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문화공간, 도시의 미래가 되다] 국내 유일 오페라 제작극장 …‘K오페라 산실’ 꿈꾸다
(6) 대구 오페라하우스
2003년 개관…오페라·뮤지컬 대표 콘텐츠 육성
간송미술관 ‘미인도’ 모티브 오페라 ‘미인’ 눈길
2017년 유네스코 음악 창의도시 네트워크 선정
전막 오페라 ‘일 트로바토레’ 첫 기획·제작
오페라 페스티벌 등서 호평…해외 입지 높여
시민 참여 프로그램으로 티켓 파워도 ‘탄탄’
2003년 개관…오페라·뮤지컬 대표 콘텐츠 육성
간송미술관 ‘미인도’ 모티브 오페라 ‘미인’ 눈길
2017년 유네스코 음악 창의도시 네트워크 선정
전막 오페라 ‘일 트로바토레’ 첫 기획·제작
오페라 페스티벌 등서 호평…해외 입지 높여
시민 참여 프로그램으로 티켓 파워도 ‘탄탄’
![]() 지난 7월 사아레마 페스티벌에 선보인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
올 가을 대구는 도시 전체가 문화예술이 가득한 축제의 향연에 빠진다. 지난달 26일 개막한 ‘2025 판타지아 대구 페스타’가 그 주인공이다. 올해로 7회째를 맞는 판타지아 대구 페스타는 지역의 크고 작은 15개의 축제가 도시를 뜨겁게 달구는 대규모 축제다. ‘별의 노래(Symphony of Star)’를 주제로 펼쳐진 이번 페스타는 음악, 연극, 무용, 시각예술, 미디어아트 등 다양한 장르의 프로그램들로 꾸며져 ‘공연예술의 도시 대구’의 존재감을 뽐낸다.
판타지아 대구 페스타의 스타트를 끊은 건 제22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이하 오페라축제)다. 지난달 26일 개막 공연인 ‘일 트로바토레’(Il Trovatore)를 시작으로 6편의 메인 프로그램이 오는 11월8일까지 숨가쁘게 이어진다. 올해 야심차게 준비한 개막 무대는 전석매진을 기록해 국내 공연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특히 대구 국제오페라 축제의 주무대인 대구오페라하우스(대표 정갑균)는 국내외에서 몰려든 관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지난달 27일 대구 북구 칠성동 아파트 단지에 자리한 오페라하우스. 오후 3시 개막공연을 한 시간 앞둔 공연장 로비에는 20대 남녀커플에서부터 중년 여성, 머리가 희끗희끗한 60~70대 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에 일부는 대형 축제현수막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 가 하면, 로비 한켠에 설치된 굿즈 코너에서 망원경과 음반, 노트, 보자기 가방 등을 구입하기도 했다. 곧 무대에서 만나게 될 오페라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지 얼굴에는 설레는 표정이 묻어났다.
그도 그럴것이 올해 오페라축제의 개막작인 ‘일 트로바토레’는 대구오페라하우스가 개관 이후 처음으로 기획·제작한 전막오페라이다. 국내 유일의 오페라 전용극장이자 제작극장 답게 창·제작한 작품들이 많지만 기획단계에서부터 제작까지 전 과정을 진행한 초연 오페라는 이번이 처음이다.
예술감독을 맡은 정갑균 관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일 트로바토레’는 오페라 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서사를 지닌 베르디의 대표작으로, 격정적 사랑과 비극적 운명이 교차하는 스토리와 웅장한 음악이 돋보인다”면서 “국내외 정상급 성악가들과 오케스트라, 제작진이 참여해 오페라제작극장으로서의 저력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정 관장의 말대로 연출가, 오페라 지휘자, 성악가들의 환상적인 하모니와 감각적인 무대 디자인 등이 어우러져 평론가들은 물론 객석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6편의 오페라 축제 라인업에서 눈길을 끄는 건 ‘미인’이다.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올해 처음으로 선보이는 창·제작 콘체르탄테(협주곡)인 미인은 지난해 문을 연 대구 간송미술관의 개관 특별전에서 화제를 모은 혜원 신윤복의 ‘미인도’를 모티브로 삼은 작품이다. 오페라하우스측은 국내에선 처음으로 그림속 인물들을 무대예술로 되살려내는 새로운 시도인 만큼 향후 쇼케이스 등을 거쳐 볼륨을 키운 뒤 해외팬들을 사로잡는 K-오페라의 산실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다.
여기에는 올 7월 에스토니아의 ‘사아레마 오페라 페스티벌’(사아레마)에서 얻은 자신감이 깔려 있다. 대구오페라하우스는 발트해 최대 규모의 오페라 축제인 ‘사아레마’에 메인 초청극장으로 참여해 5일 동안 자체 제작한 ‘심청’,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나비부인’ 등 3편과 대구시립국악단의 전통국악 공연 등 총 5편의 무대를 선보여 현지 언론의 극찬과 관객들의 기립박수를 이끌어 냈다.
특히 관객들은 ‘심청’의 동양적 미학과 현대적 해석의 조화가 돋보인 무대 미학에 감탄했고,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에서는 수중을 연상케하는 무대연출과 바로크 음악의 정수에 환호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6월에는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국립오페라극장에서 열린 ‘푸치니 서거 100주년 오페라 갈라콘서트’ 무대에 올라 해외 진출의 서막을 열었다. 100여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부쿠레슈티 국립오페라극장은 세계적인 오페라와 발레 전문극장으로, 대구 오페라하우스는 해당 극장으로부터 항공료, 체재비, 공연료 등 경비 일체를 제공받는 등 대외적 입지를 높였다.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세계적인 공연장으로 성장하기까지에는 오페라에 대한 저번 확대가 큰 힘이 됐다. 지난 2017 대구는 인프라와 인력 등의 강점을 인정 받아 경남 통영에 이어 국내에서 두번째로 유네스코 음악 창의도시 네트워크로 선정되는 쾌거를 거뒀다. 2003년 대구오페라하우스 개관 이후 오페라와 뮤지컬을 지역대표 콘텐츠로 육성한 결과다. 현재 대구에는 1000석 이상의 대형공연장 11곳과 중·소 규모 공연시설 170여 곳 등 타 도시에 비해 공연 인프라가 풍성하다. 특히 경북대, 계명대, 영남대 등 5개 대학에서 매년 1000 여 명의 음악분야 인재들이 양성되고 매년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운영하는 오페라아카데미를 통해 477명(2024년 기준)이 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페라의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일반시민들을 대상으로 시민 아카데미, 대구오페라유스콰이어를 진행하는 가 하면 대구시 산하 교육청과 연계해 D-Art 路, 스쿨 인 오페라, 오페라를 사랑하는 청소년 서포터즈 등 청소년 예술체험과 창의성 개발에 역점을 두고 있다.
올해 오페라 축제에서는 시민 참여형 프로그램이 대폭 강화돼 눈길을 끌었다. 지난 2월 10명의 온라인 홍보단 ‘오페라 팬’을 모집해 SNS를 통해 오페라 축제를 알린 데 이어 오페라 자원활동가 ‘오페라 필’도 운영 하고 있다. 또한 축제 기간 대구오페라하우스 야외 광장에서는 처음으로 오페라 플리마켓, 마술쇼, 푸드트럭 등 다양한 행사들이 열렸다.
그래서인지 공연계 일각에선 ‘대구에서는 주부들의 모임에 오페라 관람이 빠지지 않는다’는 말이 생겨나기도 했다. 실제로 탄탄한 인프라와 높은 티켓파워는 공연예술 중심도시의 면모를 보여준다.
하지만 ‘오페라 도시’에게도 고민이 적지 않다. 가장 큰 난제는 예산이다. 한해 평균 30억 원(작품 한 편당 6억 5000만원)으로 경쟁상대로 꼽히는 국립오페라단의 100억 원에 크게 못미치는 수치다. 또한 1년에 100회 이상의 공연을 무대에 올려야 수익성을 맞출 수 있지만 열악한 예산이 발목을 잡고 있다. 이는 곧 낮은 가동률로 이어지고 그로 인해 관객들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되기도 한다.
김유리 대구오페라하우스 홍보마케팅 차장은 “열악한 여건에도 국내 유일의 오페라 제작극장의 명성을 잇기 위해 30명의 소수 정예인력으로 고군분투하고 있다”면서 “개관 이후 22년 동안 쌓은 역량과 노하우를 통해 오페라의 본고장인 유럽에 대구산(産) 콘텐츠를 진출시키는 K-오페라의 산실로 로 거듭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구=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올해 오페라축제의 개막작인 ‘일 트로바토레’는 대구오페라하우스가 개관 이후 처음으로 기획·제작한 전막오페라이다. 국내 유일의 오페라 전용극장이자 제작극장 답게 창·제작한 작품들이 많지만 기획단계에서부터 제작까지 전 과정을 진행한 초연 오페라는 이번이 처음이다.
예술감독을 맡은 정갑균 관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일 트로바토레’는 오페라 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서사를 지닌 베르디의 대표작으로, 격정적 사랑과 비극적 운명이 교차하는 스토리와 웅장한 음악이 돋보인다”면서 “국내외 정상급 성악가들과 오케스트라, 제작진이 참여해 오페라제작극장으로서의 저력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정 관장의 말대로 연출가, 오페라 지휘자, 성악가들의 환상적인 하모니와 감각적인 무대 디자인 등이 어우러져 평론가들은 물론 객석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6편의 오페라 축제 라인업에서 눈길을 끄는 건 ‘미인’이다.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올해 처음으로 선보이는 창·제작 콘체르탄테(협주곡)인 미인은 지난해 문을 연 대구 간송미술관의 개관 특별전에서 화제를 모은 혜원 신윤복의 ‘미인도’를 모티브로 삼은 작품이다. 오페라하우스측은 국내에선 처음으로 그림속 인물들을 무대예술로 되살려내는 새로운 시도인 만큼 향후 쇼케이스 등을 거쳐 볼륨을 키운 뒤 해외팬들을 사로잡는 K-오페라의 산실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다.
![]() 대구오페라하우스 공연장 내부 모습. |
특히 관객들은 ‘심청’의 동양적 미학과 현대적 해석의 조화가 돋보인 무대 미학에 감탄했고,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에서는 수중을 연상케하는 무대연출과 바로크 음악의 정수에 환호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6월에는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국립오페라극장에서 열린 ‘푸치니 서거 100주년 오페라 갈라콘서트’ 무대에 올라 해외 진출의 서막을 열었다. 100여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부쿠레슈티 국립오페라극장은 세계적인 오페라와 발레 전문극장으로, 대구 오페라하우스는 해당 극장으로부터 항공료, 체재비, 공연료 등 경비 일체를 제공받는 등 대외적 입지를 높였다.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세계적인 공연장으로 성장하기까지에는 오페라에 대한 저번 확대가 큰 힘이 됐다. 지난 2017 대구는 인프라와 인력 등의 강점을 인정 받아 경남 통영에 이어 국내에서 두번째로 유네스코 음악 창의도시 네트워크로 선정되는 쾌거를 거뒀다. 2003년 대구오페라하우스 개관 이후 오페라와 뮤지컬을 지역대표 콘텐츠로 육성한 결과다. 현재 대구에는 1000석 이상의 대형공연장 11곳과 중·소 규모 공연시설 170여 곳 등 타 도시에 비해 공연 인프라가 풍성하다. 특히 경북대, 계명대, 영남대 등 5개 대학에서 매년 1000 여 명의 음악분야 인재들이 양성되고 매년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운영하는 오페라아카데미를 통해 477명(2024년 기준)이 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 성인들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시민아카데미. |
올해 오페라 축제에서는 시민 참여형 프로그램이 대폭 강화돼 눈길을 끌었다. 지난 2월 10명의 온라인 홍보단 ‘오페라 팬’을 모집해 SNS를 통해 오페라 축제를 알린 데 이어 오페라 자원활동가 ‘오페라 필’도 운영 하고 있다. 또한 축제 기간 대구오페라하우스 야외 광장에서는 처음으로 오페라 플리마켓, 마술쇼, 푸드트럭 등 다양한 행사들이 열렸다.
그래서인지 공연계 일각에선 ‘대구에서는 주부들의 모임에 오페라 관람이 빠지지 않는다’는 말이 생겨나기도 했다. 실제로 탄탄한 인프라와 높은 티켓파워는 공연예술 중심도시의 면모를 보여준다.
하지만 ‘오페라 도시’에게도 고민이 적지 않다. 가장 큰 난제는 예산이다. 한해 평균 30억 원(작품 한 편당 6억 5000만원)으로 경쟁상대로 꼽히는 국립오페라단의 100억 원에 크게 못미치는 수치다. 또한 1년에 100회 이상의 공연을 무대에 올려야 수익성을 맞출 수 있지만 열악한 예산이 발목을 잡고 있다. 이는 곧 낮은 가동률로 이어지고 그로 인해 관객들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되기도 한다.
김유리 대구오페라하우스 홍보마케팅 차장은 “열악한 여건에도 국내 유일의 오페라 제작극장의 명성을 잇기 위해 30명의 소수 정예인력으로 고군분투하고 있다”면서 “개관 이후 22년 동안 쌓은 역량과 노하우를 통해 오페라의 본고장인 유럽에 대구산(産) 콘텐츠를 진출시키는 K-오페라의 산실로 로 거듭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구=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