역은 전남에서 탄소 중간배출(SSP2-4.5)에서는 양식이 가능하지만, 고배출 시나리오(SSP5-8.5)에선 생육 한계온도를 초과해 양식이 불가능할 것으로 예측됐다.

전복은 모든 시나리오에서 2030년대부터 부정적인 기후 영향을 받기 시작하며, 2100년에는 대부분 해역이 ‘양식 부적합’으로 분류됐다. 멍게는 전 시기·전 지역에서 생존 불가능 판정이 내려졌다.

남해안 상층부의 고온일수는 지난 10년 새 1.7배 늘었고, 저층 용존산소는 9% 이상 줄었다. 이 변화는 기초생산력 저하→양식 생물 스트레스 강화→질병과 폐사 위험 증가로 이어지는 구조를 보인다고 보고서는 설명한다.

이 탓에 곰피·감태·다시마 등 갈조류 생산성이 낮아져 전복 먹이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기존 갈조류 양식·자연생장 주기와 전복의 먹이 수요가 어긋나 ‘부족 시기’가 여름~초가을로 집중된다고 봤다.

전남 해역은 전국 갈조류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고 있으나, 해양수산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남 고수온 피해액은 574억원, 저수온 피해액은 81억원으로 최근 10년 최고치다.

보고서는 기술발달이 기온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내고온성 품종 개발과 순환여과식 양식장(RAS) 보급 사업이 진행 중이지만, 현장 적용까지의 주기가 기후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세 어가 비중이 63%에 달하는 전남 수산업 구조상 시설 투자, 기술 도입에도 제약이 따른다는 평가다.

해수면 상승 시나리오(SSP 5-8.5)에서는 2100년까지 전남 연안 해수면이 최대 82㎝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따라 해안 저지대 14㎢가 침수 위험구역으로 변할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환경 변화가 해양생태계뿐 아니라 연안 생활권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전남의 농업 지도도 기후변화로 인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과거 남도의 대표 과수였던 사과와 단감 재배지는 점차 북상하고, 그 자리에는 파파야·바나나 등 아열대 작물이 새롭게 둥지를 틀고 있다. 여기에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신종 병해충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한반도의 연평균 기온은 지난 109년간(1912~2020년) 전 세계 평균(1.09℃)보다 높은 약 1.6℃가 상승했다. 급격한 기온 상승은 남도의 농업 환경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이상 기온은 병해충양상도 바꿔놓았다. 열대거세미나방, 솔껍질깍지벌레, 벼멸구 등 아열대 해충의 북상이 확인됐고, 기상관측자료와 연계한 예찰 결과 전남남부 권역에서의 월동생존률이 2010년대 초 60%에서 2020년대 후반 85%로 늘었다.

벼 깨씨무늬병, 잎도열병 등 신규 재해 발생 빈도도 5년 새 30% 가까이 상승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흐름에 맞서기 위해 농어업 체질의 근본적인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기후변화에 강한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고 재배 기술을 다변화하며, 병해충 예찰 시스템을 더욱 촘촘히 구축하는 등 장기적인 안목의 정책 지원과 농민들의 자구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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