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 행보와 과시 정치 … 지역 국회의원 엇갈린 국감 행보
조인철 의원, 과방위 위원들 첨단 3지구 초청 AI 현안 해법 논의
정준호 의원, SRF 중재 실패 등 지역 협의 배제한 독자 행보 눈총
2025년 10월 20일(월) 20:05
조인철(왼쪽)의원과 정준호 의원.
최근 진행중인 국회 국정감사 기간 중 광주지역 일부 국회의원들의 엇갈린 행보가 지역민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지역의 현안사업을 국회 상임위원들에게 알리고 이를 통해 국책사업을 광주시로 유치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국회의원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정치적 성과 과시’를 위한 행보를 이어가는 국회의원이 있어서다.

광주 국회의원 중 유일하게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인 조인철(서구 갑) 의원은 최근 과방위 전체 위원들을 직접 ‘광주 현장’으로 끌어들이며 지역 정치인의 모범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 의원은 최근 광주시의 현안사업인 국가 인공지능(AI)컴퓨팅 센터 광주 유치를 위해 여야를 막론한 과방위 소속 전체 의원을 광주 첨단 3지구로 초청했다. 국가AI데이터 센터 등을 둘러보는 자리에서 지역 현안을 직접 확인하고 해법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는 단순한 현장 방문을 넘어 지역구 의제를 국회 전체 의제로 격상시키는 동시에, 여야 의원들과의 협력을 통해 실질적 해법을 모색하는 협치의 리더십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받는다.

반면, 지역사회와의 충분한 소통과 내부 협의 절차를 건너뛴 채 보여주기식을 반복하는 정준호(북구 갑) 의원에 대해서는 따가운 눈총이 쏟아지고 있다.

호남고속도로 확장사업, SRF 갈등 중재, 제주항공 참사 백서 등 굵직한 현안을 둘러싸고 지역사회의 충분한 소통과 내부 협의 절차를 건너뛴 채 ‘보여주기식 정치’를 반복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신속한 해결과 재정 지원 확대를 외치지만, 정작 광주시와의 사전 정합성 점검과 이해관계자 조율이 빠지면서 정책의 지속가능성이 흔들린다는 것이다.

20일 광주시에 따르면 호남고속도로 확장 공사는 2015년 2762억에서 2023년 7900억으로 불어났다. 주거지 소음과 안전 기준을 반영해 방음벽 대신 방음터널 12개소가 새로 반영되며 약 3400억이 증액된 것이 주된 요인이다.

정 의원은 최근 국정감사장에서 정부 분담 확대 필요성을 공개 요구했고, 한국도로공사 사장으로부터 “방음터널 비용 분담 협의 의사”라는 취지의 긍정 신호를 이끌어냈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 재정을 더 끌어오는 성과’처럼 보이지만, 이 과정에서 광주시가 세워 둔 협상·예산의 순서가 뒤집어지며 도시 재정 리스크가 커졌다는 게 현장의 우려다.

광주시는 당초 분담 구조를 정부·도로공사와 먼저 재조정한 뒤 예산을 반영하는 ‘조정 선(先)확정→예산 후(後)반영’ 원칙을 세웠다.

분담율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예산을 올리면 지방채 부담이 선반영돼 협상력이 약해지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그러나 정 의원은 앞서 ‘선 예산 반영, 후 조정을’ 문제삼으면서 일정이 꼬였고, 결국 광주시는 지방채 부담만 가중됐다는 지적이다.

SRF(가연성폐기물 연료) 시설 운영 손실 배상금 분쟁에서도 유사한 장면이 반복됐다. 정 의원은 “광주시 간부 요청으로 중재에 나섰다”고 공개하며 협상안을 제시했지만, 광주시는 심판절차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굳혔다.

정 의원은 ‘정상화’를 강조했지만, 이해당사자 간 절차·역할 분담과 책임 귀속의 설계보다 ‘내가 해결하겠다’는 메시지가 앞서면서 중재자 중립성 논란만 키웠다는 지적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중재를 한다면 양측과 충분히 협의한 뒤 조용히 진행해야 하는데, 조정을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언론 플레이를 하면서 오히려 협상 분위기를 해쳤다”며 “진정한 중재가 아니라 정치적 성과 만들기에 가까웠다”고 비판했다.

앞서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 백서 발표 논란도 유가족과의 충분한 협의 없이 성급하게 정치적 메시지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비판을 받았다.

지역정치권 한 관계자는 “지역현안은 지방자치단체와 긴밀히 협의해서 풀어가야 하는데, 정 의원은 이를 무시하고 독자적으로 움직이면서 오히려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면서 “조인철 의원은 여야 의원들과 소통하며 지역 현안을 함께 풀어가는 협치를 보여줬지만, 정준호 의원은 일방적으로 성과를 발표하는 독주를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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